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4
넨도의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 ‘INDULGI’. 교토 나카쿄(Nakakyo)에 자리한 이 작은 의류 매장은 ‘진짜(Real)’와 ‘가짜(Fake)’, 그 경계를 넘다 들며 펼쳐지는 착시와 유머, 그리고 호기심을 공간에 표현한다. 여기서 진짜와 가짜의 매개체가 되는 오브제는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바로 ‘문(Door)’이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nendo(http://www.nendo.jp)
사진 | Daici Ano
‘INDULGI’는 좁고 깊은 형태의 공간을 지닌다. 이런 형태는 시선을 하나로 모으기엔 좋을지 몰라도, 의류 매장으로서 제품이 놓여있을 때는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다는 단점을 가지기도 한다. 또한 시선의 집중으로 방문객들이 공간과 의류들을 한 눈에 훑어 볼 수 있다면, 공간은 그저 재미없는 배경으로 그쳐버릴 수도 있다. 넨도는 이에 공간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차폐의 요소를 그 안에 도입했다. 시야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공간. 이는 보일 듯 말듯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디스플레이 효과와 더불어 방문객들에게는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전해준다.
차폐의 기능은 공간의 기본 구성 요소인 ‘문’으로 이뤄진다. ‘문’은 본디 역할 중 하나가 차폐이기도 하고, 열림과 닫힘이라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오브제였다. 넨도는 여기에 좀 더 흥미로움을 끌어내기 위한 컨셉으로 ‘문’에 ‘진짜(Real)’와 ‘가짜(Fake)’의 개념을 드리웠다. 공간은 ‘진짜’문과 ‘가짜’문들의 혼재로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펼쳐진다. ‘진짜’문의 본래 역할과는 달리 여러 개의 ‘가짜’문은 행어나 선반, 거울, 가구 등 각각 매장에 필요한 기능적 기구가 된다. 또한 열림과 닫힘으로 방문객들의 시야를 열어주거나 방해하기도 한다. 진짜 혹은 가짜 문을 열었을 때, 드러나게 될 또 다른 공간에 대한 긴장감 있는 호기심 또한 방문객들에게 주는 재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