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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카피는 스크랩의 예술

2005-01-25

‘카피라이터는 자료로 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바꿔 하면, ‘카피라이터는 스크랩으로 말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잘나가시는 중견 카피라이터의 방에 방문하면 누구나 라면박스 상자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크랩으로 후배들의 기를 죽이십니다.
한 사람의 문장패턴으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사고력으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감성으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지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순간의 발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카피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나의 스크랩북에 수많은 사람들의 문장패턴과, 사고력과, 감성과, 아이디어와, 지식을 초대하고 가둬두어야 합니다.
또한 나의 발상이 원하는 순간마다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니 미리미리 쟁여놓아야 합니다.
스크랩이 카피라이터의 능력입니다.
카피를 쏟아내야 하는 외로운 밤, 나의 스크랩은 마치 몇 명의 카피친구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듯한 천군만마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천재라면 이런 노력은 필요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무에서 스크랩이 필요 없을만큼의 천재를 만나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크랩을 하지 않는 후배들은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생각의 축지법’을 쓴 카피라이터 송치복 선생님의 한 선배는 운전중에도, 술을 마시다가도, 사랑(?)을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바로 메모를 하셨다는군요.

고수들이 저럴진대, 하수인 저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저역시 메모광입니다. 차안에도 메모지가 있고, 침대곁에도 메모지가 있고, 주위에 널리는 종이들 모두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존재합니다.
종이가 없다면 손바닥도, 통장도 메모를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연예가 최고의 입담꾼이라 말하는 개그맨 김제동씨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4개 이상의 신문을 보며 만들어낸 스크랩북이 벌써 10여권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긴 이것도 벌써 몇 년 전 기사니까 많이 늘어났겠군요.) 신문뿐만이 아니라 책에서 얻는 명언은 모두 스크랩,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붙어 있는 `오늘의 말씀`도 스크랩. `김제동 어록`은 이런 노력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하는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스크랩북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수단이 있겠죠.
좋은 배너를 봤을 때는 캡쳐해서 폴더에 담아두시고, 길에서 좋은 광고를 만났을 때는 디카로 촬영을 하십시오. 좋은 제목의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따로 폴더를 생성해서 모아두십시오.
신문의 헤드라인, 길에서 나눠받은 찌라시, 영화홍보 리플렛, 멋진 소설제목, 영화제목, 길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 소비자 통찰력, 생경한 단어의 조합 등 아이디어의 소스가 되고 카피의 소스가 되는 것은 닥치는대로 모아야 합니다.

한가지 팁을 더 드리겠습니다. 자주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된 게시판에서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게시물은 헤드라인의 주목성 측면에서, 조회수 대비 추천점수가 높은 글은 바디카피의 충실도 측면에서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됩니다. 역시 스크랩 요망!

이렇게 모아진 많은 스크랩들을 보관만 하는 것은 카피力향상에 아직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모아진 스크랩들은 분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자, 패션, 제과, 통신 등의 업종별 분류도 가능하겠고 한국정서, 럭셔리코드, 여성성, 남성성, 논리적, 분석적 등 감성적인 분류도 가능하겠습니다. 배너, 이메일제목, 회사소개, 슬로건 등의 매체 및 tool에 따른 분류도 좋습니다.
자신의 활용성에 맞춰서 적절한 분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단, 연차가 늘어가며 분류의 기준을 적절히 갱신하셔야 합니다.
1년차의 분류기준과 5년차의 분류기준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크랩의 양을 줄이며 적절한 양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크랩광이 된 이후 스크랩의 양에 집착하는 것은 ‘스크랩을 위한 스크랩’에 머물 위험이 큽니다. 너무 많은 양의 정보는 막상 ‘카피가 막히는 밤’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스크랩을 보며, 카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스크랩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스크랩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활용성이 높은 스크랩의 재발견, 그리고 도움되지 않는 정보를 발견하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스크랩의 고수들의 영역입니다. 여러분이 모은 스크랩은 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좋은 자료’,’좋은 소스’,’좋은 카피’이기에 모은 이 스크랩들이 ‘좋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코멘트를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내공이 증진되며, 이렇게 모인 법칙성들이 여러분의 카피라이팅에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경한 단어들의 조합이 때로는 놀라운 임팩트를 만드는구나!'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과 여자라고 부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구나!'
'짧은 카피가 좋다지만 카피가 길어도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다면 길어도 상관이 없구나!'
'역설법 등의 의외성 있는 카피는 노출빈도가 낮을 때 효과가 있구나!'


이러한 법칙성들은 여러분이 책에서 읽었던 어떤 지식과 법칙성을 뛰어넘는,
여러분이 직접 체화(體化)시킨 너무나 소중한 노하우가 될 것입니다.
자신만의 법칙성을 많이 가진 사람을 우리는 카피고수라고 부릅니다.
365일 건필하세요!


마지막으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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