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쉽고 편한 쇼핑 경험, 롯데닷컴

2011-03-22


한국에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한지 어언 14년. 어느새 온라인 쇼핑은 ‘윈도우 쇼핑’만이 아니라 ‘모니터 쇼핑’까지 가능하게 하는 국민적 놀이가 되었다. 이런 흐름 가운데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첫 스타트를 끊은 롯데닷컴은 14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을 향해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롯데닷컴


지난 11월 롯데닷컴은 웹어워드 코리아 2010에서 종합쇼핑몰분야 대상을 거머쥐었다. 수많은 온라인 종합쇼핑몰들을 제치고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진 ‘롯데’라는 이름만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롯데닷컴 내 약 80명의 디자이너들을 이끌고 있는 UX 디자인팀의 한백영 팀장을 만나 녹녹치 않았던 리뉴얼 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실 저희가 어떻게 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신기해요. 웹어워드 평가기간이던 2009년 11월은 저희가 막 ‘시스템 롯데닷컴화’라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사이트를 새로 오픈 했던 때였어요. 시스템이 불안정해서 한 달 정도 사이트가 계속 다운됐죠. 사실 지인들에게 ‘와서 댓글 좀 달아’ 라고 입소문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그럴 정신이 어디 있었나요. 팝업 창 띄워 사과공지 띄우고, 내리고를 반복하느라 저희들도 웹어워드에 신경을 못 썼어요. 그런 와중이었는데도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시고 저희 사이트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더 기뻤죠. “

롯데닷컴은 살인적인 일정으로 리뉴얼을 해냈다. 통상 종합쇼핑몰 구축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은 그들을 몰아쳤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진행된 CI 변경 역시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았다. 변경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이트 전체의 톤앤매너를 고려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닷컴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좋은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모토를 지켰던 덕분이다.

“저희 메인 컨셉이 ‘쉽고 편한 온라인쇼핑몰 경험’이었어요. ‘차별화’와 ‘쉽고 편한 사이트 경험’은 요즘 유행처럼 등장하는 단어인데 누구나 추구하지만 누구나 하지는 못하는 거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남의 것 따라 하게 되거나 멋지고 독특하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사이트를 만들게 되죠. 저희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촉박한 일정이나 내외부의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고 ‘기본’을 지키려 한 것이 사이트에 반영이 되어 사용자들이 좋아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사이트에서 쉽고 편하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변화는 주어야 하지만 너무 달라지면 안 된다. 롯데닷컴의 리뉴얼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역시 변화를 주었어도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주요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두었다는 점이다.

“디자이너들은 멋지고 독특하게 보여지는 것만 생각해요. 하지만 더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죠. 사용자들이 찾는 사이트는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니에요. 너무 새로우면 구매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그 인터페이스에 적응될 즈음이 되어야 다시 올라가요.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디자인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한백영 팀장은 롯데닷컴 강현구 대표로부터 많은 점을 배운다고 했다. 강 대표는 대홍기획에서 인터넷 초창기부터 쌓아온 노하우로 리뉴얼 작업의 소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직접 챙겼다.

“저희 대표님은 인터넷 환경을 너무 잘 알아서 도저히 속일 수가 없어요. 배너 하나를 다는데도 왜 이 색깔을 썼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일일이 물어보세요. 디자인에 대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시안만 해도 140번이나 고쳤어요. 당시에는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만 이렇게 인터넷 환경에 빠삭한 임원진들이 있기에 롯데닷컴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쇼핑몰의 세계는 반짝인다. 오프라인에서 그러하듯 온라인에서도 날마다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이 다는 아니다. 한백영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백조’다. 사람들은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화려한 모습만 보지만 물 속에서 죽을 둥 살 둥 헤엄치는 모습은 보지 못한다. 이 것은 롯데닷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처한 상황이다. 롯데닷컴 리뉴얼 역시 보이지 않는 문제 상황에서 출발했다.

“2008년부터 사이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사이트가 구축 된지 오래됐기 때문에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복잡했고 작업을 해도 잘 적용이 안됐죠. 당시 유행하던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s), 일명 날개배너라는 화면 하단에 다는 개인화 서비스 기능이 있었는데요. 화면을 스크롤해서 내리면 이 배너가 하단에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계속 부르르 떠는거에요. 3개월 동안 컨설팅도 받아보고, 개발자에게 물어봤지만 누구도 해결을 못했죠. 결국 ‘사이트 자체의 코딩이 엉망이다’, ‘웹 표준화를 시켜야 한다’는 답이 나왔어요. 그 때, 거기에 들어갈 일정과 비용을 계산하니 거의 리뉴얼 하는 것과 비슷한 금액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리뉴얼을 하자고 했죠.”

사실 웹 표준화는 표면에 문제가 잘 나타나지 않아 아직도 많은 온라인쇼핑몰들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보이는 것에 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 등 서로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웹표준화를 할 때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순으로 중요해요. 하지만 이 순서가 깨지는 경우가 많죠. 개발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코드를 자꾸 쓰려고 하고, 저희는 계속 바꿔달라고 하고. 삼박자가 잘 맞아야 표준화가 잘 돼요. 저희도 완벽한 표준화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까지 80~90% 정도만 표준화됐어요.”

이렇게 바쁘게 달려온 그들은 올해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찾는 ‘스마트픽’ 서비스의 확대와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들을 찾아가기 위해 오늘도 백조는 이렇게 우아하고 힘차게 헤엄을 친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