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9
카페형 병원? 의사가 있는 카페? 제너럴 닥터를 소개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카페인지 병원인지 헷갈려 한다. 뭔가 특이한 공간인데, 정확하게 선을 긋기 애매하다.
카페 분위기의 병원이던가, 카페 주인이 의사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제너럴닥터의 문을 열었다. 말 그대로 카페와 병원이 함께한다. 누가 누구에게 세 들어 있다거나 속해 있는 것이 아닌 서로의 영역에서 오롯이 존재하고 또한 부드럽게 엮여 있다. 소독약 냄새 대신 커피 향이 진동하고 테이블 너머로 청진기가 흘깃거리는 공간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dslee@jungle.co.kr)
사진| 스튜디오 salt
알코올 냄새와 차가운 진료도구, 고통으로 일그러진 환자의 얼굴과 그 고통을 가장 무심한 표정으로 대하는 의사…. 병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죽겠네~!’ 하는 소리가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는 절대 발걸음을 하지 않는 곳. 사람들이 무식하리만큼 병을 참는 것에는 이런 병원이 주는 생경한 느낌의 공포가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런 병원에 있는 의사 또한 즐겁지는 않았을 터. 모든 사람이 거부하는 공간에 앉아 고통으로 일그러진 환자의 얼굴을 바라봐야 했던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도 그랬다.
그는 예방접종을 하면서도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대화를 하는 등 정성으로 진료하면서 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성스런 치료만이 최선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디자인을 달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병원을 꿈꿨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카페. 자연스럽게 드나들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인 카페를 병원으로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커피도 마신다’는 정도로 병원 공간의 분위기 전환 정도로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카페에 병원이 세 들어 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카페가 되어버렸다고. 게다가 아예 카페와 병원으로 사업장 등록을 해놓았으니 어엿한 카페도, 완전한 병원도 되는 공간인 것이다.
사람에게 환경이 중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병원이란 특수공간을 누구도 이렇게 바꿔볼 생각은 못했을까? 대기시간을 지루해하고, 병원을 꺼려하고 무서워하는 환자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김승범 원장의 이런 생각은 ‘메닉디자인’이라는 의료환경디자인에까지 확장된다. 메닉디자인은 바로 제너럴닥터라는 공간을, 병원의 환경을 새로이 디자인을 하고 환자들과 소통을 하고, 그들을 위한 의료기구를 디자인하는 등 의료환경에 포함된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것을 뜻한다.
제너럴닥터는 영화연출자인 그의 형과 함께 만들었다. 이미 근처에 바를 인테리어했던 경험이 있는 그의 형은 제너럴닥터도 개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편안하고 색다른 공간으로 완벽하게 연출된 초기 모습은 김승범 원장의 게으른 손길이 더해져 진정 편안하게 늘어질 수 있는, 누구든 하루종일 뭉개고 있어도 좋은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간과 뜻이 맞는 작가들에게는 갤러리가 되어주고, 좋은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하고 유행하는 게임으로 제너럴닥터배 대회를 준비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멋들어져 보일 생각은 없었다. 커피 마시러 오던 손님이 어느 날 환자로 찾아오고, 환자가 카페에만 죽치고 있다 돌아가도 상관없다. 공간을 함께 느껴줄 수 있도록 그는 느슨하게 문고리를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으로서 제너럴닥터는 모든 병을 다 본다고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기본적으로 모든 과에 대한 진료가 가능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공과목을 굳이 나눠 개원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로 인해 환자에게 자신의 병을 스스로 분류하여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만들었다. 물론 전공의는 분명 필요하다. 단지 동네병원에서까지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전문의가 필요한 상황에는 전문병원으로 양도하면 된다.
제너럴닥터가 문을 연지도 8개월이 지났다. 지난해는 공간을 편안하게 풀어 놓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기에 아직 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이 그의 머리 속에 꽉 들어차있다. 올 해는 그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꺼내 보일 계획인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청진기다. 따뜻한 인형의 심장에 청진기를 달아 아이의 가슴에 안겨줄 생각을 하는 이 멋진 의사선생님이 있는 병원이라면 매일매일 놀러 가도 좋을 것이다.
모호한 공간이란 생각에 제너럴닥터의 문을 열지 못했다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사진을 보아도 아직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제너럴 닥터를 다시 소개한다.
제너럴 닥터는 아무 이유도 없이 지나가다 문 열고 들어가 앉았다가 나와도 좋고, 목이 마르면 커피를 시켜도 좋고, 한 쪽에 놓인 풍금을 울려보아도 좋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창문 앞에 서서 종일 놀아도 좋다. 또 독감예방접종을 맞아도 좋을지 한 시간을 상담해도 좋고, 뜻 모를 불면증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도 좋다.
지나가다 돌부리에 걸려 피라도 흘린다 치면 당장 제너럴닥터로 뛰어가자. 붉은 피를 보면 의욕이 불끈 솟는 의사선생님이 당신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