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28
모던은 우리 생활의 모습을 어떤 면에서는 꿈과 같이 그리기도 한다. 이 꿈에 그려지는 것 이면에는 장소의 질(質)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모던은 각 개인이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 나아간다는 생활의 이미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삶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공간의 모습을 바로 이 모던이라는 특수한 장소의 질이라 생각 할 수 있으며, 우리들은 모던의 이미지 속에 살고 있다. 모던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모던의 이미지를 벗어 나고 있지 못하는 것은 모던이라는 이미지, 즉, 이상은 아직도 실현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던에 부합하는 공간, 개인의 판단과 개성에 의한 공간, 그 속엔 모든 특유의 장소의 질이라는 의미가 녹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의식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그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 모던의 최초의 이미지가 내 작업에 중심이 되는 장소의 질입니다."
ATMOSPHERICS이라는 것은 통상 '무선 통신상 집음을 만드는 대기전류, 일종의 전파'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면 전원을 끈 TV의 브라운관에 흐르는 정전기는 다른 영역과는 분리된 자기만의 영역을 형성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ATMOSPHERICS는 어떠한 보이지 않는 영역을 의미하며 이는 체험이 가능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변질의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변화의 모습은 요소를 바꾸는 것이 아닌 요소의 배열 즉, 색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라는 공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실린더 내부에 있는 공기를 그 장소 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색으로 바꾸어 나아가는 것이 건축의 방법론에 의한 유일한 장소를 의미와 질로 정의 시키는 것이 ATMOSPHERICS 이다. 건축에서 공기의 색을 만들어 내는 일은 그 공간을 형성시키는 구조이며 PROPORTION, SCALE, 소재, 장소에 부합하는 재료의 성질이다. 각각이 서로의 영향과 조합 속에 공기를 만들어 나아가며, 개별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전체를 유기적인 모습으로 형성시키는 것이 바로 아오키준이 말하는 ATMOSPHERICS인 것이다.
"저가 가지고 있는 방법론은 어떤 소재를 사용 할 것인가와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떤 단계적인 접근이 좋을지를 생각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창문을 열고 닫는 법을 생각하면서 어떤 부분을 보여줄지 감출 것인지를 생각해 가며 디테일도 전개 시켜 나아갑니다. 그러나 잠시라도 작업이라는 기분을 잊어버리면 저는 70년 전에 벌써 행하여 졌던 ATMOSPHERICS이 가지는 반복된 무의식 속에서 저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저의 작업은 진화하여 나아갑니다."
LOUIS VUITTON NAGOYA
LOUIS VUITTON NAGOYA에서 건축가인 아오키 준(靑木淳)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그가 처음으로 경험한 내장을 제외한 건물경계의 디자인이었다. LOUIS VUITTON NAGOYA는 비워진 상자이며, 건물 내부의 설계만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경계면을 함께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
"LOUIS VUITTON NAGOYA의 작업은 처음부터 많은 당혹감을 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많은 작업은 내부공간의 구성으로부터 생각해 그것을 외부로 표현해 나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LOUIS VUITTON NAGOYA는 내부에는 중요성을 주지 않는 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은 역으로 내부가 결정되지 않는 모습이어서 외부를 어떻게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당혹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결국 내부와 외부는 만들지 않을 것과 결국 만들어 내는 것의 경계면만으로 한정 되어지는 작업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경계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LOUIS VUITTON NAGOYA의 커다란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LOUIS VUITTON NAGOYA의 경계면을 외부라는 틀로 읽어 들여서는 안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부는 내부를 감싸는 포장지와 같은 의미로 접근 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LOUIS VUITTON NAGOYA는외부의 물질공간과 외부의 물질공간의 막을 형성하여 장소의 질을 만들어 준다. 그것이 LOUIS VUITTON NAGOYA의 방법론이며 LOUIS VUITTON NAGOYA가 가진 ATMOSPHERICS의 의미인 것이다.
LOUIS VUITTON NAGOYA의 외벽은 모아레방식(두개이상의 패턴을 중첩 시켜 패턴의 강약으로 제3의 패턴을 만들어 내는 방법) 에 의하여 외벽을 2중 구조체로 구성하고 있다.이 더블 스킨으로 인하여 내부와 외부는 서로 독립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모아레에 의한 제3의 패턴은 건물을 바라보는 각도 의하여 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어 내며, 저녁이면 이 제3의 패턴은 조명에 의하여 다시금 다른 이미지로 태어나게 된다. 결국 벽체는 그 실체를 잃어 버리고 디스플레이 공간만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 오게 된다. 결국 벽체와 우리들 사이에는 시각적 인식의 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때론 건축에 투명성과 영상성의 이미지를 부과하는 것은 무의미한 작업일 수 있다.
그것은 건축이 건축의 행위 이전에 존재하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요소를 가진 물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건물이 존재하고 있는 사물일지라도 공간형성이라는 작업의 행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 투명성과 영상성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LOUIS VUITTON OMOTESANDO의 외관은 트렁크형의 공간을 차곡차곡 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트렁크형의 공간은 기능을 포함한 개개의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공간의 척층형식은 렌덤(random)한 방식을 따르고, 트렁크와 트렁크는 반층 정도의 차를 두면서 적층 되어져 있다. 이 반층의 차를 두고 쌓아 나아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공간과 공간사이에 틈이 생겨 나고 이러한 적층형식으로 생겨난 공간은 테라스 및 발코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숍의 구성은 하나의 트렁크 공간 속에 있으면서 다른 트렁크를 바라 보면서 걸어 나아도록유도하는 형식으로 형태적으로는 정 입방체의 공간이 아닌 직사각형의 입방체의 모습을 띄고 공간과 공간을 이어 내고 건물 전체를 구성 해내고 있다. LOUIS VUITTON OMOTESANDO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공간 구성을 연상시키듯 이 트렁크에서 저 트렁크로 이어지고 이러한 유도된 이어짐은 다른 세계로의 출구와 입구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또 하나 LOUIS VUITTON OMOTESANDO의 커다란 디자인적 특징은 오너인 LOUIS VUITTON의 원칙인 에스칼레이터를 설치 하지 않기 조건 때문에 어떻게 사람들을 상층부로 이동 시킬 것인가라는 커다란 문제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는 일련의 트렁크 공간을 적층시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아가고 있으며, 일련의 적층방식에 의한 구성은 결국 내장적인 구성 방식이 아닌 각 트렁크의 적층방식과 접근 관계의 결과로서 건물 전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일반적인 전체를 지지하는 골격은 존재하지 않고 각 요소를 적층 시키는 것으로 인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필드가 생겨나고 이것은 트렁크라고 불리우는 공간이 있어야 되는 필드 즉, 장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트렁크 공간의 적층에 의하여 구조와 내장은 동일한 차원으로 환원되고 또한 가구와 내장이라는 부분은 동일한 차원으로 수렴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트렁크공간은 인테리어 영역에도 속하지 않으며 구조라는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다. 즉, LOUIS VUITTON OMOTESANDO의 트렁크 공간은 구조, 인테리어, 내장, 가구라는 모든 것이 수렴되어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LOUIS VUITTON GINZA의 외부에서 바라 본 모습은 모아레의 유리면과 금속면으로 구성되는 2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LOUIS VUITTON OMOTESANDO와 같은 구성을 하고 있으나 모아레의 유리면은 백색과 브라운의 체크 무늬로 구성된 70센치의 두께를 가진 2중벽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벽체의 구성을 하고 있는 금속면은 10미리의 두께를 가진 알루미늄 패널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 금속면은 유리면과는 대칭을 이루는 강렬한 인상을 연출해내고 있다. 유리벽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공간은 모아레에 의하여 더욱더 부각된 모습으로 설치되고 시선에 따른 선택적인 디스플레이를 행하고 있다.
아노키준의 대부분의 작업은 완결시키는 모습보다는 연결되고 회절 되는 모습으로 공간으로 보여진다.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공간, 행위의 순간이 아닌 행위의 종결된 모습을 포함하는 최저의 공간이며 장소인 PLACE라는 개념 속에 그는 답을 내고 있다. 아니 답을 낼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 모호한 느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모험처럼 느껴진다. 그 이상한 나라처럼 느껴지는 공간는 그와 그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로 유효한 법칙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인간의 움직임 운동이라는 것은 그 본성상 절대적인 장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뉴턴의 증명은 아직도 유효하며 결국 현실적 존재는 운동하지않고 단지 그것은 있는 곳에 있으며 지금 그것일 뿐이다. 현실세계는 현실적 계기로 되어졌으며 존재론적 원리에 의하자면 현존의 어떤 의미에서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현실적 계기로부터 파상 되어진 것이다. 하나의 현실적인 계기란 단 하나의 성원을 갖는 극단적 유형의 사건을 말한다.
Motion does not apply to absolute place, which in its nature is immovable, Thus an actual entity never moves: it is where it is and what it is. Thus the actual world is built up of actual occasions; and by the ontological principle whatever things there are in any sense of 'existence' are derived by abstraction from actual occasions. An actual occasion is the limiting type of an event with only one member -Alfred north whitehead.
이렇듯 그에게 있어서 장소의 질은 건축물의 존재에 대한 일련의 이벤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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