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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사람과 공간, 문화와 공간을 엮어가는 소통의 장

2009-08-11


디자이너의 공간작업은 켜켜히 쌓여있는 자신의 내면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이라는 난제를 딛고 당당히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적 가치를 공간에 실행시켰을 때 그 의미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그 동안 여러 공간 작업에서 보여주는 디자이너 장순각의 재치 넘치고 실험적인 사고의 틀은 현재의 공간 디자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년전, 디자이너가 라벨뽀즈라는 이름의 마터니티센터에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했을 때는 작품에 대한 욕심보다는 클라이언트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번에 두 번째로 선보이는 라벨뽀즈 포레에서는 그들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자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따뜻함이 녹아든, 그로 인해 산모와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라벨뽀즈 포레와 함께 선보인 또 하나의 작품은 대학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한양대학교 본관건물이다. 24시간 일하며 연구하는 사람들, 여기에 문화적인 첨단기술의 하이테크를 쌓아올린 학교라는 공간에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언어를 부여한다. 디자이너 장순각은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기 보다는 그 안에 담겨지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공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컨텍스트를 그려나감으로써 새롭게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상업적인 이익이나 목적을 위한 공간이기 보다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하며, 그 안에 담겨지는 이들과 문화를 함유하는 공동체 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산 밑자락에 바로 자리한 건물은 시각적 방향성을 생성시켜주는 첫 단추가 되었다. 빛이 유입되는 방향을 따라 남동향의 방 배치가 이루어지고, 남향의 따사로운 빛이 비추는 곳에는 휴게공간이 자리한다. 창과 면하지 못 한 방들은 휴게공간과의 공간적 연속성으로, 천장에 창을 냄으로써 외부의 빛이 유입되도록 하였다. 공간의 중심에 자리하는 이 콘셉트 룸은 휴게공간에서 이어지는 빛과 풍경으로 독립적인 공간이 된다.


마을에서 보여지는 풍경처럼, 각각 다른 형태적 조형성으로 동서남북에 놓여진 공간들은 어느 길가에서도 특별한 모습으로 보여지게 된다. 고정된 각에서 벗어난 박공지붕의 해체된 각과 그 위로 겹쳐지고 스쳐가는 곡선의 매스는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새로운 조형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끊어질 듯 이어진 천장의 선과 백색 덩어리의 곡선의 흐름, 우드의 따뜻한 물성으로 감싸진 집들. 그 사이사이 자리한 방들은 원석의 의미를 담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치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원석에 담긴 각각의 의미로 아이와 산모의 안녕을 바라는 이곳은, 짧지만 편안하고 아름다운 기억이 차곡차곡 담겨 따스함이 풍겨진다.


애지실천(愛之實踐). ‘사랑의 실천’이라는 한양대학교의 건학이념이 새겨진 이곳은 학교를 대표하는 대학 본관건물로서 여러 의미가 담긴 복합적 공간이다. 기존의 네오 클래식(Neo-Classic)한 건축공간에 기념비적으로 들어선 보이드 공간은 실내건축 디자인의 좋은 출발점이 되었다. 남향의 빛이 직접 내부로 관통되도록 하고, 빛이 비추는 보이드된 면에 새겨진 한자는 이를 인지하는 시각적 높이와 1:3 이라는 기본비율로 계산되어 자리한다. 이는 시각적 각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천창을 뚫을 때 빛이 떨어지는 깊이와도 유사성이 있다. 로비부분의 보이드는 1:5 정도의 비례감으로 자연 인지보다는 의도적 인지라는 고전적 설계기법을 차용하고, 보이드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각 층 난간이 실내디자인 방향의 주안점이 되었다.


난간을 없애고 두터운 벽체를 올려 시각적 연속성을 추구함으로써 의도적 인지를 높이고, 이는 보이드면과 대비를 이루며 공간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벽을 통해 유도된 시선은 ㄱ자로 꺾여져 연속되어 이어지는데 그곳에 LED를 이용한 가상의 천장을 두어 메모리얼 보이드(Memorial-Void)의 없어진 천창을 대신하도록 하였다. 로비 중앙부분의 보이드 공간을 지나 맞닥뜨리는 중앙계단은 클래식의 무 방향성을 그대로 존중하고 조금 더 경건한 리듬을 만들고자 라이팅 모듈러(Lighting-Module)를 디자인한다. 즉, 이동이 많은 홀 부분은 인포메이션 데스크와 5층 높이의 두터운 벽체의 방향성으로 동선을 유도하였고, 이미 안착되어진 중앙계단에서는 고전적 설계 방법에 순응하여 그 고유의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의도이다. 계단까지 스며드는 자연광과의 연속성을 위해 거대한 빛 천장을 동선의 중심에 둠으로써 방문자에게는 색다른 빛의 경험을, 사용자에게는 짧은 상쾌함을 경험하게 하는 중심공간을 마련하였다.

취재 | 명선아 기자, 사진 | 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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