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4
한국만화가 탄생한 지도 100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국만화는 양적/질적으로 성장했고,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개발될 만큼 탄탄한 문화소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남산애니메이션 센터가 인근에 들어선 만화문화공간 ‘재미랑’은 만화소스뱅크의 역할과 동시에 한국만화의 발자취와 방문객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만화방이기도 하다.
글, 사진 | 김희경 객원기자( nigajota5@hanmail.net)
서울의 중심지 명동역 3번 출구 방향에 자리잡은 재미랑은 지하1층, 지상1층~4층까지 총 5층으로, 지하1층은 코믹극장, 1층은 안내 및 전시갤러리, 2층은 전시갤러리, 3층은 커뮤니티 공간 및 운영사무실, 4층은 만화다락방과 옥상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재미랑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999년부터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어 단행본으로도 출간된 홍승우 작가의
<비빔툰 포토존>
이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일상의 단면을 코믹하게 그린 만화내용대로
<비빔툰 포토존>
역시 굳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이 외에도 연필로 그려진 실제 콘티, 원고, 스토리보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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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재미랑 재발견>
코너에는 고우영 작가의 무지개, 윤승운 작가의 서당개 누렁이, 끌레몽 작가의 몽 파파, 홍연식 작가의 고양이 포차를 디지털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고우영 작가, 윤승운 작가를 모르는 신세대와 끌레몽 작가와 홍연식 작가를 모르는 구세대가 조우할 수 있는 코너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부엌처럼 꾸며져 있는
<미슐랭 스타>
는 평면적 만화장면을 입체적 전시로 소개한다. 캐릭터가 요리하는 이미지, 벽에 장식된 주방기구와 그릇은 만화 속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재미랑 속으로, 지하1층에서부터 2층
지하1층으로 가면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 윤 필 작가의
<검둥이 이야기>
,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등의 주요장면이 전시되어 있다.
<신과 함께>
는 단순 전시가 아닌 인터렉티브 전시 기법을 도입하여 관람객이 바닥에 있는 공을 던져 영상에 있는 캐릭터를 맞추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목욕의 신>
의 경우도 센서로 관람객을 인식하여 위에서 내려오는 영상 오브제를 스크린에 비친 그림자로 터치할 경우 반응을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기법은 단조롭긴 해도, 두 웹툰을 사전에 몰랐던 관람들이 추후 해당 만화의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친절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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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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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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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랑>
2층으로 올라가면 윤태호 작가의
<미생>
, 김금숙 작가의
<아버지의 노래>
, 앙코 작가의
<나쁜 친구>
, 홍연식 작가의
<불편하고 행복하게>
의 주요 장면과 작가의 작업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의 전시는 관람객을 웹툰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곳곳에 설치된 캐릭터 조형물들을 바라만 봐도 캐릭터와 함께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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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공간을 즐기자 3, 4층
커뮤니티 공간 및 운영사무실로 사용되는 3층은 만화가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거나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일반인들의 입실이 제한된다.
제일 위에 위치한 4층은 다락방 형태로 꾸며진 만화방과 옥상으로 꾸며져 있다. 통유리로 구성된 만화방에서 옥상과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화를 읽을 수 있다. 아직 많은 만화책이 구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웹툰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다. 창 곁의 테이블 위에서 또는 따뜻한 마룻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편안하게 만화를 볼 수 있고, 이도 싫거나 그저 쉬고 싶을 땐 화이트 보드에 그림을 그려도 된다.
국내에는 일본에 비해 제대로 된 만화애니메이션 공간이 부족했던 바, 관광명소인 남산 인근에 위치한 만화문화공간 ‘재미랑’이, 만화의 거리 ‘재미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함께 서울을 만화로 유쾌해지고, 즐거워지며, 팍팍한 삶에 여유로운 웃음과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