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1
‘올해의 인터넷 10대 뉴스’에는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 서비스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올해의 웹기획 10대 이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번 필자가 10대 이슈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순위는 관계없이 정하였으므로 10가지 모두 같은 정도의 이슈로 보면 되겠습니다.)
바야흐로 펌질의 시대가 활짝 펼쳐졌습니다. 1인 미디어는 펌질로 시작하여 펌질로 끝납니다.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어떤 컨텐츠든 원하는 곳으로 퍼갈 수 있습니다. 작게는 블로그 포스트 하나에서 크게는 커뮤니티 컨텐츠 모두를 한방에 옮길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네이버 블로그의 퍼가기 기능입니다.
커뮤니티 이사라고 불리는 기능은 특정 커뮤니티의 모든 컨텐츠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온라인 이사 서비스까지 제공하여 펌질의 수준을 한껏 높였습니다.
[그림 2]는 프리챌 섬 서비스의 ‘내 자료 가져오기’입니다.
이처럼 펌질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이트 내에서의 컨텐츠를 복사하여 옮길 수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이트에서 컨텐츠를 복사하여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에는 컨텐츠가 곧 그 사이트의 서비스였던 반면 지금은 컨텐츠 자체보다는 컨텐츠를 둘러싼 환경에 더 많은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펌질의 확대는 곧 컨텐츠 독점력이 약해진다는 의미이므로 컨텐츠 중심의 서비스보다는 컨텐츠 플레이스 서비스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대표적인 컨텐츠 플레이스 서비스는 1인 미디어와 커뮤니티입니다.
다음까페와 플래닛, 싸이미니홈피와 페이퍼, 프리챌커뮤니티와 섬. 이들은 모두 2004년 중반을 기점으로 큰 이슈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구 서비스를 신 서비스로 이동하고자 하는 움직입니다.
알다시피 다음까페는 5년 넘게 장수해왔지만 점점 더 기획이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역시 기획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리챌 커뮤니티는 유료화 이후 신규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섬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신규 서비스의 이동은 웹기획이란 분야가 담당하는 것이 ‘서비스 기획’뿐 아니라 ‘서비스 이동’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을 잘 알려줍니다.
다시 말해 신규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말은 기존 서비스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유저의 이동이 가능할 때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신구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그 실험은 네이버의 블로그, 까페, 아이템몰을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인터넷 진출은 호의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같습니다.
넷마블이 의욕적으로 오픈한 마이엠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대지주에 의해 폐쇄되었습니다.
웹기획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결국 어떤 웹기획이든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머니게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오히려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2004년 머니게임이 웹기획에 미친 영향은 무척 간단합니다.
웹기획이란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 마케팅 기획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돈을 벌지 못하는 웹기획은 머니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웹기획 후 마케팅 기획이 아니라 웹기획은 곧 상품기획이고 마케팅기획이라는 점은 2005년에 웹기획자를 더욱 옥죌 것으로 보입니다.
브로드밴드로 일컬어지는 컨텐츠 전문 사이트의 하락은 컨텐츠 제작의 중심이 분산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컨텐츠 독점을 통해 컨텐츠 사이트로 성장한 사이트들은 컨텐츠 제작이 점점 유저에게로 넘어감에 따라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지식검색, 디시인사이드, 쇼핑몰의 상품평, 블로거들의 포스트, 미니홈피 주인들의 펌질 등은 점점 더 컨텐츠 제작의 중심을 흩으려놓았습니다. 완벽하게 컨텐츠를 독점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컨텐츠 전문 사이트가 설 길은 좁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컨텐츠 독점의 효과는 인터넷이 아닌 모바일에서 나타났습니다. 모바일용 컨텐츠는 아직까지 컨텐츠 독점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망 개방 이후 모바일도 컨텐츠 독점력이 약화된다면 웹기획자든 모바일기획자든 찾을 곳은 오직 컨텐츠 마켓플레이스인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의 페이퍼 서비스가 초기 오픈시 골칫거리가 되었던 약관 문제 역시 컨텐츠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야후 검색의 전성기는 웹사이트 검색이었습니다. 이는 곧 ‘웹 검색’이었지만 2004년 지역검색, 생활검색, 프리뷰 등 다양한 형태의 검색을 지원합니다. 네이버는 통합검색, 디렉토리, 지역정보, 웹문서, 이미지, 지식IN, 도서, 전문지식, 사전, 뉴스, 까페, 블로그, 쇼핑 등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까페와 블로그를 검색 서비스에 통합시킨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만약 포탈 사이트를 하나의 큰 도서관이라고 본다면 진정한 포탈(관문)의 역할을 하는 것은 검색이 아닐까요?
도서관에서도 검색을 하지 않고는 쉽게 책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또 책을 찾다가도 검색이 필요한 것처럼 서비스 통합의 중심에는 검색이 있습니다. 이는 2005년에도 검색 서비스가 가장 우수한 사이트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예고합니다.
세이클럽의 게임을 떼어내 피망을 런칭하고, nhn이 엔토이를 런칭하는 등 서비스의 선택과 집중이 2003년을 메웠다면 2004년은 다시 통합으로 전환되어습니다.
대표적으로 파란닷컴은 하이텔, 한미르, 티니위니 등 기존의 사이트를 파란닷컴으로 통합하였습니다.
넷마블은 마이엠을 흡수하였습니다. 네이버와 야후는 여전히 주니어 서비스를 통합한 채로 두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션택적으로 분화시켜 집중력을 가지려던 오프라인식의 전략은 온라인에 맞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온라인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온라인 업계가 정리가 되지 않은 성장중인 시대임을 잘 알려줍니다. 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는 한곳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2005년 포탈 사이트는 스폰지 사이트(대량의 컨텐츠나 사이트를 흡수하는 사이트)로 더욱 확대될 것이고, 중소 CP는 컨텐츠 제작 분산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파란닷컴이 2005년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중급 포탈 사이트의 M&A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웹기획자에게도 전문성보다는 통합성을 더욱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감성 마케팅이 휩쓸 2004년에 웹기획에서도 감성 웹기획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싸이월드의 감성적 접근은 이제 벤치마킹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웹기획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감성 웹기획은 2005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단순히 게시물에 대한 의견 정도로 본다면 오산.
2004년 댓글은 마케팅에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댓글을 통한 이벤트 참여는 블로그 서비스에서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이용한 것은 곳 이벤트와 서비스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이전에는 이벤트 페이지 따로 서비스 페이지 따로였다면 지금은 이벤트 페이지가 곧 서비스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아바타 시장이 침체되면서 홈피 스킨, 장식, 플래시게임 등이 유료 아이템 시장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도트 수준의 스킨에서 일러스트나 플래시 스킨으로 점점 고급화, 브랜드화되고 있습니다.
아이템 시장은 2005년에 작품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웹기획이 단순히 웹사이트를 기획하는 일에서 벗어나 마케팅 웹기획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코리아인터넷닷컴이 주최하는 웹기획 전문가 과정의 커리큘럼은 웹전략, 디자인, UI, 커뮤니티 기획, 프로젝트 관리, 웹파키, 이론 등에 유료화 전략이 포함된 것은 마케팅 웹기획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점점 더 돈을 벌 수 있는 웹기획이 필요한 시점에서 마케팅 웹기획이 성장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3년에 “정유진의 웹기획론”이나 2004년 “오종혁의 웹기획&웹프로젝트 매니지먼트”가 순수 웹기획을 다루고 있는 반면 2004년말 김철수의 “싸이월드는 과연 다음을 넘어섰을까”는 본격적인 마케팅 웹기획을 얘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