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5
브랜드숍(Brand Shop)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품을 돋보이게 하여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 말하자면, 공간의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숍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는 브랜드숍 뿐만 아니라 공간, 혹은 제품을 통한 마케팅 전략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치호앤파트너스(CHIHO&Partners)의 최근 프로젝트인 일룸 브랜드숍(iloom Brandshop)은 단순함의 미학과 사용자 위주의 기능성으로 이 같은 브랜드숍의 역할을 한껏 살리고 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치호앤파트너스
디자이너 김치호 / 치호앤파트너스(02-572-0860)
디자인팀 신승용, 반주리, 정혜리
클라이언트 일룸
시공 COMO건축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7-25
면적 950㎡
외부마감 바닥 : 거창석, 인조잔디 / 벽체 : 접합유리, 금속+분체도장, 드라이비트
내부마감 바닥 : BOLON, 콘크리트, 원목마루, 마천석 / 벽체 : 도장, PANTONE Color Paint, 버티컬가든 / 천정 : 스페셜도장, 무늬목, 바리솔
사진 송기면, 김영 / 인디포스
일룸 브랜드숍이 들어선 곳은 논현동 가구거리로, 많은 경쟁 가구숍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과감한 파사드나 화려한 이미지들로 다른 숍들에 비해 튀는 디자인을 원했다. 논현동 가구거리의 랜드마크적 입지를 가져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의견은 달랐다. 너도나도 튀어 보이려고 하는 곳에서 오히려 담백한 미니멀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다. 다양함이 혼재하는 곳에서의 튀는 디자인은 잠깐의 이목을 끌지는 모르나 또 다른 디자인이 계속 들어서게 되면 결국 금방 식상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겉치장 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기능성을 강조하자는 것으로 이는 클라이언트가 가졌던 고민에 대한 디자이너의 진중한 해석이자 제안이었다.
건물의 외관은 커튼월로 내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제품 디스플레이와 공간 안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리에 비쳐지며, 그 어우러진 모습 자체가 파사드 이미지로 변환된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일룸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파사드인 셈이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컬러와 소재감은 내부공간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조형적인 통일감을 전해준다.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구성되는 내부공간에서는 동선의 배려가 돋보인다. 전체 층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를 두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동선과 그에 따른 디스플레이 배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전시된 가구제품을 편안한 흐름으로 둘러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시즌마다 변화하는 가구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가변 파티션 시스템으로 가구배치에 있어 유연한 공간활용을 가능케 했다.
공간의 특징 중 빠질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친환경이다.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LED조명계획이나 친환경 마감재, 재료의 재활용 등 기본적인 것뿐만 아니라 1~2층을 아우르는 오른쪽 전면 벽에 버티컬 가든을 두어 친환경의 상징적 의미까지 들여놓았다. 친환경은 일룸의 브랜드 모토이기도 하다. 참고로 건물 상부의 루버는 일룸 공장에서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룸 브랜드숍에는 제품 전시공간 외에도 스타일제안, 고객체험, 전문컨설팅 등 소비자 니즈에 따른 공간들도 마련되어있다. 가구라는 제품이 마트에서 물건 사듯 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에 소비자마다 적합한 스타일링이나 컨설팅의 필요성을 수용한 것이다.
치호앤파트너스의 김치호 대표는 스스로를 분석적이라 말한다. 디자이너의 주관적 취향이나 트렌드보다는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용도와 장소에 가장 적합한 공간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가 바탕이 된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에 따른 디자인적 해석을 내놓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과정에 충실해질수록 공간의 완성도는 높아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