팝사인 | 2015-07-09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형식으로, 빼어난 콘텐츠가 여러 맥락과 결합해 얼마나 다채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나의 만화가 드라마와 영화로, 그리고 장르를 넘어서 한 공간을 아우르는 사인으로. 첫 선을 보인 지 13년이 지난 식객은 여전히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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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을 활용한 다양한 변주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2002년에 시작되어 2008년까지 6년간 총 116개의 이야기가 1,438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요리의 참맛을 실감 나는 묘사와 탄탄한 스토리로 그려낸 이 만화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대·재생산되었다.
‘식객촌’은 그 다양한 변주 중 하나이다. 지난해 종로에 오픈한 식객촌은 원작 만화 <식객>이 담고 있는 제철 음식과 맛집이 가지는 즐거움에 착안해 9개의 음식점으로 실현시켰다. 원작의 요리를 수렴하는 음식점과 내부 곳곳을 장식하는 식객의 사인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 성공을 토대로 2호점 격인 구로구디지털단지의 식객촌이 오픈하게 되었다.
구로 식객촌의 <식객> 활용법
구로의 식객촌은 종로의 식객촌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다. 종로의 식객촌은 오랜 전통을 지닌 피맛골에 위치해 그 주변 일대와의 조화가 주요한 공간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원작의 브랜드를 차용하되 만화의 흔적은 줄이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갖춰야 했다.
이에 반해 구로의 식객촌은 원작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종로의 식객촌이 전통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면 구로의 식객촌은 도시적인 분위기에 가까워 만화의 이미지를 활용하는데 더 수월한 공간이 되었다. 그 결과 파사드 정면엔 원작 만화의 거대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식객’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원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식객촌의 정체성을 입히는 내·외부 사인
구로의 식객촌은 다양한 사인물로 꾸며져 있다. 그중 돋보이는 것은 원웨이필름(One Way Film)으로 구현된 윈도우의 캐릭터 이미지이다. 원웨이필름은 타공필름이라고 하여 일반 선팅 필름과 달리 약 2.5mm의 타공 구멍이 있는 필름을 말한다. 이는 한쪽 면은 원하는 이미지를 디자인해 인쇄하고, 다른 한쪽 면은 검은색 면으로 단색 처리한 리무벌 점착제를 코팅 처리하여 유리면에 붙여 시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외부에서는 원하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내부에서는 윈도우에 부착된 시트의 흔적 없이 외부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양질의 이미지와 탁 트인 전경으로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것이다.
13개의 음식점으로 채워진 식객촌의 내부 역시 식객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입구와 통로에는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그려진 입간판과 현수막이 늘어서 있고, ‘금산찜닭’과 ‘전주밥차’, ‘태성순대’는 각각 벽화와 삽화를 통해 원작 만화의 정체성을 입었다.
태성순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이수연 씨는 “미식으로 유명한 <식객>의 이미지를 차용해 음식점에 입히니 가게 이미지도 상승하고 손님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라며 “손님들이 찾아와 순대를 먹으며 식객에 나오는 순대 이야기를 할 때면 그 효과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식객촌은 현재 좋은 반응을 얻으며 부산,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 4군데 가량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