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5
너무 정돈되고 세련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있다. 그 것은 익숙하지못함에서 오는 불편감을 수반한다. 이런 점에서 요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업장의 경우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감을 콘셉트로 익숙함을 내세우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5구역은 ‘공사장’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익숙한 콘셉트를 디자인으로 변화시킨 경우다.
글 | 김명준 기자 ( mj2279@popsign.co.kr)
사진 | 최영락 기자 rak0703@popsign.co.kr
기사 제공│월간 팝사인
‘공사중’인 현장을 리얼하게 재현
5구역은 현재 방배점과 양재점을 운영 중인 ‘쭈꾸미와 석쇠불고기’를 메인으로 하는 음식점이다.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음식을 메인으로 내세우다보니, 독특하면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다고. 현재 5구역을 운영 중인 외식업체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의 오진권 대표는 공사장 함바집의 느낌을 통해 이런 느낌을 주고자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맡은 SIC DESIGN은 “공사장에서 일을 끝내고 먹는 식사처럼 편안하게 고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길 원한다”는 오 대표의 의견에 맞춰 기본적인 콘셉트를 공사중인 현장를 찾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노출된 철근이라든지 거푸집 벽체, 마감이 안된 브로크 벽체 등은 현재 공사진행중인 현장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선택, 구매했다고. 현재 5구역에 사용된 모든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은 현장의 느낌을 리얼하게 살리기 위해 일부러 한번이라도 사용한 중고 제품으로 사용되었다. 홀 입구에는 중고 포크레인을 배치해 현장의 느낌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는데, 이 장비마저도 실제로 가동되는 장비를 분해해서 가져와 재설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SIC DESIGN측은 밝혔다.
건축용 자재를 사인으로 활용
5구역은 외부에서부터 건축용 자재인 호이스트로 마감을 함으로 매장의 콘셉트 및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전면 사인은 열연강판을 사용해서 녹쓴 느낌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전후광 LED조명을 사용해 야간에도 시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호이스트 안에 들어간 메뉴 사인은 스테인리스에 소부 도장을 했으며, 내부에 LED조명을 넣어서 최대한 슬림하게 디자인 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 마감재로 사용된 호이스트는 고층건물공사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로 쓰이는 설비로 건물 높이에 맞춰 세로로 쌓아올려 카고를 움직일수 있도록 사용되는 설비이다. 철근, 철골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가장 구조적인 느낌이면서 볼륨감있고 임펙트있는 소재인 호이스트를 사용하게 됐다고. 중고 제품을 구입한 관계로 현재 보여지는 진노란색으로 재도장을 하였다고 5구역측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인테리어 효과와 매장의 콘셉트를 한번에 보여질 수 있는 선택이라 만족감도 높은 선택이었다고 SIC DESIGN측은 덧붙였다.
‘FUN’&‘POP’
5구역을 규정하는 첫 번째 테마는 ‘공사중’이겠지만, 두 번째 테마를 꼽자면, ‘Fun&POP’이 될 것이다. 군데군데 드러낸 센스있는 문구에서 위트와 재미를, 팝아트를 활용한 벽면 디자인에서 공사장의 분위기를 좀더 세련되게 느낄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담당한 SIG DESIGN에서는 매장 디자인부터 작은 소품까지 오진권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재미요소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부착된 공사장 안내사인과 안전모 착용 안내사인, 함바집에 있을법한 프린트 메뉴판과 벽체에 중간 중간 붙은 포스터, 수저 포장지, 그날의 총무를 정하는 완장까지 5구역에 들어서면서도 나올때까지 다양한 재미요소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매장에서 편안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매장디자인이다.
또한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거친 분위기의 공사장 분위기를 세련된 공간으로 승화하는 요소로 팝아트를 활용해 거친 분위기를 순화하고 세련된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공사장에 흔히 있는 낙서와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기 위해 팝아트 계열의 희화적이며 그래픽느낌의 회화를 선정하여 벽화로 집어넣었다고 SIC DESIGN측은 설명했다.
예전에는 모든 매장이 전문점을 추구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전문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복합적인 성격을 띌 수 있도록 매장이 디자인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5구역의 경우는 식당이라는 전문적인 특성에 주목하면서도, 독특한 콘셉트의 분위기로 편안함과 익숙함을 주는 장소를 기획되어진 공간이다. “식음시설은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제적 활동이므로, 맛 뿐만이 아니라 분위기도 집과는 달라야 한다”는 오 대표의 생각에 따라 비일상적인 공간으로서 재미와 편안감을 추구하고 있는 5구역은 매장의 디자인을 매장의 사이니지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