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7
진행 │김용삼(draegon3@maruid.co.kr)
사진 │김한수
자연을 벗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에 대한 욕구로 휴연제의 디자인은 시작된다. 전원주택과 별장이 즐비한 경치 좋은 곳에 안식처와 같은 집을 원한 건축주와 그 속에 한때의 유행이나 사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환경 디자인을 담고자 하는 디자이너는 생태건축이란 고민과 시도로 이어진다.
아무리 생태적인 소재로 집을 지은다고 하더라도 건축행위 자체가 이미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미 93년 전부터 대안학교 건축을 시작하며 그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디자이너다. 이에 채광과 환기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집안 곳곳에 자연요소를 도입하여 자연 속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환기 문제는 통풍 즉 바람 길을 통하게 하는 문과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의 지하층은 엔터테인먼트 룸으로 가족들 또는 회사직원들이 와서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볼 수 있다. 대다수 지하층이 빛이 들어오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곳은 특히 건축 당시 주택이 거의 밀폐형 시스템 창호로 되어 있어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로 인한 결로현상과 더불어 습기로 인한 곰팡이 문제가 심각하였다. 욕실 1, 2층 역시 습기와 곰팡이로 강제 환기를 해야 했으며 제습기를 사용하여 계속 강제 순환을 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층에 현관을 들어서면서 복도식으로 배치되어있던 방을 철거하고 거실로 만들었다. 또한 동선 상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원형 거실과 연결하여 개방형 구조로 배치했으며, 거실에 홈 바를 설치하여 1층에서도 주방의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 홈 바에서 벽을 뚫고 마당 쪽으로 오픈할 수 있는 양개형 도어를 설치해 데크로 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환기를 유도하고 외부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여 정원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데크에서 2층과 연결되는 외부 벽체가 남향 쪽을 가로막고 있어 1층 거실은 채광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거실 사이에 가로막힌 침실을 철거하고 거실의 채광이 전체적으로 통하게 하였다. 2층 거실은 남향으로 벽난로가 배치되어 채광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기에 벽난로를 철거하고 건축물의 비례에 따라 커다란 남향 창을 내어 주었다. 자연스럽게 남향으로 난 숲과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시각적 전망을 확보하였다. 기존의 벽난로는 보조 난방으로 사용하게끔 서향 긴 창쪽으로 옮겨 배치하였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남향 배치는 환기와 채광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새로 설치한 창호는 기존에 있던 색유리가 채광효과를 반감하게 했던 것을 투명유리로 전환함으로써 최대한 자연채광을 얻을 수 있게 하였다.
채광과 환기문제는 주택의 단열성을 높이고 적절한 온도를 유지시켜 사람과 집이 건강하게 호흡하도록 만든다. 건축이 시작될 때 방위를 고려하여 건물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알맞은 크기의 창을 내는 것이 단열의 필수요소이다. 주택이 구조적으로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을 때, 집에 사는 사람은 춥고 덥고 편안하지 못한 것을 인공적 냉난방에 따른 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며 많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쾌적한 온도가 아닐 때 불편함은 집과 사람이 친화되지 않는 관계를 가지며 건축물 또한 건강하지 못한 병든 집으로 생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주는 환기와 습기문제로 강제 순환 제습기를 사용하여 막대한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었다. 밀폐형 창으로 여름의 냉방 역시 자연의 바람을 이용하지 못하고 겨울에는 자연 채광을 통해 온도를 보존하지 못하고 엄청난 보일러 난방비로 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 문제를 구조적 리노베이션으로 보완하고 기름보일러를 심야전기 보일러로 바꿈으로써 냉난방비의 절감과 동시에 자연을 적극 활용한 친환경적인 디자인과도 잘 부합된다.
출입구를 들어서면서 타일로 마감되어 이끼가 끼고 배수가 안 되었던 부분은 마당 공간에 목재 데크를 만들고 통로 쪽으로 잔디를 심고 돌을 깔음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원을 끌어들여 연못을 만들어 벽체에서 물이 흐르게 하고, 1층 거실 홈바에서 연못으로 물이 떨어지는 정취는 흡사 한옥마당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깊게 배어져 있다. 이곳은 건축주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사업상 외부 접대가 잦던 손님을 별장으로 초대해 자연 속에서 쉴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진한 휴식의 정서는 빛과 바람의 언어와 부드럽게 만나게 됨으로써 휴연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