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5
국립민속박물관 내 위치한 어린이 민속박물관에서 2012년 5월 2일, “흥부 이야기 속으로, 박타러 가세, 시르렁 실근 뚝딱!” 이라는 제목의 상설전시가 열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 동화
<흥부전>
을 모티브로 공간 스토리 텔링을 시도해 옛 생활문화를 재미있고 쉽게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어린이들은 흥부가 살았던 공간과 사건들을 따라 전통문화와 흥부 가족의 일상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전통농업체험, 집 짓기 체험, 박 타기 체험, 차례상 차리기 체험, 볼 풀에서 박속 보물찾기 경험 등의 아날로그적인 체험과 인터렉티브 영상,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체험이 함께 어우러져 에듀테인먼트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 사진 | 김희경 객원기자(nigajota5@hanmail.net)
흥부전>
국립민속박물관 내 어린이 민속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공간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공간으로 가져와 관람자인 어린이로 하여금 전래동화 속 주인공이 되게 한다. 2010년~2011년에는 심청전을 공간화한 ‘심청이는 이렇게 살았대요’ 상설전시를 열었고, 2012년에는 흥부전을 바탕으로 ‘흥부 이야기 속으로, 박타러 가세, 시르렁 실근 뚝딱!’ 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은 예약제로 입장할 수 있다. 먼저 전시장에 입장하면 map에서 보듯 ‘형님, 우리는 어디로 가라는 말씀이오-흥부 가족 도와주기’를 방문하게 된다. 이 부분은 전시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간 스토리텔링에서 대개의 경우 프리쇼(pre-show)에 해당한다. 프리쇼는 전시 스토리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한다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전시 관람의 맥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흥부네 가족이 힘들게 길을 떠나는 애니메이션이 왼쪽 벽에 나타난다. 맞은 편에는 ‘손을 넣어 보세요’라는 표시가 있고, 그 옆에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총 4개의 구멍이 있는데 손을 넣으면 호롱불, 부채, 비를 막아주는 손 등이 나타나 길을 밝혔거나, 시원하게 해주거나, 비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비록 간접체험이긴 하지만 어린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흥부네 가족을 도왔다는 것에 뿌듯해하고, 4개의 구멍에 손을 집어넣는 행위 자체를 무척이나 재미있어해서 맨 앞에 있는 구멍부터 맨 뒤에 있는 구멍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여러 번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반대편 벽에 나타나는 화면을 보고 즐거워한다.
흥부네 가족을 도와주는 인터렉션 체험을 끝내고 오른쪽으로 돌면, 흥부네 식구가 일하는 텃밭이 나온다. 전시 map에서 ‘1부, 가난해도 오순도순 흥부네 식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어린이들은 장난감 농기구와 농작물을 가지고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벽에는 쟁기, 키, 고무래, 호미 등 풍속화에 나온 농기구 그림과 설명이 붙어 있고, 어린이들은 장난감 농기구로 바닥을 갈기도 하고, 감자, 고구마, 배추, 무 등의 장난감 농작물을 심기도 한다. 농기구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도시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체
험이다.
맞은 편에는 옛날 사람들이 머리에 짐을 이고 징검다리를 건넜던 것처럼, 짚풀로 만든 바구니를 이고, 알록달록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 모형 징검다리를 건너는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텃밭 옆에는 흥부네 초가집이 있는데 물레, 다듬이질 등 옛 여성들이 하던 가사일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다듬잇돌 옆에는 자그마한 상에 다리 하나가 빠져있는 제비가 있는데 ‘제비 다리를 고쳐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비 다리는 자석으로 되어 있어서 제비의 몸에 붙이기만 하면 쉽게 고칠 수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흥부전을 알고 있어서인지 부러진 제비 다리를 보고 의아해하지 않고, 곧바로 제비 다리를 고쳐준다.
‘2부, 시르렁 실근 뚝딱 박타러 가세’는 전시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흥부전에서 다리를 치료받은 제비는 보답으로 흥부네에게 박씨를 선물하고, 그것을 지붕에 심은 흥부네는 자라난 박을 톱으로 갈라보니 그 안에서 금은보화가 나온다. 이것을 전시장에서 어린이들은 흥부, 흥부 아내, 흥부네 아이들이 되어 힘껏 박을 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크고 둥그런 모형 박이 한가운데에 놓여 있고, 도우미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커다란 모형 톱을 잡고, 양쪽에서 톱질을 하면 박의 가운데가 벌어지면서 각양각색의 보물, 보석, 돈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박에서 나온 사람들은 흥부의 집을 으리으리하게 고쳐주는데, 박타기를 끝낸 어린이들은 박에서 나온 사람들이 되어 블록으로 흥부의 집을 멋지게 만들어 볼 수 있다.
맞은 편에는 박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키 130cm이하의 어린이만 들어갈 수 있는 이 작은 방에는 알록달록한 볼풀이 바닥에 깔려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이할 수 있다. 이곳은 볼풀 속에서 박속 보물을 찾아내는 것으로 일종의 보물찾기 놀이이다. 몇몇 볼풀에 보물 스티커가 붙어 있고, 어린이들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인데 별다른 보상이 없어서 아쉽지만 스티커는 보물뿐만 아니라 전통 물건 그림이 붙어 있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
흥부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놀부는 무척 화가 나서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제비에게서 받은 박을 타보니 그 안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놀부를 혼내주는 것들로 가득하다. ‘3부, 심술이 난 놀부’ 코너에서는 지금까지는 어린이들이 주로 시각과 촉각의 자극을 받는 체험을 했다면 이곳은 놀부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하여 시각 체험을 할 수 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코믹하게 표현된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그 후 흥부와 놀부는 사이좋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4부, 흥부와 놀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서는 옛날 집의 안방과 부엌의 구조, 추석 상차림, 한복 입어보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한복 입어보기에서는 옷을 입는 순서, 옷고름 매기 등 전통한복 차림새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추석 상차림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상에 놓아봄으로써 상차림의 의미와 순서를 체득할 수 있다.
전시의 결말 부분인 이곳에서는 제비종이접기, 투명지로 그림 따라 그려보기, 디지털 퍼즐 등 끝까지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에도 흥부전이 실린 옛 교과서, 독일 동화책 등을 전시하고 있다.
“흥부 이야기 속으로, 박타러 가세, 시르렁 실근 뚝딱!” 전은 박물관의 전시물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관람하게 하는 3인칭 시점이 아니라 관람객인 어린이들을 흥부전에 나오는 인물들의 역할을 하게 하는 1인칭 시점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체험하는 어린이가 곧 흥부 혹은 흥부가족이 되므로 1시간 이상 어린이들은 동화 속 세상에 푹 빠지게 된다. 이곳은 옛 생활을 즐거운 체험으로 배울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