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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일상 속으로 스며든 자연과의 교감

2009-12-08

석촌호수공원, 이 곳은 30여 년의 시간 동안 인근 주민들에게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온 인공호수이다. 흐른 시간 만큼이나 호수의 주변 마을도 달라졌다. 높은 아파트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잿빛 콘크리트 빌딩들이 호수 외부 이곳 저곳에 솟아올랐다. 이렇게 주변 환경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동안 호수는 그 시간 동안 그 곳을 지키며 자라온 나무와 풀이 진한 녹을 더하고 있다. 여전히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가볍게 나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으스름해질 시간에는 연인들에게 흔쾌히 길을 내주기도 하며 사람의 냄새가 나고 자연의 냄새가 나는 익숙하고 편한 장소로 우리에게 미소 짓는다.


최근 송파구청에서는 석촌호수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좋은 시설을 제공하고자 기존에 있던 공중화장실과 연계된 매점건물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공모했다. 총 두 개 시설에 대한 공모였는데, 로담에이아이(Rodemn A.I)의 ‘호수(hosoo)와 빠삐용(papillion)’이 선정되었다. ‘호수’는 북쪽에 위치한 다이닝 바로 올해 말 경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고, 먼저 선보인 것은 남서쪽에 위치한 카페 ‘빠삐용’이다. 빠삐용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외부와의 경계를 가볍고, 투명하고, 허약하게 설정한 공간은 마치 이 곳이 다른 특별한 공간이 아닌 원래부터 공원의 일부분이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공원의 푸르른 녹과 겹쳐진다. 바람이 지나가고 물이 흐르듯, 석촌호수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빠삐용을 이용한다. 지긋하신 나이의 어르신들이 친구와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모습, 유모차를 끌고 온 아주머니들과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그리고 젊은 남녀의 사랑스런 모습들.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들이 이 곳에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빠삐용은 욕심이 없는 공간이다. 모든 것을 석촌호수공원에 내주고 스스로는 비어있다. 부유하는 세 개의 집, 테이블, 의자, 데스크, 스탠드, 화분 등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떠한 디자인 법칙에 의해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배치되고, 때로는 모두 비워지기도 할 수 있다. 석촌호수공원의 계절적 변화가 주는 다양한 색과 분위기, 하루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빛이 빠삐용의 배경이 되고, 그것이 이곳의 디자인인 것이다. 석촌호수공원의 있는 그대로를 좀 더 편안하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약간의 배려를 더했을 뿐이다.

모든 장소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특히 상업공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작업은 그 공간만의 의미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때로는 공간 자체가 의미가 되기도 하고, 빠삐용처럼 주어진 환경에 스며들어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가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빠삐용은 석촌호수공원이라는 자연과 그 곳 사람들의 허물없는 교감의 매개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 / 길영화 기자, 사진 / 김재윤


디자인 김영옥 / 로담에이아이 디자인팀 로담에이아이 / 시민준• 강지연• 최성우 시공 로담에이아이 / 서정용• 김진한 위치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7 석촌호수공원 서호 내 용도 카페 대지면적 1,365.45m2 건축면적 516.48m2 설계기간 2008.12~2009.3 공사기간 2009.3~9 협력업체 루미너스엘이디(조명), 제인인터내셔널(가구), 전준서 목공팀(목공), 이영만 도장팀(도장), 광명금속(금속), 거인광고(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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