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30
통의동 보안여관(이하, 보안여관)은 1930년대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서정주 시인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다녀간 전통을 가진 공간이다. 2004년 사실상 여관의 역할을 다한 뒤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전시가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풍경과는 달리 오랜 역사와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곳에서 오는 6월 3일까지 ‘장응복의 레지던스’ 전시가 열린다. 보안여관의 내부를 침실, 식당, 리셉션, 옥외 카페 등으로 재구성해 전통과 근대, 그리고 현재의 시간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모노콜렉션
보안여관 안에 들어서면 시간의 흐름이 공존함을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나무 바닥과 천장에서는 근대 목조 건축의 향기가, 장응복의 인테리어는 전통적이면서 모던한 감각을 전한다. 이 공간 안으로 빛이나 바람이 개입하게 되면, 공간 안에서 세 가지 각각 다른 시간과 역사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살아 숨 쉬는 것을 만나게 된다.
공간 안에서 받게 되는 이질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보안여관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의자에 걸터앉거나 침대 위에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방으로 열려 있는 공간의 모습이나 공간과 공간 사이의 여백을 패브릭이 유연하게 연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응복의 공간은 보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아름답고 보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매력을 이끌어낸다.
이는 장응복만의 독특한 인테리어 개념인 ‘소프테리어(Softerior)’에서 비롯되었다. ‘소프테리어’는 보여짐을 중시한 과시형 디자인이 아니라, 마치 전통 산수화의 여백처럼 소박하지만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 조선 후기 민화와 백자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에 대한 그녀의 관심과 노력은 텍스타일과 패브릭을 통해 전통의 현대적 모던을 이뤄냈다.
전시장 내에는 실제 호텔을 연상시키듯 침실, 식당, 담화실, 접견실 등이 마련되었으며, ‘모노콜렉션’의 제품이 직접 판매되는 상점과 동병상련의 옥외 카페, 조은숙갤러리와 동병상련이 함께한 돌상차림도 마련돼 관람객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