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CA | 2015-04-10
'세트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들을 뒷받침하는 배경을 제작하는 작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세트 디자인은 광고와 브랜딩에서도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를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LA에서 활동하는 세트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인 아디 굿리치다. 그녀의 당찬 작업에는 낙천주의와 열정이 흘러넘친다. 강렬하고 밝은 색상 사용을 자신의 스타일로 구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와이든+케네디, 타겟, 애플, 어덜트 스윔, 피자헛, 도요타 같은 유명한 클라이언트들을 확보했다. 동시에 규모가 작은 틈새 프로젝트들에도 그녀는 똑같이 심혈을 기울이며 균형을 잡는다. 그녀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사 제공│월간 CA
강렬하고 밝은 색상을 선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이 이미지에서 무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전달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작품에 낙천주의가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긍정적인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해요. 늘 팀원들에게 잘해주고 그들이 즐겁게 지내는지 신경 쓰죠.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에너지가 충만한 채로 시작하게 되면 최종 작품에도 그것이 나타나게 마련이에요.
과거에 "사람들이 신경 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클라이언트가 신경 쓰게 하나요?
솔직히 클라이언트들을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만 저는 원래 디자인을 마지막까지 섬세하게 다루는 성격이에요. 제가 만들어 주는 세트에 예술가들이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죠. 혹시라도 클라이언트가 예상치 못했던 세트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경우 저는 그 이유를 그들에게 열심히 설득합니다. 편지로 제 의도를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많아요.
물질적 재료들과 소품들을 직접 손으로 다루는 당신의 창의적인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가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할아버지는 테네시에서 목화 따는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목수셨어요. 그래서인지 "맞아. 그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말할 때 느끼는 자부심이 어떤 것인지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죠. 그리고 바로 지금은 그 말을 제가 하고 있어요.
예전에 스페인에서 피카소의 손을 본뜬 석고 모형을 본 적이 있어요. 투박하고 못생긴 그 모형을 본 소감을 저는 스케치북 한켠에 적어 놓았죠. "못생긴 손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라니!"라고 말이에요. 지금 제 손을 보면 늘 물감이 묻어 있거나 베인 상처가 있어요. 그러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굵게 마디진 손이 떠오르고 제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손으로 만들어진 것은 그 자체로 창의적이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창의적인 것을 만들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 세상이 알아주는 날이 올 거예요. 바로 이것이 제가 손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중요한 이유이며 아무나 똑같이 따라 하기 힘든 세트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최근의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영국의 패션 잡지인 [쉔(Schön)]을 위한 작업 때문에 주코와 함께 코트 다쥐르를 다녀왔어요. 먼저 사진작가들과 모여 앉아 무엇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런 다음 마음에 들 때까지 며칠이고 사진들을 검토했어요. 이러한 작업 끝에 나온 것이 1930년대 스타일의 여행 포스터였어요.
이 디자인을 위해 우리가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그래픽과 프린트였어요. 며칠 동안 책상에 붙어 앉아 손으로 그릴 수 있는 패턴들을 전부 모아 보았죠. 주코가 제 스튜디오로 와서 함께 이 여행 포스터에 적용할 색상들을 결정했어요. 예산이 거의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줄리아와 코디 그리고 저는 직접 모든 소품들을 손으로 그렸어요. 그림과 실제 사물이 비교됨으로써 일어나는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서도 고려했습니다.
만일 기계로 어떤 형상을 만든다면 평범함을 벗기 어려울 거예요. 반면에 진짜 모래를 사용하면 특이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우리는 이 여행 포스터의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15시간 동안 미친 듯이 세트 제작에 몰두했고, 촬영이 진행되면서 우리가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들이 하나둘씩 사진으로 재창조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력을 쌓아 나갈 계획인가요?
세트 디자인만 영원히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어디로든 제 일이 저를 이끄는 대로 따라갈 용의가 있습니다. 영원히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뜻이 맞는 누군가와 함께 스튜디오를 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 프로젝트, 예술 프로젝트, 편집 프로젝트 등 다양한 성격의 작업을 하길 원해요. 최근에는 잡지 작업에도 뛰어들었어요. 매달 [공간 안에서의 형상 창조에 대한 연구 실천(Research Practices in Making Shapes in Spaces)]이라는 출판물을 직접 낼 계획이에요. 저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작업들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소개하는 잡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