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2
지난 글에서 레이블링의 방법론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Case study를 통해 실무에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훈련을 해보겠습니다.
필자가 작업했던 롯데리아의 버거커뮤니티 사이트 ‘버거매니아’ (http://www.burgermania.net) 라는 사이트를 예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중요한 주의사항! 키보드에 손을 얹기 전에 먼저 종이와 연필을 들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롯데리아의 버거매니아는 이러한 취지로 기획된 사이트입니다. ‘버거를 담론하는’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싶으나, 특정브랜드의 사이트에서 누가 ‘버거이야기’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특정브랜드에 대한 담론만이 가능하겠지요.
그러한 취지로, 순수한 버거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롯데리아 공식사이트에서 분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롯데리아만이 할 수 있는 정서는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요.
1.글로벌한 코믹함이 아닌, 한국인만이 웃을 수 있는 ‘로컬’에 충실한 개그감각과 발랄함을 보여주는 CF들 → 이러한 느낌을 웹카피의 tone & manner로 잡자.
2.경쟁사 패스트푸드들이 할 수 없는 주제는 바로 대한민국과 민족주의적 담론. 경쟁사들은 역시 글로벌 브랜드들이기 때문.
3.국내에서 2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 1위인 리더급 브랜드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야기들...직접적인 제품 프로모션 및 브랜딩 보다는 좀 더 차원이 높고 넉넉한 이야기들이다.
당연히 즐거움과 발랄함이 주된 브랜드 정서가 되겠죠?
이러한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끄적끄적 메모를 하며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이 정도의 브랜드 속성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하게 됩니다.
자, 이제 정리한 생각을 기준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추출해냅니다.
자. 이렇게 기준과 키워드군(群)만 잡아 놓으면 네이밍은 이제 시간문제 입니다.
6가지의 메인 메뉴와, 서브메뉴, 그리고 레이블의 설명 카피를 소개합니다.
이 사이트의 레이블링은 정말 쉽게 갔습니다. 세계최초의 버거포털(?)을 지향하고 있으니 무조건 ‘버거’라는 키워드로 밀어붙여 세뇌(?)를 하고, 여기에 발랄+재치의 합성어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버거테인먼트라는 레이블은 ‘burger + entertainment’의 합성어입니다. 서브메뉴는
“미션버거 / 디카버거 / 버거복권 / 버거게임 / 버거카드 / 버거월페이퍼”로 레이블링했습니다.
무조건, 무식하게 ‘버거’라는 키워드를 밀고 갑니다.
버거스닥이라는 레이블은 ‘burger + ~sdaq’의 합성어입니다. 롯데리아의 각 버거 메뉴들을 매일매일 투표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순위를 정하는 인터렉티브형 유저 컨텐츠입니다. 증권거래소의 메타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버거스닥’의 서브메뉴로는
“종합버거지수 / 개별버거지수 / 시황분석 / 테마버거폴”로 잡았습니다.
’버거’키워드도 밀고 나가지만, 전반적으로 증권거래의 메타포에 집중했습니다.
일반적인 구성이므로 별다른 언급없이 통과합니다.
서브메뉴는 “HOT이벤트 / 전체이벤트/ 당첨자”입니다.
서브메뉴로는 “신제품 / 추천베스트/ 세트메뉴 / 일반메뉴/ 천원메뉴”들이 있습니다.
직관성 때문에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메뉴. 이런 경우 레이블 설명카피에서라도 약간의 오바가 필요합니다.
버거에 관련된 약간 지적(知的)인 컨텐츠를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따라서 아카데믹(?)한 느낌으로 레이블링 했습니다.
서브메뉴로는 “닥터버거 / 추억의 버거/ 버거이야기 / 매니아토크”들이 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완성!
레이블 설명카피를 성의있게 촘촘히 원하는 목표대로 쓰면, 이것들이 모여 웹사이트의 아이덴티티를 창출하는데 있어 괴력을 발휘합니다.
버거매니아의 레이블설명카피를 몇 개 보여드리고, 그 기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앞서 수립했던 원칙들과 부합되는지, 그리고 이 사이트를 이성-감성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나 판단해보세요.
버거스닥>종합주가지수 : 세계적인 버거제조사들의 종합 버거주가를 한눈에! (오바)
버거스닥>테마버거폴 : 당신의 한 표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더 좋은 버거 세상을 만듭니다 (메타포)
버거이벤트>Hot이벤트 : 갓 구운 패티처럼 뜨끈뜨끈~방금 도착한 이벤트 소식, 놓치면 식습니다. (메타포, 브랜드 아이덴티티)
버거메뉴판>신제품 : 신고합니다! 롯데리아에 갓 전입한 버거입니다. (메타포, 오바)
버거학개론>닥터버거 : 노벨버거상 수상에 빛나는 닥터버거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세요. (구라, 의인화)
버거학개론>추억의버거: 역사의 뒷 편으로 사라진 우리의 버거를 찾아서- 롯데리아 협찬입니다. (패러디, 유머)
보통 레이블을 구상할 때 영문이냐, 한글이냐라는 두 가지 축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겠습니다.
’제품review’의 형태인 ‘한글+영문’이나, 각종 기호, 숫자, 가감승제의 부호 등 무한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아래의 몇 가지 문장은 여러분의 창조적인 레이블링을 위한 단서가 되기를 바라며 필자의 몇가지 노하우를 공개한 것입니다.
참고가 되길 바라며,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반드시 그럴만한 당위성 있는 논리를 확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