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2
글 │ ㈜이래건축
설계 이인호, 정민희, 김형일 │ ㈜이래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 (주)자드건설
해송법학도서관은 고려대학교 본교에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제도 도입에 대비하여 건립되었다. 고려대학교 안암 캠퍼스 내에는 석조건물과 화강석 외장 건물들이 대부분이며 최근에 건립된 100주년 기념관과 경영관도 석재마감 건물이다. 서울시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본관과 구 중앙도서관은 교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조 건물로서 법학도서관은 두 건물 후면에 인접해 있다. 문화재 관리청의 사적 분과 심의 대상인 법학도서관은 주변 건물들과 대비되는 파격적인 건물형태와 금속재 외장 때문에 설계 진행 중 고대 캠퍼스 내 건축양식의 정체성과 충돌을 빚었고, 건물 준공 시까지 학내 논쟁은 계속되었다.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으로 설계된 법학도서관이 설계대로 건립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는 대학의 발전 취지에 편승하여 법학도서관이 현시대의 문화를 반영하고 캠퍼스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
법학도서관은 동질화된 학내의 건축물과 달리 낯선 형태의 건물이지만 순수하고 단출한 디테일로 축조된 본관과 구 중앙도서관의 근대 건축양식과 디자인적 융합을 추구하였다. 도서관 전 후 면에 있는 기존 건물들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하층에 열람실 및 강의실을 최대한 배치하여 건물의 매스를 최소화하였고, 장식이 없는 단순한 패턴에 화강석 색채와 유사한 회색 톤의 티타늄 아연판을 주 외장재로 사용하였다. 티타늄 아연판의 자연스러운 울음현상은 정제된 판석 마감보다는 거친 마감의 화강석과 조화를 이룬다. 티타늄 아연판 외장재 사용으로 8.7m 캔틸레버의 고정하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남쪽 지하 1층 전면과 지상 1층 대부분을 투명유리로 처리하여 건물주변을 투영하고 동시에 반사하는 효과를 갖도록 하였다. 건물의 높이는 남쪽 정원의 울창한 나무들의 높이를 고려하였는데, 이 결과 2층과 3층의 돌출된 열람실내로 주변의 자연요소를 끌어들이게 되었다. 2개층 높이의 캔틸레버를 남쪽으로 돌출시키고 이 부분에 열람실을 배치하여 법학대학의 전면을 최대한 개방시켰고, 캔틸레버 하부의 조경광장과 보행공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건물 중심은 3층까지 뚫려있어 층을 오르내릴 때 변화하는 공간이 시야로 들어오며 같은 위치의 천창은 건물 내부로 자연광을 쏟아낸다. 내부 콘크리트 구조벽과 2층, 3층의 돌출부를 지지하는 철골사재는 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열람실 공간배치는 학습공간으로서의 독서실 기능보다 사색과 휴식 공간 배치가 중요시되었다. 개방적이고 밝은 라운지 형태의 열람실(휴게실도 열람실이다)은 빠르게 변하는 신세대의 학습방식과 학습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이미 서적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습득율이 높아지고 있고 폐쇄된 공간보다는 개방된, 자유로운 분위기의 열람실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도서관 개관 이후 도서관 이용자들의 좌석점유 행태를 보면 통상 법대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개방형 열람 테이블 이용자가 부쩍 늘었으며, 특히 2층과 3층에 있는 소규모 열람실들이 가장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거의 없다는 것은 열람석 이용변화의 실태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2층의 전면창 부근과 3층 오픈 공간의 실내조경 가까이에 있는 개방형 열람 테이블에는 항상 이용자들이 많다. 1층 휴식공간과 정기간행물실은 완전히 개방된 공간으로서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열람실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휴게공간이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마련되었다. 지하 1층 썬큰 정원은 건물 1층 입구에서도 내려다보이며 지상과 지하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시켜준다. 지상 2층의 발코니는 본관과 구 중앙도서관을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캠퍼스 내의 최적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 형태로 건립된 도서관이기 때문에 설계 시 예상 못한 이용행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모순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도서관 개관 이후 건물의 형태나 외장재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