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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정성이 깃든 디자인, 생명력 있는 공간

2011-08-23



감동을 주는 공간은 디자인을 대하는 솔직함과 정성어린 손끝에서 시작된다.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디자이너의 순수성과 최선을 다하는 작업과정이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성숙하면서도 손맛이 느껴지는 공간은 디자이너의 오랜 경험치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자료제공 | Say Associate



쎄이어쏘시에이트의 대표 디자이너 나장수는 인테리어 디자인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디자인 작업에 항시 겸손해 하는 성격 탓에 그동안 숱한 작업의 결과물들은 그리 많이 공개되지 않았다. 마치 자리를 떠나면 만나지 못할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긴 시간을 서 있었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제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소소하고 하찮은 작업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 자신이 서있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이 제법 그의 나이를 인식하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온 디자인이 끼를 하나둘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유지하며 골목길의 작은 선술집처럼 사랑받는 생명력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애틋함이 담겨져 있다. 시류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정체성이 분명하며 정성이 깃든 디자인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좌우명이 되어 디자이너의 올곧은 버팀목이 되게 만들고 있다.


노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
한학에 조예가 깊고 서예를 하신 부친의 영향으로 나 대표는 어릴 때부터 사군자와 산수화를 즐겨 그렸다. 눈이 소복이 내리던 밤에 얼어있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고채물감을 녹여 그림을 그리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때의 기억이 현재 자신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감성적 토대라고 밝힌다.

지난 90년 초반 나 대표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디자인회사를 열게 된다. 자신의 감성과 미술적 재능의 끼가 그를 디자이너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것이다. 이후 친구들의 형님들이 하던 회사(개오망)에 자극을 받으며 점차 쎄이어쏘시에이트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 와중에 겪게 된 고난과 궁핍함은 당연함으로 여겼고 정성을 다한 디자인으로 서서히 자리를 다지기 시작한다. 이후 2007년부터 (주)팬텀엔터그룹, (주)디초콜릿이엔티에프의 대표를 맡아 F&B경영에 참여하였고, 뒤늦게 건축공학을 익히면서 공간디자이너로서의 기본을 다져나갔다. 그동안의 경험치를 통해 쎄이어쏘시에이트의 업무영역은 의류 브랜드 매장과 부티크, 호텔, 오피스, 상업공간으로 점차 넓어졌고, 최근에는 커피, 피자, 샌드위치, 치킨, 파스타 등의 식품 프랜차이즈 매뉴얼과 의류브랜드 매장 등 대중과 밀접한 작은 상업공간을 위주로 디자인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오래오래 지속되고 진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나 대표는 뉴욕 맨해튼에 세계적인 디자인기업 갠슬러에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수십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한국인 특유의 감성과 치밀함, 열정과 성실한 자세를 기회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또한 나 대표는 최근 놀랄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카페베네의 디자인고문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토종브랜드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카페베네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 주제와 정체성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유럽풍의 커피카페를 지향하는 카페베네는 애초 커피가 우리문화가 아닌 것처럼 더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내추럴 빈티지를 가미하여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가미하고자 한다.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에 카페베네가 글로벌 1호점으로 진출하면서 패션문화의 중심지에 당당히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항시 주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새롭게 변화하는 디자인 흐름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래를 춤추게 하지 못할지라도 새우가 죽지 않을 방법이다.” 나 대표는 늘 직원들에게 칭찬보다는 잔소리를 많이 한다.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하고 세상을 위한 좋은 디자인을 위해, 디자이너로서의 쉽지 않는 길을 헤쳐가게 하기 충고이다.
생명력 있는 공간의 진솔한 표현을 의미하는 ‘Say'의 이미지처럼 쎄이어소이에이트 디자이너들은 국적불명의 무 개념 디자인을 쫓기보다는 자신이 배워오고 알고 있는 범위에서 완성도 높은 작업을 전개한다. 수많은 디자인 사고를 통해 가급적 주어진 공간에 충실할 수 있는 최적의 어울림을 찾고자 하며, 다분히 현실적 타당성에 기인하여 실험적인 시도들을 조심스레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이 몽롱해지고 염치의 자격지심이 희미해 질 무렵, 디자이너는 과감히 차별화되고 선도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리라고 다짐한다.


나장수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최근 주요 공간작업들에서 잘 드러난다. 시간의 흐름과 감성과의 조화로움을 표현한 압구정 디 초콜릿 커피 공간에서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도심지에서 시간의 흐름과 잔잔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숨어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평범한 소재의 발굴을 통해 자연스러움으로 오랫동안 시간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잊혀 지지 않는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이후 전개된 커피전문점에서 디자이너는 기억의 흐름을 반영하고 시간적 · 물성적 멋스러움을 공간에 반영함으로써 그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제시하였다. 유럽스타일의 빈티지를 새롭게 해석하여 적용한 카페베네 프레스센터점에서는 리사이클된 목재, 부식된 함석, 물성효과를 낸 노출콘크리트 벽면, 생육한 화초 등을 통해 정서적 편안함을 이끌어내는 내추럴시크 빈티지를 적용하고 있다. 빛, 공기 그리고 물을 통한 자연치유의 공간을 시도한 사해스파에서는 미네랄이 풍부한 사해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을 치유한다는 디자인 개념을 공간에 적용하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자연치유의 사해에서 디자이너는 살포시 오래된 목선의 흔적을 덧댐으로써 인위적이지 않은 멋스러움을 공간에 던져주고 있다. 수제화덕피자전문점으로 출발한 블랙스미스에서 역시 담백한 빈티지 질감이 공간에 듬뿍 묻어나며 오래된 듯 하면서도 운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쎄이의 많은 디자인 작업들은 리사이클화한 재료들로 넘쳐난다. 디자이너 스스로 인위적이거나 매끄럽고 고광택화된 소재들을 선호하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친환경디자인이라고 하여 초근목피로 공간연출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우스꽝스러운 자연소재만을 고집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그렇기에 친환경디자인이라는 것의 개념부터 제대로 짚고 가야한다고 말한다. 환경과 친숙하게 만들고 친환경소재를 사용하면 모두 친환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인즉 애초에 주어진 공간의 역사성과 의미, 그리고 그 공간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한 작은 고민들이 담겨 있어야 하고, “있으면 부수고 없으면 만든다”는 무 개념의 공간디자인을 계속하는 한 친환경이라는 의미 자체는 요원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 속에는 부수고 없애고 건축할 것이 아니라 아끼고 지켜주고 살리는 공간디자인으로의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는 반성어린 책망이 담겨져 있다.

디자이너는 건축물의 지속개념이 50년이라면 그것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공간디자인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의 공간디자인문화라는 것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는다.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구호와 디자인서울의 방향은 전혀 일치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변두리 동네의 상하수도정비 저소득층의 주택단열지원, 도심매연감소정책 등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저탄소와 에너지절약적인 사업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건물이나 역사성 있는 건축물 등은 가급적 그 자리에 있게 하고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미명 아래 도시를 함부로 뜯고 부수는 일 자체를 줄이는 것이 친환경 저탄소녹색성장의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인식의 풍토가 서있으면 우리의 공간디자인 개념과 방향도 분명하게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단순함과 정직함에 대한 가치
“우리는 우리가 편히 먹고 보고 만지고 듣고 즐기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따져 볼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단순하고 편안함이고 정직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편안하고 정직함에 대한 가치를 굳이 폄하하고 인정하려하지 않는 것은 문화적 독선이고, 앞선 자들의 비겁함이고, 무지라고 디자이너의 언급한다. 진정한 가치는 원래부터 존재하게 된 본성을 지키며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한식의 세계화를 내걸고 범정부적인 지원과 대기업까지 나서서 한식의 변형된 스타일화와 레시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 비판한다. 지난해에 한 대기업에서 비빔밥 매장을 베이징에 론칭하였지만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우리의 비빔밥은 그저 수백 가지 샐러드에 포함되어진 야채 한가지일 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음식은 한상 차려놓고 이것저것 섞어 씹고 음미하는 음식이지, 양식의 풀코스처럼 따로따로의 음식이 아니기에 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점 역시 가장 한국적인 한상차림의 음식점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삶과 문화의 가치를 우리의 음식에 빗대어 냉철히 되새겨 본다.

굉장한 패션쇼를 보면서도 그 옷이 입고 싶지 않음과 같이 생활과 밀접하게 어울릴 수 있는 각각의 편안함은 무엇일까? 무엇이 대중과 문화적 소비자들에게 친구의 방 같은 편안한 느낌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이런 소소한 의문들이 디자이너의 일차적 고민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클라이언트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라고 생각하는 그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 같이 편안함과 질리지 않은 그러한 것들의 조합은 과연 디자인으로서의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받을 것인가? 그런 것들은 한때 고민하고 버려야할 순진하고 진부적인 발상인가? 이에 디자이너는 세상 모든 것이 크고 화려한 것들의 조합일 수는 없다고 반문한다. 이제 본성에 충실하고 보편타당한 편안함과 정직한 것들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야 되며 디자인문화도 그렇게 되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우리 것과 다른 것들에 대한 구분이 있어야 하고 본성과 정체성에 충실하며 겸손과 배려가 뒷받침 되어야 우리의 올바른 디자인문화가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잔잔히 전해오는 빈티지의 그윽한 향취를 머금고 디자이너의 짙은 감수성은 서서히 피어오른다. 그 내추럴한 바람을 타고 살포시 내려앉은 쎄이의 디자인이 곳곳을 풍성하게 물들이게 되면서 다시금 디자이너는 서서히 자신의 손끝을 새롭게 매만지고 있다. 그 손끝에서 펼쳐지게 될 정성이 깃든 디자인, 생명력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디자인을 위해 정직함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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