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리뷰

스튜디오 베이스

2013-08-29


공간의 틀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란 표면 그대로의 의미처럼 스튜디오 베이스의 디자이너들은 담백하고 솔직한 빈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 좋은 뼈대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사람의 몸처럼 기본적인 공간의 형성의 틀을 중시하는 그들이다.

기사제공 ㅣ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스튜디오 베이스의 대표 디자이너 전범진, 장병익, 원장은 소장
Space Designer, Bumjin Jun, Byungik Jang, Jangeun Won of Studio VASE


잔잔한 물결이 잔잔할 때 달그림자가 맑게 비치는 것과 같이 생각은 마음에 비치고 마음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일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속이 고요하면 이는 저절로 바른 행동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틀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란 표면 그대로의 의미처럼 스튜디오 베이스의 디자이너들은 담백하고 솔직한 빈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 좋은 뼈대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사람의 몸처럼 기본적인 공간의 형성의 틀을 중시하는 그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공간에 있어서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사조로 이해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입장에서 접근한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간감을 사용자들에게 풍부하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것이며 공간의 밀도 차이를 통해 사용자는 다양한 경험을 얻게 하고자 하는 셈이다. 화려함 보다는 진솔함으로,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를 중시하는 전범진, 장병익, 원장은 소장은 니드21에서 만난 살가운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스튜디오 베이스만의 겸손하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직한 디자인, 겉보기 좋은 포장이 아닌 내재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의 구현으로 이어져

“좋은 음식이 건강한 재료와 정성스런 손끝에서 만들어지듯 디자인의 가치를 올려주는 조력자 역할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담담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렇듯 이들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턱대고 독특하고 차별된 것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공간이 사람의 기를 누르고 불편하고 부담되어선 안 된다는 전범진 소장의 생각에서 잘 드러나듯, 공간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담아내며, 공간과의 교감을 통해 편안함이 전해지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실내디자인학과 실내환경디자인 전공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밟아간 이후 현장에서 다채로운 실무경험을 넓혀간 디자이너이기에 무엇보다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된 합리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한다.

오래전 유행한 들국화의 ‘쉽게’라는 노랫말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디자이너는 어렵고 심각한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 좋다고 표현한다. 그의 말인즉 디자인 역시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생긴 그대로 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공간의 콘셉트를 고민할 때도 작위적인 생각보다는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러다보면 작업의 결과물에 풍부함과 밀도감이 자연스레 배어나온다고 믿는다. 결국 정직함을 주 무기로 담아내는 공간은 훨씬 더 솔직하고 담백해지며 이는 또 다른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는 셈이다.

“쉬운 건 단순하다. 그리고 단순한건 다양한 직관적 행위를 수반한다.” 후카사와 나오토(Naoto Fukusawa)의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각적 요소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어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게만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나오토의 디자인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어포던스 디자인(Affordance Design)은 어떠한 사물을 사용함에 있어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습관적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쉽고 단순한 디자인 속에서 생성되는 디자인적 가치는 알 수 없는 깊이를 제공하며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디자이너는 믿고 자신의 언어를 통해 공간속에 구현하고자 하는 셈이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실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강력하고 더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지 않는다.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구매자를 속이려 하지 않는다.”는 디터람스의 10계명처럼 디자이너 전범진은 모든 것이 첨단화되어 가는 시대에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직함 위의 화장은 과대 포장이 아닌 내재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빠르고 정확한 것만을 가치기준으로 삼다보니 뒤돌아 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극적인 방법의 몰두하기 보다는 조금은 쉬고, 느리고, 진지해야 할 때라고 디자이너는 강조한다.

니드21의 소중한 만남··· 세월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사회에 첫 발을 디디던 그날, 저는 한 3년 정도의 경력이면 말로만 듣던 프리랜서가 되는 줄로만 알았어요.” 학생시절 디자인의 겉멋만 가득했던 디자이너 전범진은 아주 모범적인 회사에 첫 문을 두드렸다. 이후 3년이 지난 후 여지없이 사표를 제출했고 대학원에 재학 중에 NEED21의 유정한 소장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고 그 인연으로 오랜 기간 동안 니드21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그저 일이 좋아 밤낮없이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였고 심지어 결혼 전날에도 새벽 2시에 퇴근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 다소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디자인에 대한 갈망과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다잡고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1995년부터 디자이너로 처음 실무를 시작하고 니드21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 이후 디자이너 전범진은 지난 2006년 10여년 남짓한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스튜디오 베이스’라는 새둥지를 마련하였다.

“가로수 길에 작은 사무실을 개업한 이후 멍하니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던 어느 날, 청평에 주택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고 그로부터 3개월간 그 일에 매달렸어요. 감사하게도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마침내 설계도서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착공을 보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인한 클라이언트의 비보를 접하게 되었어요. 프로젝트의 완성도 문제를 떠나 관계의 단절에 대한 슬픈 첫 경험이었죠.”
그 후 디자이너 전범진은 이다이닝 텐트, 핑퐁, 3692, 알파빌 44 등의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니드21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장병익 소장과 원장은 소장이 연락이 되어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함께 의기투합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스튜디오 베이스의 3명의 소장들은 니드21 유정한 소장님과 오랫동안 일했고 그곳에서 디자인을 배웠습니다. 그 때문에 표현 방법은 달라도 추구하는 방향과 공간에 대한 고민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리며 맞춰왔던 호흡과 익숙함은 스튜디오 베이스의 최대 자산이라고 밝히는 디자이너 전범진은 좋은 팀은 세월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한다고 토로한다. 서로의 익숙함이 최대 장점이 되기도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공간을 다루는 일은 어느 한 사람의 능력으로만 일궈지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한다. 아울러 먼 훗날 자신들이 없어도 누군가가 스튜디오 베이스를 이끌어 가리라 굳게 믿는 것이다.

이후 이들은 아우라 뷰티, 홀릭스, 나일론 핑크, 이니스프리 플래그쉽스토어, 코코 브루니 등의 다양하고 색깔 있는 디자인 작업을 만들어갔다. 본질을 찾아가고 지켜내려는 디자이너의 열정적인 모습은 여러 디자인 작업들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신사동 홀릭스에서는 안경점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본질 그대로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강렬한 레드컬러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경쾌한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헤어숍 아우라 뷰티는 화가의 작업실이었다는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내고 버려진 캔버스를 활용하여 공간을 캔버스 속 작품으로 녹여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화실의 본질을 지켜내려는 디자이너의 의도는 불필요한 장식이 배제되고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화장품 플래그숍 이니스프리에서 역시 자연을 담은 그릇이라는 브랜드 개념을 직설적이고 표피적인 방식이 아닌 감성적, 은유적으로 표현된 자연을 상상하고 자연이 되는 공간으로 맛깔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디자이너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공간에 시도하고 있는 교감의 언어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방식은 스튜디오 베이스의 디자인 작업에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코코부르니 삼청점에서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한옥과 현대적 건물의 적절한 균형과 프랜차이즈가 가지는 통일성을 모던한 본동과 한옥 별동으로 나누어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옥공간은 본래 한옥이 가지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장을 벗겨내고 천연목 그대로의 질감을 살려줌으로써 은은한 멋스러움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한국공간디자인대상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코코부르니 숙대점 역시 35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오래된 것을 아름답게 남겨놓는 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카페 곳곳에 그대로 낡은 시간을 일깨워주는 여러 가지 흔적들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스튜디오 베이스의 고뇌의 결과는 2007에는 마루디자인 어워드 before sunrise상, 2011 한국공간디자인대상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상 수상, 한국인테리어디자인 베스트 어워드 명가명인상 2회 수상을 비롯하여 올해는 편강한의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한국적 스타일 우수공간’에 선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편강한의원은 백(白)이라는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한국적 공간구성의 특징 중 하나인 간(間)을 계획단위로 사용함으로써 공간과 공간이 서로 투영되고 개방되어 소통과 교감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래픽 디자이너, 도예작가,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 여러 분야와 콜라보레이션한 공간··· 오래 사용하고 행동패턴을 아날로그하게 하는 것이 최선

“최근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주변의 그래픽 디자이너, 도예작가,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 여러 분야에 있는 분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작업의 결과가 무척 만족스럽게 나왔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밝히는 전범진 소장은 앞으로 스튜디오 베이스는 공간디자인 작업에서 여러 장르들과 지속적으로 콜라보레이션할 것을 내비췄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공해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실은 자전거를 만들고 자전거도로를 깔 때 생기는 탄소 배출양이 더 크다고 합니다.”

미래 환경을 위해 거창한 무엇을 하기보다도 오래 사용하고 행동패턴을 아날로그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전범진 소장은 생각한다.

“우치다 시게루가 디자인한 두루마리 휴지는 원형이 아닌 사각입니다.” 사각의 휴지는 화장실에서 사용자에게 소리로 휴지의 양을 알려주고 박스에 포장할 때도 그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은 바로 생활 속에서 내재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몸담은 지 어언 20년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부족함 많은 나이이지만 이 일을 시작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디자인 환경은 분명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저변에 문화적 발전이 선행되어야 디자인 환경이 더욱 발전될 것이라 밝히는 그의 말처럼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스튜디오 베이스가 보여주는 공간 작업들은 진솔하면서 깊이감이 묻어나는 디자인으로 넘쳐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어내고 이제 자신들의 표정있는 색깔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나지막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퍼져나간다. 은은함 속에 내재된 성품 좋은 백자의 빛깔처럼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그대로 유지하는 스튜디오 베이스의 디자인에 정직함과 교감이라는 언어를 슬쩍 들어 올려 본다.

AN news
김용삼 편집국장 김정연 기자 전범진 스튜디오 베이스 대표소장
사진 박우진
자료 스튜디오 베이스 www.studiovase.com

전범진+장병익+원장은 Bumjin Jun+Byungik Jang+Jangeun Won

전범진은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환경디자인 전공 석사이다. Need21 실장으로 몸담았으며 현재 스튜디오 베이스 대표, 건국대학교 디자인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다. 장병익은 부천대학교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니드21 실장으로 몸담았으며 현재 스튜디오 베이스 소장이다. 원장은은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환경디자인 전공 석사이다. 니드21실장으로 몸담았으며 현재 스튜디오 베이스 소장이다. 마루디자인 어워드 before sunrise 수상, 한국공간디자인대상 한국공간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상, 명가명인상,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적 스타일 우수공간’에 편강한의원이 선정되기도 하였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