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사인 | 2015-04-29
온 종일 여기저기 치이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 자신의 마음이 기쁜지도 슬픈지도 모를 만큼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팍팍한 일상생활 속에서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면, 잠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 설치된 ‘마음약방’ 자판기에 들려보면 어떨까? 마음약방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20가지의 증상들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증상을 한 번 골라보고 처방을 받아보는 것이다. 소소한 위로에 지쳐있던 마음이 기지개를 펼지도 모르는 일이니깐 말이다.
기사제공 | 팝사인
무기력, 무감각, 무감동의 삼무(三無)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월 13일부터 시민청 지하 1층에 ‘마음약방’ 자판기를 설치하여 연중 운영하고 있다. 활짝라운지 한쪽에 마련된 ‘마음약방’은 20가지의 마음 증상에 대해 휴식과 감동을 주는 시, 그림, 영화 등의 예술작품을 추천하거나 테마지도, 비타민 등 재미와 스토리가 있는 물품을 처방해 주는 이색적인 자판기이다. 500원의 자판기 이용료(처방비) 전액은 마음약방을 확산해 나가는 기부금으로 쓰이며, 자신의 처방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 포장이 되어있어 외롭거나 힘들어하는 친구, 동료, 이웃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 김보화(31)씨는 “시대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정말로 치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화자각증상’을 비롯한 여러 처방을 선물할 것이다”며, “소소한 재미와 함께 처방전으로 제공되는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한편 휴대폰 없이 못사는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연애가 겁나는 ‘급성 연애 세포 소멸증’ 등 을 비롯한 20가지의 마음증상들은 현 사회의 불편함을 낱낱이 반영하고 있다. 서울시민 849명을 대상으로 한달 간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1위 미래 막망증(130명, 15%), 2위 꿈 소멸증(97명, 11%), 3위 노화자각증상(92명, 10%) 순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소소한 위로가 오고가는 세상을 꿈꾸다
재미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마음약방’ 사업이 포함된 ‘2015 도시게릴라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상 공간에서 만나는 문화체험을 통해 재미와 활력을 제공하여, 시민과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공공문화예술 프로젝트이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문화재단은 게릴라 형식으로 도심 곳곳에 깜짝 등장하여 예술적 콘텐츠를 제공하여,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시민청에 설치한 마음약방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의 유동인구 밀집지역 등에 2호점, 3호점 등 확산 운영을 할 예정이다”며, “위로의 물품 혹은 메시지로 본 프로젝트에 동참을 희망하는 예술가와 기업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한편 ‘마음약방’사업을 맡은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팀 황은아 담당자는 “일상 공간에서 서울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마음약방 사업을 준비해 왔다”며, “많은 준비 끝에 등장한 마음약방 1호점을 찾는 어르신 분들이 진중하게 증상을 하나하나 살펴보시고 처방을 선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화사업에 보다 진심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황은아 담당자는 “마음약방을 통해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른 사람들과 2차, 3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며, “마음약방 2호점, 3호점을 대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다양하게 하여, 적용 가능성 열어놓고 있으니 본 프로젝트에 많은 작가와 투자기업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화예술이 주는 위안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널리 퍼져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