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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스며들 수 있는 건축

2013-12-30


미국에서 Joel Sanders Architect를 운영하며 예일 건축대학원의 부교수로 있는 건축가 조엘 샌더스가 지난 3월 21일 한국을 찾았다. 조경 디자이너 Diana Balmori와 공동편집 한 그의 최근 저서인 Groundwork Between Landscape and Architecture를 알리고 서울대학교 특강을 위해 방문한 것이다.

기사제공 ㅣ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그동안 한국의 해안건축과 공동 작업을 통해 자주 한국을 찾았던 조엘 교수는 한국에 오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라며 홍콩과 중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고 방문 소감을 밝힌다. 조엘 교수는 예일대로 오기 전에 프린스턴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와 파슨스 디자인스쿨 건축대학원 총지휘자를 역임하였고, 수차례의 뉴욕건축가협회 디자인상, 두 차례의 프로그레시브 아키텍처 어워드 훈장, 최고환경상 등을 수상한 명망있는 건축학자이며 건축가로 정평이 나있다. 조엘 교수는 예일대에 합류하기 전 뉴욕 파슨스 디자인학교의 건축대학원 총지도위원과 프린스턴 건축대학원의 부교수를 역임하는 등 실무와 교육 두 부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그는 또한 교육과 실무, 이론적인 프로젝트와 실제 프로젝트를 결합하며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문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환경을 창조하는 것에 몰두해 있다.

“저는 건축을 하나의 사회적 관습으로 생각합니다. 형식적으로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공간 같은 감탄할 만하고 구체화된 디자인에 관심이 갖는 것이죠. 특히 문화적인 관습으로서 건축에 관심이 가는데, 그 문화적 관습은 건축을 형성하며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건축은 문화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조엘 교수의 관심은 사실 실제로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그는 건축을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에 대한 반응체로 보았고, 그러한 변화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인구통계학이라든지 가족의 구조, 동성애자들의 정체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젠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축에도 관심이 가졌다. 그의 말인즉, 사회적인 관습 안에서의 건축에 관심이 있고, 그리고 사회적 이슈들이 어떻게 건축에 반영되고, 건축이 사회나 문화에 영향을 주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뉴욕 콜롬비아대학교에서 학부를 다니면서 영문학과 미술사학을 복수 전공으로 택하였어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학부과정에는 전공이 따로 없고 다양한 범위의 학문을 폭넓게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자신의 경우 학부 때 미술사를 공부한 것이 건축가가 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조엘 교수는 밝힌다.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다른 시대의 다른 문화를 연구하고 그것의 결과물을 탐구하면서 건축적인 문화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엘 교수는 콜롬비아대학교 졸업 후 지난 1998년에 JSA건축사무실을 처음 설립하였다. 당시에 젠더, 환경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서 였다. 이후 2002년부터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의 부교수로 재직하며 보다 주거문제, 사회적 이슈 등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가르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뉴욕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펜실베니아대학교 등에서 교육 활동뿐만 아니라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JSA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 건축사사무소라기 보다 실질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한 곳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조엘 교수는 건축은 다른 분야와 융합을 잘 이루는 분야라며 여러 학문분야가 관련된 출판물을 발행하는 한국의 경우가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밝힌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학제간의 연관성을 다루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경제위기로 인해 사실상 건축에 대한 저널이나 출판물 활동은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중요한 분야를 다루는 에이앤뉴스의 건축디자인신문이나 여러 건축 매체가 있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고 설명한다.
JSA의 많은 건축 작업들은 학제간의 교류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조엘 교수 자신의 작품 활동에 있어 영감이나 영향은 모두 다른 분야, 특히 다양한 문화연구나 사회적인 이슈들과 같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에 조엘 교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테크노 센세이션, 그리고 U-technologies가 인간의 감각을 변화시키는 방법 또는 공간과 우리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역사학자, 비평가, 철학자 등의 작품을 읽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동료인 다이아나 발모리와 함께 저술한 그라운드 워크는 조경과 건축의 연관성을 다룬 작업이다. 그 자신은 건축가가 되고 싶었기에 조경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지만 조경의 역사나 주요 이론들을 익히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예일대의 세미나 수업 중에 Exhibitionism, 즉 예술과 건축, 특히 미술관, 박물관과 갤러리 디자인의 진화, 르네상스 시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적인 움직임 등에 있어 학제 간의 교류를 다루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예술과 예술사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요즘 조엘 교수는 미국의 유명한 패션 역사가인 발레리 스틸의 패션 전시를 디자인하고 있다. 패션사학자 발레리 스틸(Valerie Steele)은 FIT의 관장이며, 자신에게 패션쇼 디자인을 맡겼고 현재 패션과 그것이 완성되는 과정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바로 건축가 조엘이 추구하는 디자인인 셈이다.
지난 6~7년 동안, 조엘 교수는 순수 건축가와 조경 건축가 사이에 잘못된 구분을 바로잡고 그 둘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라운드워크에서도 19세기부터 비롯된 이 구분의 역사를 냉철하게 살펴보고, 조경과 건축을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모두 다룰 수 있도록 접근하였다. 예일대학에서 그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가르쳐왔는데, 이 수업을 통해 조경과 건축을 구분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볼 수 있었다. 그라운드워크를 통해 다이아나와 조엘 교수는 10년 동안의 국제적인 트렌드를 수집하여 이 두 분야를 새롭게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시도하였다.

조경과 건축의 혼합에 대한 이러한 조엘 교수의 흥미는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이슈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물과 조경과의 상호연관적인 실체를 탐구하는 것은 환경에 매우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전문적인 생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태학적인 원리를 건물의 안과 밖의 공간을 혼합할 수 있는 촉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관심은 ‘인간’,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몸’이었다. 인간이 그를 둘러싼 공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단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내부적인 그런 공간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공간, 그리고 내외부의 공간이 인간의 공간을 어떻게 구분 짓고 형성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JAS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환경이 효과적으로 섞일 수 있다고 조엘 교수는 판단한다.
이처럼 조엘 교수는 문화와 건축과의 관계에 유독 관심이 많았기에, 모든 작업에 있어 그 둘의 연관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건축 또는 공간과 그에 대한 역사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것이 사회나 문화에서 가지는 근본적인 현상에 대해 세심하게 분석한다. 즉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것과 연관된 주제의 전통을 먼저 살펴보고 분석한다. 전통과 현실 속에서의 여러 가지 조건들을 분석한 다음 그리고 그것을 충실히 반영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낮지만 강한 어조로 건축관을 밝힌 조엘 교수는 자신의 건축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것으로 요약하여 표현한다. 마치 스펀지와 같이 많은 것을 빨아들이면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융합될 수 있기에 그는 ‘porous’라는 단어로 건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조엘 교수의 표현처럼 그가 몸담고 있는 JSA는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문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수차례의 작품상과 훈장들이 잘 말해주듯 JSA와 조엘 교수는 건축과 다양한 분야와의 관계성과 사회적 중요 이슈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공간에 적용함으로써 문화적, 시대적으로 앞서가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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