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2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 곳에 살게 될 거주자의 삶의 진한 흔적과 그들 앞에 새롭게 펼쳐질 희망을 담아내는 일이다. 삶의 어두운 무게를 힘들게 짊어지고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를 헤아리고 보듬어보고자 하는 진심어린 디자이너의 마음과 그 공간 속에 스며든 디자이너의 감성어린 흔적을 더듬어 본다.
낡은 비닐하우스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폐지와 고물들, 쓰러져 갈 듯한 볼품없는 엉성한 비닐하우스는 얇은 보양천과 합판으로 비바람을 막고 있었다. 그 집에 살고 있던 은광이네 네 식구의 고단한 삶. 어머니는 난소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고 남편과 두 아들은 정신지체로 사회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눈물겨운 사연을 듣고 시작된 그린하우스(광주 은광이네 집) 작업은 단순한 박스형태의 집으로 구현된다.
심플함 속에 느껴지는 견고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외관은 따뜻한 레드컬러의 테라코타로 마감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내부공간은 그린하우스를 컨셉트로 열려 있지만 막혀있고 막혀있지만 열려져 있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들이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만큼 항상 서로를 지켜보고 돌봐주어야 하며 때론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였다. 약 15평가량의 좁은 공간은 긴 복도를 통해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적 여유를 가져온다.
입구에서 들어서면 천창과 투명한 유리월로 밝게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집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가족들에게 따뜻하면서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또한 마치 한 공간처럼 엮여진 거실, 세면대, 주방, 식당의 영역은 가족간의 소통의 장치이며, 시클라멘 플라워의 붉은 꽃잎과 길게 뻗은 초록색 골드세피아나와 어우러져 공간의 싱그러움을 부여한다.
디자이너는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 글귀를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입구의 시가 적혀져 있는 벽면에서 잘 드러나듯 거주자의 순수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감성적인 마음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광주 은광이네 집에서 디자이너가 보여주고자 하는 따뜻하면서도 소중한 디자인일 것이다.
이렇듯 그 집 속에서 거주자는 공간에 담겨진 어머니의 따뜻하면서도 사랑스런 존재를 가족들이 계속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포근한 감성언어가 배여난다.
이러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디자이너의 감성어린 작업은 수색동 재화네 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여러 번의 뇌수술과 자궁암수술로 병든 어머니, 그 뒷바라지를 하는 턱에 밤낮없이 고된 일로 지쳐가는 아버지와 두 딸들. 그들의 아픔을 감싸주고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재화네 러브하우스의 디자인은 시작된다. 예쁜 창이 나있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방을 생명이 꺼져가는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었다는 재화의 간절한 바램이 수색동 러브하우스로 전해진 것이다.
애초 재화네 집은 반 지하로 인해 채광이 부족하고 누수와 습기로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후된 배관시설로 열효율이 떨어지고 수납공간이 부족하여 집안의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에 디자이너는 병든 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사랑이 느껴질 수 있는 밝은 내부공간을 제안한다. 거실과 식당, 주방을 하나의 공간처럼 만들고 넓은 창과 시원스럽게 열리는 문을 통해 빛을 유입시켰다. 벽을 허물고 문의 위치가 바뀌고 노후된 배관설비는 새로이 교체된다.
그동안 눅눅한 습기로 가득 찼던 지하공간은 항균 및 방습제가 첨가된 바닥재로 쾌적하게 변모된다. 이곳저곳 어지럽게 놓여있던 가재도구들은 수납이 가능한 맞춤형 수납장을 통해 한층 정리된 모습으로 다가온다.
애초 재화네 집은 반 지하로 인해 채광이 부족하고 누수와 습기로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후된 배관시설로 열효율이 떨어지고 수납공간이 부족하여 집안의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에 디자이너는 병든 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사랑이 느껴질 수 있는 밝은 내부공간을 제안한다. 거실과 식당, 주방을 하나의 공간처럼 만들고 넓은 창과 시원스럽게 열리는 문을 통해 빛을 유입시켰다. 벽을 허물고 문의 위치가 바뀌고 노후된 배관설비는 새로이 교체된다.
그동안 눅눅한 습기로 가득 찼던 지하공간은 항균 및 방습제가 첨가된 바닥재로 쾌적하게 변모된다. 이곳저곳 어지럽게 놓여있던 가재도구들은 수납이 가능한 맞춤형 수납장을 통해 한층 정리된 모습으로 다가온다.
디자이너가 만들어간 상업공간은 감각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색채로 넘쳐난다. 어찌 보면 패션쇼를 보는 듯 컬러풀하기도 하고 때론 차분하게 정제되어 보이기도 하다. 그의 경력에서 잘 나타나듯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공간들은 자유롭고 경쾌하다. 파리에서 의상조합학교를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디자이너이기에, 혹은 사진작가와 홍대 앞 라이브 바를 경영한 그이기에 더욱 색깔 있게 다가온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다채로운 경험은 그가 디자인한 공간들에 흠뻑 젖어있다. 커피와 와인을 파는 홍대 앞 카페(Cafe & Vine IL)에서는 마치 패션을 보는 듯 강렬한 느낌을 연출한다. 화이트한 바탕에 스며든 레드톤의 색감은 젊은 거리에 더욱 상큼함을 발한다.
두개 층으로 나누어 각각 30평이 채 안되는 낮고 협소한 공간은 선형의 패브릭월과 매스의 시각적 트임과 확장으로 호기심어린 동선을 유도한다. 마치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여인의 신체곡선을 탐미하듯 매끄럽게 흐르는 공간은 패션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작은 공간일수록 매스를 주어 공간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흑경과 패브릭월, 대나무 등의 절제된 재료를 통해 채워진 공간은 젊음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다. 그런 연유로 그 속에 던져진 화이트, 레드, 그리고 블랙의 컬러는 절제된 모습을 풍기며 더욱 세련되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분당의 한 비즈니스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계획된 라돌체비타 역시 모던함을 바탕으로 중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기를 전해준다. 황금빛 광채 속에 격렬히 포옹하는 두 남녀를 묘사한 클림프 작 포옹을 모티브로 한 화려한 조명과 유기적인 곡선 소파는 흡사 여성의 라인을 연상케 하는 듯 매력적인 패션감각이 묻어난다.
라이프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쉽 전용공간 로아멤버스 역시 가히 패션쇼를 보는 듯 화려하면서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쥬얼리샵, 브랜드샵, 프렌치 비스트로 & 바의 세 가지 서로 다른 기능들을 230평 남짓한 공간을 한데 엮어낸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의 재치가 전해진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 정적인 매스를 바탕으로 유유히 흐르는 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선형의 날렵함, 타일의 순수질감을 통해 공간의 전실 역할을 하는 라운지 분수대 등은 여러 요소들이 섞여있는 듯하지만 저마다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선형으로 감싼 패브릭이 핑크빛으로 은은하게 연출된 출입구홀, 흑경과 거울로 처리되어 다양한 공간의 움직임과 확장감을 유도하는 바, 곡선과 원형으로 처리한 이미지월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품의 고급스러움을 연출한 샵의 공간들은 개성미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처럼 디자이너의 패션에 대한 특유의 감수성은 인테리어디자인의 창의성과 접목되면서 공간에 넉넉히 반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자리한 멀티샵 씨:컨셉트(C:concept)는 물성 그대로 보여주는 순수성과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가미된 믹스 앤 매치 기법을 통해 더욱 신선하게 디자인된 것이다. 10년 동안 갇혀있던 콘크리트 기둥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얻어낸 물성효과, 고재와 골판지, 아크릴로 만들어낸 디스플레이 테이블, 유리, 컨베이어 벨트, 비닐커튼, 유리타일, 고재 등의 참신하면서도 신선한 재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한 내부공간은 열두 명의 신진디자이너 끼를 한 공간에서 개성 있게 보여주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이너의 제품이 공간 속에서 새로운 품격으로 거듭나게 된 셈이다.
평범한 현실을 항상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디자이너 정규태. 그가 몸담고 있는 사무공간과 그동안 펼쳐보였던 전시들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듯, 그가 표현하는 디자인의 세계는 자유롭고 유쾌한 상상의 디자인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깊이감은 더욱 그 자신을 살찌게 하고 그를 매력적인 디자이너로 거듭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