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
스타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벤치는 하나같이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보이는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생명력을 선사하는 ‘구불구불’하고 ‘흔들흔들’한 그들만의 독특한 벤치들을 소개한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아르헨티나 출신의 파블로 레노소(Pablo Reinoso)는 예술적 영감을 통해 생명력 있는 벤치를 탄생시켰다. 평범한 목재 벤치에 평소 스파게티 면처럼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감성적인 환타지를 입힌 것. 물론 파블로 레노소도 이 벤치로 스타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릴 적 동화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끝도 없는 역동적인 곡선의 가지는 벤치에 생명의 빛을 투영한다. ‘스파게티 벤치(Spaghetti Bench)’가 실제 건물에 배치된 모습은 나무 줄기가 자라 온 건물을 휘감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벤치 디자인은 순수예술에 도전 장을 내민다. 순수예술과 상업 디자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음을 확고히 보여주는 벤치라고나 할까. 스파게티 면처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일까 아니면 제품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정해진 모범답안은 없다. 말 그대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 혹은 제품’으로 남겨놓자.
▶ www.pabloreinoso.com
이에 맞서는 벤치는 디자이너 튠 플레스켄트(Teun Fleskens)의 치챗(Chitchat)이다. 우리 말로는 잡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벤치는 공공공간에서의 기다림은 좀 더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디자이너의 이런 소신을 담아 한번에 7명까지 앉을 수 있고, 바닥에 고정되지 않은 흔들의자로 고안되었다. 낯선 이들과 함께 낯선 공간에서 밸런스를 이루는 즐거움과 놀이기구를 탄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의자의 중앙 부분에는 나무가 있어 무게 중심에 따라 멋진 흔들림까지 연출된다. 이제 그를 그만 기다리게 해야할 듯하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멋진 여자가 옆에 앉아 그와 함께 밸런스를 맞추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www.teunfleskens.nl ▶ 치챗 유투브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