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7
아무런 계획 없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없겠지만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면 처음의 구상과 달라지거나 간단했던 메뉴들이 점점 복잡해지는 경우를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손댈 수 없을 만큼 헝클어져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경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백지를 꺼내 들면 한숨만 나온다.
웹디자이너 엄승호의 홈페이지는 단순함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홈페이지에서 단순함이란, 사용자의 편의와 개인용 포트폴리오용 홈페이지라는 목적에 꼭 맞는 단순함이다. 단순하다고 하면 흰 바탕에 메뉴 몇 개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홈페이지에는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메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현재 웹 이이전시 제오젠(www.xeogen.com)에서 디자인 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단순함을 추구한다. 웹 에이전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이트 작업을 통해 다양한 사이트를 구축하고 디자인하며 사용자의 편의성 및 꼭 필요한 내용을 간추리는 방법이 자연스레 몸에 배인 것이다. 모노 톤의 홈페이지에 깔끔하고 단정한 메뉴와 아이콘은 그가 심플한 취향을 한눈 에 알 수 있다.
웹디자인을 오래 하다 보면 가장 좋은 사이트는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구축된 사이트라고 생각한다는 웹디자이너 엄승호.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적화하다 보니 지금의 홈페이지가 완성되었다. 실제로 그의 홈페이지는 클릭 몇 번만으로 모두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센터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우측에서 포트폴리오 리스트를 보여주는 방식은 시선의 이동이 자연스러워 부담스럽지 않게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는 웹디자이너로서의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쌓여가는 포트폴리오를 미루고 미뤄 한꺼번에 정리하려다 손을 놓고 말았던 경험이 있다면 엄승호처럼 평소에 틈틈이 정리해 보자. 작업이 끝난 포트폴리오라도 한번에 몰아서 작업하게 되면 또 하나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홈페이지에서 링크 영역은 홈페이지의 주인이 즐겨 찾는 사이트로 채워져 있지만 그의 홈페이지에는 지인들의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고 있는 친구나 선∙후배들의 홈페이지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링크해 둔 것이기도 하지만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신선한 자극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홈페이지는 3년 만에 리뉴얼한 것으로 이전 홈페이지에 비해 훨씬 간결해졌다. 그는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전 홈페이지 보다 훨씬 간결한 인상을 주기 위해 꾸준히 작업했다고 한다. 작업하다가 그만둔 것까지 포함하면 3~4번의 리뉴얼을 거쳐 완성된 지금의 홈페이지는 사용자 편의성, 비주얼과 폰트, 컬러, 레이아웃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많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다.
무난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지금의 홈페이지와 이전 홈페이지가 구분되는 차이점은 물론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메뉴 개편에 따른 컨셉트의 변화다. 우선 순위를 구분하고, 그에 따른 메뉴를 구성하면서 불필요한 메뉴는 제외하면서 다듬어진 홈페이지에는 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
모노 톤의 홈페이지가 차분하게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다면 그의 블로그는 산뜻하고 발랄한 느낌이다. 하나의 홈페이지 안에서 일과 일상을 동시에 보여주기 보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로 나누어 목적에 맞는 내용들로만 채워 넣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동시에 관리하려면 힘에 부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쉽단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웹디자인이지만 그래픽이나 일러스트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는 그는 뮤추얼리스폰스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뮤추얼리스폰스(www.mutualresponse.com) 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는 커뮤니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온∙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욕구를 채워주는 곳이다. 그는 이 커뮤니티에서 여러 가지 활동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즐거움을 충전하고 그것을 다시 일과 일상의 즐거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Jungle : 홈페이지는 언제 만들게 되었나요?
엄승호: 홈페이지를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초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웹디자인 일보다는 캐릭터나 일러스트 쪽 일을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작업했던 것들을 내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 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죠.
Jungle : 홈페이지의 컨셉트는 무엇인가요?
엄승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홈페이지이고, 컨셉트는 ‘종이’ 입니다.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홈페이지 전체에 종이질감을 넣기보다는 군데군데 종이질감을 살리고 깔끔하게 폰트와 일러스트를 넣어서 마무리 했어요.
Jungle : 홈페이지의 구상 기획과 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요?
엄승호: 2000년 초부터 홈페이지 작업을 하다 보니 무조건 홈페이지 리뉴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차분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기획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가장 깔끔하고 세련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제 바람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오면서 작업했던 모든 부분을 홈페이지에 담고 싶었어요. 독특한 작업을 품고 있는 하나의 큰 틀을 가진 홈페이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Jungle :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로 자동차 관련 사이트 작업이 많습니다. 다른 사이트에 비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엄승호: 예전과는 달리 멀티미디어와 3D의 자유로운 구현이 활발해져서 그냥 정적인 디자인보다는 움직임을 예상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클라이언트들이 요구하는 사항도 무시 할 순 없겠지만 자동차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제품(자동차)을 가장 부각시켜야 되는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Jungle : 앞으로 다시 한 번 리뉴얼 한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가요?
엄승호: 리뉴얼이 끝나고 나면 ‘이제 끝났다’가 아닌 ‘또 다시 시작이다’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요. 그리고 시간에 쫓겨 구현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다이나믹한 플래시 구현과 크리에이티브한 요소인 것 같아요. 다음 리뉴얼엔 시도 해보고 싶은 부분들은 앞으로도 무궁무진 할 것 같습니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엄승호: 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 많은데 실제로 하려고 하면 바빠서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심과는 멀어지고 세워뒀던 목표는 한없이 커 보이기만 하지만 다시 한번 처음처럼 열정을 가지고 머릿속에 쌓아 두었던 많은 일들을 차곡차곡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 많은 일들은 일상적인 것부터 디자인까지 너무 많은 듯 하네요.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제 생활의 신조이기도 한만큼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