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5
글 │ 김은희기자 (kehee@ancbook.com)
설계_ 박성칠 | (주)월가 디자인
시공_ (주)월가 디자인+하이스트종합건설
병원디자인에 있어서 건축가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병원'이 갖는 절대적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일 것이다. 병원의 기능을 갖되 마치 병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편안한 공간 만들기. 외관상에서부터 이것이 병원인지, 기념관인지 알 수 없는 건물이 광주에 생겨났다. 치과병원으로서는 국내에서 손꼽힐만한 최대규모와 시설을 자랑하고 있는 광주 미르치과병원. 광주에 본원을 둔 미르치과 병원은 광주 서구 상무미르와 동구 금남로 금남미르에 이어 지난 7월 광주 쌍암동에 첨단미르치과 병원을 개원했다.
High tech village
건물은 삼성 문류센터가 있는 광주 첨단지구 내에 위치해 장방형의 동서축을 갖고 선에 의한 강한 힘과 운동성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있다. 월가 박성칠 디자인 소장는 우선적으로 주어진 대지가 첨단지구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첨단미르치과 병원은 사실 상무와 금남 미르치과에 이어 박성칠 소장이 맡은 세 번째로 미르치과 프로젝트로서 이전과의 차별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때 첨단지구는 그에게 차별화된 아이템을 만드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첨단이 주는 이미지는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그는 벡터(Vector)의 개념을 사용해 날렵한 선으로 방향성을 건물에 표현했다. 그러한 선은 티타늄 징크소재로 표현된 건축의 매스와 더불어 지상 필로티 형식의 주차장 내 강한 사선의 조명라인 계획으로도 반영된다. 첨단은 또 입면의 기하학적인 창의 형태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전자 PCV 회로 기판의 모양을 본떠 첨단의 이미지를 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Concept_layer
n. layer: 층(層), 쌓은, 켜
건물의 컨셉은 레이어였다. 레이어는 모든 건축이 담고 있지만, 이 건물에서 레이어는 지층의 특이성을 나타내는 의미다. 건축가는 건축이 갖는 각축의 수평성을 깨고싶은 느낌을 컨셉-레이어를 통해 건물에 표현했고, 이는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마치 지진으로 인한 지층의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오랜 지층 작용에 의해서 기울어진 변화처럼 첨단광주치과 병원은 자연스런 켜 만들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건축가는 또 지층에서 남겨진 지각변동의 증거처럼 솟아오른 지층까지 동측에 부속건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때 1층 부속건물에 사용된 재료는 조선후기의 엔틱 고기와로 티타늄징크소재가 사용된 2, 3 층과는 다른 재질의 느낌으로 비교되며, 황토 흙전통 방식으로 시공된 1층과 현대시공법에 따른 2, 3층이 과거와 미래, 옛 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 어둠과 밝음 등의 대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Space
공간은 1층의 주차장과, 다실, 2층의 일반 진료실, 3층의 어린이 진료실로 구분되며, 각 공간은 오브제를 통해 예술적이고 여유롭게 배치되고 있다.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 주차장의 경우는 주차천장과 기둥에서 볼 수 있는 강한 사선의 조명이 흥미를 일으키고, 다실은 부속건물의 독특한 스케일과 건축가의 정신적 오브제가 되는 반가사유상을 통해 고요한 공간의 힘을 표현해주고 있다. 2층부터는 장방형의 긴 복도를 공간축으로 구성해 진료자와 이용자의 동선을 명쾌히 구분하고 순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코어존을 통해 구현했다. 코어존은 수직의 엘리베이터와 기능공간 축으로 캔틸레버의 단순한 주계단을 형성하는데, 인도산 채색 비단천으로 마감되어 외벽 반사 유리벽면을 통한 이동공간의 행위체험(performing-experience)의 장이 된다. 이는 곧 수직이동을 필요에 의한 기능적 한계에 두지 않고 감성을 자극해 적극적 생활 공간화 한 것이다.
2층은 전체적으로 모노톤의 대리석으로 재료를 단순화 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며, 간접 조명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조화시키고 있고, 어린이 치과공간인 3층은 바닥, 벽, 천장을 백색의 순수공간으로 표현하며 각기 기능공간에 공간에 맞는 색채와 물성감으로 예술적 오브제를 구축하고 있다.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 Doctor of Design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실내건축가협회 초대작가 협회상 3회 수상 및 일본 JCD 본상부분 은상 2회 수상, 갈메상 수상 등을 하였으며 현재 평창동의 월가 어소씨애이트를 이끌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청담동 정샘물 B/D, 성북구 주택, 평창동 W 스튜디오, 압구정 M B/D 리모델링, 역삼동 D B/D 리모델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