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 2015-07-23
스페인 서남부의 카디스만의 항구도시에 위치한 HOUSE OF THE INFINITE. VT HOUSE(무한의 집)는 집 이름처럼 대서양과 면한 끝없는 바다를 배경삼아 들어선 조각 같은 집이다. 외부에서 볼 때면 건물은 커다랗고 네모난 석단이 지층에 박힌 채 해변에 놓인 형상이다. 어떻게 보면 부두를 연상케 하는 이 집은 스페인 건축가 Alberto Campo Baeza가 설계한 것으로 집의 상단에서 보면 바다의 수평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무런 장치도 없이 그저 바다를 마주하며 무심한 듯 로마의 석회석 위에 지어진 집은 건축가의 말처럼 어느 것도 더하지 덜하지 않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건축가 알베르토 캄포 바에사(Alberto Campo Baeza)는 900㎡의 면적에 2층 규모로 지어진 무한의 집의 높은 평면을 구현하기 위해 폭 20m에 길이 36m의 커다란 직사각형 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12m 아래 단단한 바위층 위에 두 개 층의 거주공간을 얹었다. 애초 이 지역이 로마인들의 가룸(garum)을 만들고 신을 위한 사원을 지었던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곳이기에 건축가는 그 땅을 기반으로 삼아 아크로폴리스처럼 상징적이면서도 견고한 집을 짓기를 원했다. 이에 건축가는 포디엄 형태만으로 구성된 집의 플랫폼을 강조하기 위해 경사지형을 통합하는 건축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중력과 빛은 나의 건축의 영원한 테마이며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중력은 공간을 만들고 빛은 시간을 만듭니다. 물과 물을 담는 그릇의 관계와 같이 중력은 구조이며 빛은 그 속에 담기는 살아 있는 물질인 셈이죠.”
이렇게 하여 탄생한 무한의 집은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면을 갖게 되고 해가 지는 바다를 쫓는 수평선을 그대로 마주한다. 건물의 전체가 되는 포디엄 맨 위에는 사각의 수영장과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크고 작은 8개의 원형 천창이 거실과 방, 계단실, 욕실 등 집 안 곳곳으로 밝은 빛을 내부로 전달한다. 수영장 안쪽에 조성된 3개의 긴 벽은 집에 머무는 사람을 해풍으로부터 보호하는 건축적 장치이다. 바다를 향해 한껏 열려 있는 집의 공간은 산-포디엄-해안-바다의 관계적 흐름을 시적으로 보여주며 거주자를 말할 수 없는 서정적인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옥상층의 아래 리빙공간은 주변의 풍경을 조망하는 개구부가 저마다의 위치에 따라 크고 작게 뚫려있고, 남서측 바다를 향해 투명창으로 길게 개방되어 있다. 모래 해변과 맞다 있는 지층부는 데크로 처리되어 해변으로의 출입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러한 무한의 집의 구성된 모습은 어찌 보면 마치 그리스 신화의 풍신인 아이올로스(Aiolos)의 바람이 들어간 가방을 연 것 같기도 하다. 그 바람은 율리시즈가 여행 때 탔던 배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과도 같이 이 집의 공간감을 끝없는 여행의 시각으로 이끈다.
“시처럼 명확하고 깨끗하고 정확한 것만 전달하고 싶다. 시는 언제나 최소한의 단어를 가지고 소설보다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땅이 지니는 역사, 맥락, 지형, 지리는 물론 빛과 중력을 작업의 중심에 두고 최소한의 표현으로 많은 것을 표현한다는 알베르토 캄포 바에사의 건축관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말처럼 무한의 집은 극도로 단순성을 통한 건축의 간결한 멋을 구현하고 있다.
1655년 렘브란트가 그린 ‘Christ Presented before the People’는 건축가를 매혹시키고 깊은 영감을 부여한다. 그 그림 속에서 건축가는 곧고 완벽한 수평선과 사건이 일어난 포디엄을 떠올린다. 그 포디엄에서 인간과 신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한다는 그리스 시인의 말을 연상하기도 한다. 건축가는 이러한 일련의 모든 생각들을 열어두고 바다와 해변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무한의 집’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합리적인 건축가로 잘 알려진 아달베르토 리베라(Adalberto Libera)가 이탈리아 나폴리항의 카프리섬의 절벽 끝에 설계한 말라파르테 저택(Casa Malaparte)이 주변 바다와 절벽의 극적인 풍경을 끌어들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처럼 건축가 알베르토 캄포 바에사 역시 해변에서 집을 봤을 때 많은 것을 회상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Architect: Alberto Campo Baeza
Location: Cadiz
Client: Private
Area: 900m^2
Collaborators architects: Tomás Carranza(codirector de obra- codirector of construction), Javier Montero(codirector de obra – codirector of construction), Alejandro Cervilla Garcí, Ignacio, Aguirre López, Gaja Bieniasz, Agustín Gor, Sara Oneto
Structure: AndrésRubioMorán
Quantity Surveyor: Manuel Cebada Orrequia
Contractor: Chiclana
Control de calidad: Laboratorios Coges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