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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공간으로의 몽환적 항해

2005-11-15

집합 건물 속에 또 다른 건물을 구획한다는 것은 건축의 신선함을 자아내는 장치이다. 실내 공간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애초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 있지만 그 속에 저마다 다른 공간색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바셀의 디자인은 시작된다.
신시가지로 계획된 천안의 불당동은 자연의 수려한 풍광 속에 둘러싸여 이제 새롭게 도시가 들어서고 있는 형상이다. 전혀 새롭게 변해버린 무덤덤한 도시, 그 속의 빽빽이 들어찬 건물들. 그 한 건물 속 상층부에 바셀의 공간은 다소곳이 자리한다.
이에 바셀의 공간은 처음부터 무언가 색다름을 필요로 하였고, 디자이너는 공간 속의 공간이란 언어로 낯선 환경에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마치 깊은 심해를 유영하듯 흘러가는 미지의 공간들을 집합 공간 속에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수직동선을 타고 다다른 바셀의 출입구면에는 수풀을 형상화한 거대한 발포석고 패널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흡사 내부공간으로 들어서기 전 잠시 호기심에 취해보라는 듯. 커다란 활엽수 그림을 지나 이어지는 내부공간은 크게 바와 홀, 룸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신비로운 모험에 취하듯 어두운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높낮이를 달리한 파티션과 흑경 처리된 기둥과 벽면이 차분히 동선을 구분 짓고 있다.

흑경 처리된 기둥과 에폭시로 마감된 바닥은 반사성을 더하여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야릇한 흥분감 마저 느끼게 한다. 파티션 너머로 언뜻언뜻 바라다 보이는 공간과 움직임은 디자이너가 공간에서 표현하고자 하던 관음성으로 요약된다. 이는 곧 잔잔히 내려깔리는 흑빛과 파티션의 환한 조명으로 묻혀지게 되고 바닥을 치장하고 있는 꽃길을 통해 은은한 향기로 피어나게 된다.


바셀의 내부 공간의 흐름은 미지의 세계를 항해하는 듯이 자못 신비스럽게 펼쳐져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서 보여 지는 유리 파티션의 조명박스와 클래식한 패턴은 점층적인 구조로 길을 인도하듯 높고 낮게 구성되어 있다.
메인 홀 한쪽에 자리한 바의 영역은 방문객을 잠시 환희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붉은 색의 벨벳 커튼이 벽면을 물결치듯 흐르고 15가지의 띠를 달리한 클래식한 몰딩이 멕스코산 오닉스 원석을 떠받치고 있다. 흡사 검정바다로 출항하는 선박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자 했다는 디자이너의 표현처럼 잠시나마 머물게 되는 공간에서 색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기 위함이다. 그와 동시에 경사진 흑경으로 처리된 한쪽 벽면은 바의 움직임을 조심스레 비추고 있다. 바에 사용된 돌은 빛을 함유하게 되면 컬러와 입자의 착시가 생겨 리큐르한 상태로 보여 지게 된다. 바에서 부스홀로 이어지는 동선은 바의 사선처리로 공간의 확장감을 증폭시키고, 이는 다시 부스의 사선두기로 인해 평면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있다. 반듯하게 정해진 평면이지만 어긋나게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변화를 유발시키고 있는 셈이다.

홀 안쪽에 자리한 부스형태의 개방적인 룸은 이오니아식 기둥과 주두, 돛을 단 듯한 파티션, 커다란 장축의 커튼월로 구성되어 안정된 분위기를 이어준다. 폭포를 의미하는 실크 소재의 흘러내리는 듯한 붉은색 커튼월이 바와 같이 부스 벽면에서 반복된다. 안쪽 VIP룸과의 경계면에는 모자이크 타일의 붉은 색 분수가 소리와 빛을 통해 잠시 머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이를 고대와 현대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항해의 장치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바셀의 공간에 항해라는 디자인 언어를 반영하여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공간을 풀어내고 있다. 항해도중 만나게 되는 과거의 흔적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바다의 움직임, 폭포 같은 물길 등은 새롭게 재해석되어 공간에 여실히 녹아있다. 비록 현대적인 재료로 표현하였지만 재료가 가지는 물성의 광택과 질감 색채의 대비, 마찰과 대립, 그리고 융화를 통해 서로 유기적인 만남을 추구하게 한 것이다. 그 속에 살포시 젖어든 바닥의 블랙 에폭시는 사물의 모든 움직임을 역 반사시켜 몽한적 환영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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