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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공간과 모체공간을 통한 생명력 있는 공공성 불어넣기

2013-01-09


건축의 표정은 건축을 구현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신념을 머금고 더욱 짙게 표상화 된다.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건축가가 고뇌하고 부딪히고 헤쳐 나가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통해 건축의 가치는 오롯이 빛나게 된다. 비록 여러 현실적 제약 속에 그 구현되는 완성도는 차이가 나겠지만 건축가가 추구하는 사고의 틀과 신념은 공간을 구성하는 커다란 밑그림이 된다. 여기에 건축가가 살아온 삶의 경험치와 좋은 건축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진정성을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는 건축물 곳곳에 더해져 새록새록 살아 숨 쉬게 된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자료제공 | COREARCHISM, HANLIM

설계총괄 김영회/ 꼬레아키즘 건축연구소 + 한명철/ 한림건축 Young-hoi Kim/ COREARCHISM ASSOCIATES + Myung-cheol Han/ HANLIM ARCHITECTS
건축주 (주)성보
시공 (주)태영건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92-12
용도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101.05㎡
건축면적 1960.00㎡
연면적 33,000㎡
규모 지상15층, 지하4층
마감 콘크리트 라멘조, THK24 반사유리, 알루미늄 커튼월
사진 AN news(양우상)

최소한의 색상과 재료를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작품, 선율과 리듬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반복함으로써 결정적 이미지와 감성만을 전달하는 음악,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유만을 주장하는 금욕주의 같이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하는 진정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미니멀리즘의 의미를 상기하며 성보빌딩의 디자인은 시작한다. 설계는 꼬레아키즘의 대표건축가 김영회와 한림건축의 한명철 대표가 공동으로 작업하였으며, 이 두 건축가는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도산대로변의 도심가로에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담아내고자 한다. 건물이 들어선 도산공원 주변은 압구정과 청담동의 활력 넘치는 젊은이들의 강남문화권이 조성된 지역이고, 번잡한 노선 상업지역이기에 무언가 새로운 도시가로의 질서와 형식을 필요로 하였다. 성보빌딩의 전체적 틀(Frame)과 부분(Detail) 그리고 예상 공사비(평당 300만원, 7%)는 이제껏 상업공간의 공간구성과는 다른 건축가의 창의적인 면모를 요구하고 있었다. 여러 이유 중 공사비의 쓰임새는 또 하나의 내용과 수단을 질서 잡는 과정중의 핵심적 고정가치로 부각되게 되고, 건축가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건축의 여러 가지 요구조건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도시가로를 구성하는 파사드나 형태 만들기 이전에 도시의 건축으로서 24시간 살아있는 공공성을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단순, 반복, 확장을 통한 직선의 효과적인 연출은 직선의 가치가 주관 개입의 실루엣으로서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는 건축가 김영회의 말처럼 성보빌딩은 도시가로에 대한 신선한 발상과 합리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도산대로와 맞다있는 북측면의 파사드는 픽셀 레이트된 점(Dot)으로 가로와 저층부로의 볼륨스케일을 해체하는 표현 언어가 되고, 단순한 모듈을 반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무동의 점잖은 입면 표정을 만들어 내게 된다. 15층 규모에 빼곡하게 처리된 커튼월 마감은 미니멀한 표정으로 오히려 성보빌딩의 인지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며, 도시의 빠른 흐름을 있는 그대로 투영해 준다. 맑은 날에는 회화적인 풍경으로 세련된 도시의 풍경을 투명하게 담아내기도 하며, 아침저녁으로 부서지는 햇빛과 노을을 머금고 도시의 움직임을 다채롭고 있는 그대로 투영하게 된다. 건물의 상층부부터 반복적으로 적용된 커튼월은 출입구면이 되는 동측 경계면과 만나면서 일부 알루미늄 패널로 옷을 갈아입는다. 하지만 북측입면에서 다시 반복적인 입면구성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의 입장에서 공간의 기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반복적으로 표현된 커튼월은 저층부와 필로티에서 일부 열려지고 공간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1층은 안뜰마당이 바라다 보이는 로비와 오페라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이와 다르게 골목 안쪽이 되는 남측 면에는 3층 근생시설이 ㄷ자 형태로 놓음으로써 도시의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매력적인 모습으로 엮어가고 있다. 미니멀한 건물의 표정을 뒤로 하고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면 저마다의 도시 일상을 충족시켜줄 나지막한 근생시설과 ㅁ자형의 안마당이 아늑하게 조성됨으로써 공간의 일대 반전 작용이 펼쳐지게 된다. 의미 있는 엉뚱함이 사건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익숙함을 낯설게 하는 이벤트의 수단으로서 축제의 장(intra festoon)이 되기도 한다는 건축가의 표현처럼 ‘안뜰 마당 만들기’라는 건축언어는 주된 장소적 개념으로 적용되어 공간의 위요(圍繞)성을 멋스럽게 구현하고 있다. 지하1층과 지상3층으로 마당을 둘러싸듯이 배치된 건물은 언뜻 보기에 서로 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브리지와 계단, 엘리베이터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적절히 열리고 닫힌 건물의 위요성으로 인해 마련된 1층 마당은 무대가 되고 그 주변을 둘러싼 3개층의 외부복도와 발코니는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인식된다. 극장의 갤러리 개념을 외부공간에 도입한 이러한 방식은 여러 가지 복잡한 근린시설들을 무대가 되는 안뜰마당으로 한데 묶어주는 중심성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성보빌딩을 찾은 이용객들에게 색다른 공간 체험을 제공하게 된다. 마당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가 우리네 도시의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삶의 모습이며, 여러 개의 데크를 통해 조성된 근생건물 공간은 객석이 되어 때론 무대를 향하기도, 때론 도시의 일상성을 소소한 모습으로 채워내기도 한다. 안마당에서 슬로프와 개방된 계단으로 연계된 지하1층의 메인 프라자와 선큰 프라자는 사무동의 필로티 하부공간으로 프로씨니움 극장 개념이 적용된 다목적 이벤트공간으로 계획되었다. 현재는 하우스 & 채플 웨딩홀은 마리아쥬 스퀘어가 들어서 있어 1개의 대형 웨딩홀과 1,000석 연회석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매스구성이 효율적으로 조율되어 있는 내외부공간과 두 개의 외부마당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통합하는 중요한 모체공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현란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공간의 본질을 근간으로 주어진 여건 맞게 최선을 다하려는 건축가의 자세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 실제로 시도된 저렴한 공사비 역시 성보빌딩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주변 도시가로 문화공간의 메카로서 다양한 삶의 행위를 담는 무한곡선의 장으로 건축이 기억되길 바란다는 건축가 김영회의 말처럼 성보빌딩의 공간 속에는 정직한 건축을 통해 도심지 복합건축의 또 다른 해법을 구현하고자 하는 교훈적인 메시지와 지속적인 자아성찰로 포용력 있는 건축을 담아내고자 하는 건축가로서의 삶의 존재감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 김용삼 편집국장 이영란 기자



김영회 Younghoi Kim(FKIA)
1991년 꼬레아키즘건축연구소를 열고 현재까지 대표로 있다.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하였으며 베니스 건축대학 연구과정을 거쳤다. 정림건축을 거쳐 (주)건원국제건축 Deisgn Principal, A Group건축 대표, (주)건원건축 Design Principal에 몸담았다. 한양대 겸임교수를 맡은 바 있으며 한국건축가협회 명예건축가(FKIA)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화여대 중앙도서관, 단국대 퇴계기념 중앙도서관, 제2기 지하철 종합사령실, 류경채미술관, 휠라 코리아 사옥, 월전미술관 신관, 성보타워 등이 있다.

한명철 Myung-cheol Han 한양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한림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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