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0
100% 디자인
젊고 개성 있는 요즘의 디자이너들. 그들은 자아가 강하고 새로운 문화에 민감하다. 튀는 무언가로 자신을 알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때로는 열정과 젊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로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최근 문을 연 두에미오 매장은 여러 분야 디자이너들이 치밀한 준비와 재치로 이러한 한계를 하나씩 해결해나간 노력의 결과물이다.
동시대 여성들에게 개성있는 패션소품을 제안하는 두에미오. 그들은 1년 전부터 테스트샵을 직접 운영하면서 판매와 홍보를 통해 브랜드의 성격을 잡아나갔고, 투자자를 만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 그룹 엘라스티코리아에게 그 첫 번째 매장 디자인을 의뢰했다.
엘라스티코리아는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항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두에미오의 대표가 몸담고 있어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에미오 매장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서로 의견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 더욱 개성있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남과 여 그리고 관계
두에미오와 엘라스티코리아가 함께 고민한 주제는 ‘여자’다.
여성을 주제로 한 소품으로 여성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엘라스티코는 우선 여자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여자는 부드럽고 섬세해서 연약해 보이지만 결국은 강인하고 논리적인 남자를 유혹하고 포용하기도 한다.
해파리와 같이 황홀하고 섬세한 여자는 단순한 남자의 감각에 마법을 걸고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꼼짝 못하게 한다.
이것은 이탈리아나 남성중심 사회인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여자의 모습은 외형의 덫에 불과한 것이다.
두에미오가 여성 고객들에게 제안하는 액세서리는 이런 여자들의 덫에 더 큰 힘을 실어주며, 이로 인해 여자는 더 매혹적이고 황홀하지만 위험한 존재가 된다. 두에미오 매장은 바로 이런 여자의 모습이다.
무언가를 감춘 듯한 작고 우아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벨크로(Velcro)로 만들어진 커튼은 황홀한 모습으로 먹이를 유혹하는 해파리의 촉수와 같다.
부드럽고 섬세한 벨크로 촉수로 동그란 아크릴 선반을 단단하게 붙들어 놓아주지 않는다.
이 아크릴 선반은 해파리에 사로잡힌 먹이이자, 여자가 유혹한 남자다. 일명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는 접착면인 루프(Loop)와 고리로 된 훅(Hook)이 서로 맞물려 붙게 되는 접착식 테이프로, 면도 안한 수염과 같이 딱딱한 ‘남자’벨크로가 부드러운 ‘여자’ 벨크로를 건드리는 순간 바로 붙잡히게 된다. 서로 맞물려 떨어지지 않는 모습 또한 두 연인의 모습과 같다.
이렇게 참신한 메커니즘의 벨크로 공간은 화장이나 옷으로 외모를 가꾸는 여자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강한 인상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
뿐만 아니라 상품을 언제나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은 실용적이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결국 이 즐거운 ‘사랑의 덫’에 걸리는데 가장 필요했던 것은 다름 아닌 디자인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