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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의 출현 유비쿼터스 공간

2007-03-20


글 │ 장성주 (서울 벤처 정보 대학원 대학교 유비쿼터스 시스템학과 교수 / KAIST U-Space 연구센터 겸직 교수)

건축은 공간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 건축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우주공간, 사이버 공간, 도시 공간 등 공간이라는 말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사실, 건축물이나 도시는 수없이 많은 종류와 규모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공간은 예로부터 많은 철학자들 사이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어온 주제들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라는 철학자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려 했다.
그는 우리의 신체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체로서의 개별적 인간이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공간을 파악하고 있다는 관점을 피력하였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실재하는 공간 그 자체와 융합해서 살아갈 뿐 아니라 우리의 이미지 속에 있는 가상적 공간과의 일체화까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간은 단지 사물에 의해 생성되는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고 우리들 자신들이 생성하는 추억의 공간, 꿈의 공간, 전설상의 공간 등과 같이 이미지화된 공간들을 포괄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양의적(Ambivalent) 공간을 발생시키게 되며, 또 그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구축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가상현실적 경험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즉, 물리적인 공간과 전자화된 공간이 융합된 형식의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고 있으며 혹자는 이를 유비쿼터스 공간이라 칭한다.
사이버 공간, 즉 센서와 컴퓨터의 도움으로 창출되는 가상적 환경과 물리적 공간의 상호관입에 의해 창출되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인 유비쿼터스 공간에서는 단일 물리적 공간을 다양한 가상적 공간으로 변환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들을 주체가 옮겨 다니면서 단일 물리 공간, 예를 들면, 자신의 주거 내에서나 가능한 체험이나 활동들을 주체가 위치한 다른 장소들에서도 연속적으로(Seamlessly) 유지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확장된 공간 및 장소체험의 가능성은 기존의 장소에 대한 체험형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혼란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CAVE나 고글 등을 이용한 침잠형 가상현실 기법이 제공하는 공간 및 장소 체험,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한 환경, 정감적 환경, 혹은 실존적 환경의 구축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실재공간과 가상공간의 관입은 유비쿼터스 공간의 등장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주요한 양상이다.
유비쿼터스적 공간의 성립과 관련하여 경험이 주체의 감각기관에 전해지는 모든 자극들의 총화라는 인식론적 입장이 ‘실감공간’ 구축의 존립 근거이다.
물리적으로 신체가 놓이는 실제 공간과 경험상의 가상공간의 분리 혹은 양립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다차원적 공간 경험, 혹은 혼합적 실재(Mixed Reality)의 상태가 유비쿼터스적 공간의 주된 특징이다.
전자적으로 구축된 침잠형 공간인 가상공간의 존립근거가 여기에 있다.

유비쿼터스적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정보기술 및 통신기술의 힘을 빌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환되거나 거주자의 요구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언제나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지능형 공간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시스템들을 통해 이렇듯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1991년 제록스사의 팔로 알토 연구소(PARC)에 재직하던 마크 와이저 박사에 의해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유비쿼터스 공간에서 거주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과 대화를 위해서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차세대 이용자 인터페이스 기술로 불리우는 음성이나 제스처를 통해 거주자의 요구를 시스템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하면, 미리 설치되어 있는 여러 기기들과 이들에 장착된 센서들로부터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특정인의 요구에 맞도록 조명의 변화, 텔레비전의 채널 변화, 특정 소비자가 원할 만한 구매 상품 리스트의 제시 등 여러 가지 형식의 결과를 출력하게 된다. 유비쿼터스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센서, 통신 네트워크, 상황인지 기술, 멀티미디어 처리 및 재생과 같은 여러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


먼저, 유비쿼터스 공간 구축 요건으로서 네트워크(Network)의 중요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센서에서 얻어진 정보는 서버에 전달되어야 하며 수많은 센서에서 얻어진 정보는 다른 센서들을 통해 메인 서버까지 보내지게 되며 센서는 라우팅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중 일부 센서는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센서의 수는 계속 증가 하다가 또 감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센서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구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네트워크 운영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적절히 설계되고 구축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기반으로 거주자의 요구를 적절한 기기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센싱과 상황인지, 그리고 서비스의 선별과 적응화 및 실행 등 일련의 지능적 과정을 수행 할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거주자가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현재 주어진 환경이 거주자의 활동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온도, 습도, 조명, 압력 등 다양한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어 이를 서버에 전달하여야 한다.
미래에는 유비쿼터스 공간을 지원하는 센서의 수가 개인당 수천 개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센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저전력 송수신기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센서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기반으로 유비쿼터스 공간에서 체험주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해석하는 상황인지 기술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편, 개인화(Personalization)는 개인적 요구에 적응하는 능동적 유비쿼터스 공간 창출과 관련이 있다. 센서를 통해 얻어진 개인의 요구는 이미 수집된 개인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처리되어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 상황일 경우, 팝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과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에게는 각각 다른 음악이 재생되게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경우에는 그룹 전체를 만족시킬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인지 심리학, 사회 심리학 등을 기반으로 취향이 다른 다수의 구성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탐색하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도시에서 체험하는 대부분의 장소들은 다양하게 분화된 기능들을 지니고 있다. 주택은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외부활동을 준비하는 장소이며 사무실은 일하는 장소, 교회는 기도와 숭배를 위한 장소이고 시장은 물건을 사거나 파는 장소이다. 또한, 체육관은 운동을 위한 장소, 도로는 차를 타고 통과하는 장소, 그리고 광장은 집회의 장소이다.
이러한 장소 기능의 분화된 양상은, 여러 기능들을 주거에서 해결하였던 원시주거와 같은 장소의 원시적 미분화와 비교할 때 특히 대조적이다. 장소의 현대적 기능 복합화의 예들 또한 존재한다.
건축가 미스 반데 로에의 보편적 공간(Universal Space)이나 리차드 로저스와 렌쪼 피아노의 퐁피두센터 등은 다양한 기능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디자인 된 바 있다. 유비쿼터스적 공간이 등장하면서 주거가 새롭게 복합적 장소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즉 주택을 기반으로 하여 재택근무, 원격교육, 원격진단, 원격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기능들을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집에서 주치의와 건강문제에 대해 원격으로 상담하거나 야외에서도 이동형 사무 스테이션을 이용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적 생활이 가능해지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으며 비로소 다양한 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물리적 공간과 시간상의 제약을 막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


최근 건물의 내부나 외벽에 디스플레이를 위한 다양한 장치와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유비쿼터스 공간과 관련해서 특히 ‘유비쿼터스 디스플레이’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외부로부터의 정보의 대부분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물리적 공간에 투영되는 전자화된 정보 또한 대부분 시각정보와 약간의 청각적 정보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MIT 미디어 랩 출신 IBM 연구원인 클로디오 핀하네츠가 개발한 ‘Everywhare Display’ 라는 장치는 실내에서 프로젝터와 투사면 간의 각도에 따라 발생하는 이미지의 왜곡을 수학적으로 미리 보정한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따른 어떤 각도에서 어떤 면에든지 영상의 일그러짐 없이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카메라가 영상이 투사된 곳을 정확히 지향하여 각 영상 요소들을 이용자가 선택하거나 터치하는 행동을 포착함으로써 메뉴 선택과 같은 이용자 인터페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건물의 외피 또한 더 이상 정적인 마감재의 부착으로 끝나지 않고 동적으로 실시간 전자정보나 이미지,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시 내 유비쿼터스 디스플레이 네트워크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한편, 필자가 지난 수년간 한국 정보통신 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연구소에서 MIT 미디어랩과 공동으로 진행해 왔던 ‘지능형 건축표면(Smart Architectural Surface)’ 프로젝트 역시 영화에서나 보던 일종의 ‘디지털 벽체’의 구축을 지향하는 유비쿼터스적 공간 탐색의 일환이다. ‘지능형 건축표면’은 면을 형성하는 모듈형 디지털 블럭들의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상호작용이 가능한 지능형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수한 디지털 벽면을 형성하는 디지털 블럭들에는 센싱, 정보처리, 통신 및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들이 부여되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조직화함으로써 건축공간에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자동화된 상황인지 및 이에 기반한 및 반응양식들을 연출할 수 있다. SAS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 벽체를 설치한 미래형 주택에서는 TV, VOD, 비디오, 인터넷, 게임, 홈 씨어터, 전화기, 화상채팅 등의 다양한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들을 하나의 벽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결집으로 구축되는 디지털 벽면이 이벤트 기반으로 융통적인 동작 시나리오들을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에는 학습을 통한 서비스의 점진적 개선 능력까지를 구비하게 될 예정이다.

유비쿼터스적 공간 구축과 관련해서 실재감이 드는 가상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방식은 대략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의 오감을 외계와 절대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완벽한 웨어러블 장치를 개발하여 외부의 자극을 배제시킨 후 인위적으로 합성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자극들을 대상자에게 공급하여 대상자가 이들 자극들을 실제처럼 인지하고 이에 반응토록 하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은 여하한 종류의 웨어러블 기기나 인간의 감각을 조작하기 위한 장치를 모두 배제하고 가상적이지만 실제처럼 감지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을 실제 공간에 채워 넣어 대상자가 이들을 실제로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느 방식으로든 기술적으로 너무도 어려워 보이는 이러한 완벽한 형식의 유비쿼터스적 공간의 창출을 위해서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요원하지 않은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쿼터스 공간이라는 개념과 관련해서, 인간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우리들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심미적 요구들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거주환경의 도래가 점쳐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물리적 공간과 전자공간의 융합으로 주어지는, 자연환경 및 인간의 제반 활동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러한 유기체적인 건물들과 공간들이 우리들 미래의 거주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보다 섬세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유기체처럼 반응할 뿐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요구들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지향하는 유비쿼터스 기술의 여러 영역들에서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이 꿈꾸어 온 거주환경이 어떠한 형식이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결국은 열어 주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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