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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감성의 흔적

2005-07-05

나지막이 전해오는 자연의 감성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 잘 소화시키는 디자이너, 김부곤. 그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는 언제나 자연의 싱그러움이 숨쉬고 있고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난다.
마치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빗줄기처럼 짙은 감성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세 개의 공간에서 그의 감성색채를 넌지시 들여다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영혼을 보듬어줄 편안한 안식처는 어떠한 공간이어야 할까. 또한 그 속에 거주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와 서비스, 문화요소가 가미된 공간을 제안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변이라도 하듯 디자이너 김부곤은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의 디자인 언어를 부천 위브 더 스테이트(We've The State)에 조심스레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행복하고 건강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디자인된 복합공간, 위브 더 스테이트의 주거공간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상큼한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디자이너는 럭셔리하면서도 앤티크한 바로크풍의 공간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서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48평의 아파트공간에 차곡차곡 내려앉은 레드와인풍의 색채는 그 자체가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흡사 화려한 바로크풍을 나름대로 컨셉트화 한 듯 공간구성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평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유롭고 유연한 선의 흐름과 부드러우면서도 빛나는 매스의 풍부한 질감은 서로 튼실하게 엮이고 동적인 공간감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듯 하다. 공간 곳곳에 다채롭게 얽혀진 조명 빛과 그림자는 산호석, 대리석, 무늬목으로 표현된 매스의 순수한 질감을 더욱 살아나게 하며 고풍스러운 장식미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품격 높은 공간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양감과 동적 표현은 53평의 오피스텔에서는 포스트 젠스타일로 바뀌어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선과 짙은 컬러우드의 소재는 그 자체로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서로 다른 소재와 컬러의 믹스 & 매치를 통해 볼륨감 있고 파워풀한 공간색을 자아내고자 한 것이다. 착색한 핑크오크와 짙은 콩고브라운 무늬목을 매치한 공간은 대조적인 컬러의 상반된 소재 또는 컬러를 결합시킴으로 기존의 믹스 & 매치스타일보다는 한층 더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움을 담은 공간색으로 다가온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 고조, 여가의 개념의 확대, 가족형태의 다양화 및 가족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의 급변하는 주거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는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이란 언어로 거주자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삶의 공간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무와 돌, 패브릭의 자연적인 소재가 포근히 공간을 감싸고 있다.

공간은 자연을 소모하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서로 어우러짐을 통해 또 하나의 자연이 된다고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디자인관은 포크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인 홍대 앞 카페 얼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홀 중앙에 한가득 공간을 채우고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 계단부의 벽면과 바의 곳곳에 마감된 비정형의 우드블록은 답답한 지하공간에 자연의 온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때론 거칠고 오래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의 투박함은 아련히 기억 저편으로 거슬러 올라가 포크음악이 주는 진한 향수를 동반한 채 편안함과 친숙한 자연미를 던져주고 있다.
공간 곳곳에 풍부하게 표현된 따뜻하면서도 두터운 질감의 한지, 은은하게 간접 처리된 조명과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레코드판의 이미지 역시 방문객들을 포크음악의 추억으로 되새김질하는 장치역할을 한다. 이처럼 카페 얼굴에는 진한 추억이 머무는 시간과 자연미를 통한 포근한 생명력이 넘치기를 바라는 디자이너의 바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빛과 시간이 공간에 깃들고 숨쉬게 한다는 디자인언어는 at the morn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북악산을 바라보는 평창동 언덕에 자리한 at the morn은 그 이름처럼 빛의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공간이다. 넓게 열려진 창과 여유롭게 숨쉬는 공간을 통해 빛의 흐름은 다양한 표정으로 그 궤적을 남기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중정은 시간의 변화를 내부공간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건물의 외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중첩된 공간과 여러 겹의 켜는 각각의 열린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건물이 지닌 고유의 질서와 힘을 교감케 해주고 있다. 공간에 곳곳에 표현된 간결한 매스 역시 디자이너의 감성과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복잡한 선 효과와 무조건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단순한 도형과 매스에 의해 단아하면서도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의미를 at the Morn에 담고자 한 것이리라.
그 속에는 단순히 공간을 형성하는 실체보다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공간을 통해 넉넉히 교감하고 상호관계를 맺어가기를 바래는 디자이너의 공간감성이 깃들어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침햇살이 따사로이 대지를 감싸고 at the Morn의 공간에 생명력이 넘실대듯 디자이너는 자신의 공간에 사람과의 교감을 지속하고자 한다.
때때로 열리는 퍼포먼스 공연과 이곳을 찾는 사람과의 따뜻한 만남이 공간을 더욱 살찌우게 하고 그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바라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미인 것이다.

■ 김부곤 Kim Boo-gon(COREhands)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코어핸즈(주)의 대표겸 소장,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실내설계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91,95년 그리고 2001년도에 KOSID협회상을, 97년도에는 실내건축 실시설계도면 작성방법 연구로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대우미래주택문화관 휴먼스페이스, 동아건설 솔레시티, 현대건설 하이페리온, 삼성건설 래미안, 두산건설 제니스타워, LG MART, 남대문도매상가 MESA 등 다수 작품이 있다. 02-396-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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