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6
요즘 길을 걷다보면 두 집 중 하나는 어김없이 빈티지공간을 만난다. 새 것 같지 않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그리 나쁘진 않지만 이젠 익을 대로 익어버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느낌이다. 예전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일 때도 그러했다. 싸지 않은 가격으로 분위기잡고 싶을 때 찾곤 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서로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들어가면 하나같이 어두운 컬러의 우드마감과 낮은 조도, 그리고 테이블마다 마주하던 형형색색의 펜던트까지 ··· 패밀리레스토랑은 다 그러려니 하고 이용했지만 지겨울 만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설계총괄 윤석민/ 윤공간디자인
설계담당 윤공간디자인/ 신화영, 이용훈, 고유리
건축주 (주) 바른손
시공 ㈜바른손 베니건스 김희철
사진 인디포스 송기면, 맥스튜디오 윤재현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2번지 J3타워 5층
용도 레스토랑
면적 777㎡
마감 바닥/ 우드플로링, 벽/ 도장, 천장/ 노출천장
하지만 그 선두에 있던 베니건스가 지금 달라지고 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느냐 하는 일상은 이제 'Well Being Life'라는 특별한 단어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에 중요한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베니건스가 가진 재료와 맛, 서비스에 대한 높은 신뢰와 자신감을 여과 없이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바쁜 도심의 모습 속에서, 삶의 여유와 가치를 찾고자 하는 문화적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레스토랑의 구현, 그것을 위한 접근은 바로 새로운 공간경험과 컬러의 절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디자이너는 말하고 있다.
일산 웨스턴 돔에 위치한 베니건스 더 키친은 들어서면서 부터 압도하는 광경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천장을 가로지르며 일제히 다른 방향으로 퍼져 나아가는 철재 파이프들은 울창한 숲속처럼 공간을 더없이 풍요롭고 아늑하게 채워준다. 'space in FOREST, forest in SPACE'라는 콘셉트로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우거진 숲속 나무그늘 아래의 여유로운 풍경을 그려보았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한 눈에 드러난다. 어떻게 저 많은 파이프들을 천정에 매달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어느덧 디자인의 완성도를 위해 힘써준 작업자들의 노고까지 생각하게 한다. 높은 층고의 장점을 살려 5개의 층으로 레이어 되는 천장 디자인은 시각적인 신선함과 공간의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을 감싸는 중첩된 프레임은 그림자로 인한 새로운 공간을 부여한다. 홀 중앙을 버티고 서있던 기둥의 구조적 거대함은 디자인적 요소로 수용하여 한그루의 아름드리나무로서 공간의 아트 오브제로 변모시켰다.
공간은 크게 3개의 존으로 나누어 계획되어있다. 숲속을 거닐 듯 홀을 지나고 나면 미국 베니건스의 전형적인 외부 파사드를 끌어들인 테라스를 만나게 된다. 내부의 배경이 되는 외부 또는 외부의 배경이 되는 내부가 되는 모호한 공간의 경계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룸존으로 들어서면 천정에서부터 벽으로 이어지는 프레임들의 반복과 유리의 투명함이 소통과 구획을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다. 박공지붕을 가진 또 하나의 집은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따스하게 품어줄 것만 같다. 화이트로 채워진 공간에 따뜻함을 주는 바닥재와 파티션으로 심리적 균형을 맞추고 직접적이지 않은 라이팅의 감각적인 사용은 적절한 리듬감을 불어넣어준다. 보다 밝고 캐주얼한 레스토랑으로 변모한 베니건스 더 키친. 더 이상 빈티지에 갈증을 느낀다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앞으로도 베니건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전국에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라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