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역 사거리 도심 한복판에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음식인 냉면, 갈비탕의 향토음식점이 생겼다.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은 이명희 소장은 도시의 지역성과 한국의 전통성을 고려하여 편안하고 테마가 있는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빠름’과 ‘성장’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현대인들은 이제 자연에서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 ‘도곡동 고박사냉면•왕갈낙탕’은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와 색을 공간에 도입하여 편안함과 생동감을 전달하고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건물의 외관은 자연적이고 전통적 모습으로 재현하여 거리에 운치를 한껏 드러낸다. 그 느낌 그대로를 내부로 유도하며, 내부공간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한국적 우아함이 물씬 풍긴다.
디자이너는 고향집의 정취와 도심 속의 고향, 즉 도심 속에서 느끼는 고향의 정취를 의도하고자 하였다. 고재, 돌, 흙, 잔디 등 옛 정서의 함유물과 함께 항아리와 물확 등은 우리의 전통적인 멋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듯 하다.
넓게 펼쳐진 내부공간은 선이 주는 절제미와 단아미가 느껴지며, 병풍을 연상케하는 커다란 문에 그려져 있는 담담한 색조의 민화는 공간의 시각적 재미와 푸근한 한국적 감성을 전달한다.
중앙 홀에 있는 큰 느티나무, 하늘천장, 난석과 자갈을 깐 바닥의 자연적인 요소는 외부와 경계 없이 자연적이고 옛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것이며, 나무그늘 아래서 오순도순 모여 음식을 먹었던 추억의 정서를 담고 있는 듯하다.
자갈과 고목의 디딤판이 눈에 띄는 화장실의 천장에는 날아가는 듯한 금속나비가 한층 더 정서적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화장실 내부 또한 전통도기와 손잡이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디자인된 청색의 자개문양으로 전통미를 표현하고자 한 디자이너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한국의 미는 직관적이고 청신하고 무한한 멋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처럼 많은 이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의 진가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고미술품은 어느 곳에 놓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현대성을 갖추고 있다.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전통미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과거로 회귀하기 보다 그 느낌과 정서를 현재에 맞게 공간 안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