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2
카피 두어 줄로 물건을 팔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분들은 ‘팔 수 없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왜냐, 여러분 스스로는 ‘이성적인 존재이므로 ‘카피 따위에는 현혹되지 않는다. 나는 제품을 보는 통찰력이 있으며 그러한 이성적인 판단에 의거하여 물건을 살 뿐이다’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카피로 물건을 팔 수 없다면 여러분은 왜 밤마다 TV홈쇼핑에서 결국 카드를 꺼내 다이얼을 누르게 되겠습니까?
바로 쇼핑호스트의 현란한 말발에 넘어가게 됨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공식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카피는 물건을 팔아 치우는 힘이 있습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제품 설명은 있되, 카피는 없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에 반해 소형쇼핑몰을 가보면 제품 하나 하나에 물건을 팔기 위한 카피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 카피는 진심으로 물건을 팔고 싶은 마음에서 쓴 카피일까?
이 카피는 카피라이팅 연습을 위해 그냥 저냥 쓴 카피 아닐까?
이 카피는 문장력을 자랑하게 위해 쓴 카피 아닐까?
쇼핑몰에서의 카피는 오직 물건을 팔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우아한 카피를 썼다 해도 물건을 팔지 못한다면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것입니다.
물건을 파는 카피의 필살기 2가지를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제품에서 벗어나 사람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라” 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효용을 느끼는 소수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효용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다수에게 물건을 파는 데 있습니다.
만일 우리의 제품에 대해 원래 효용을 느끼고 있거나, 제품을 보기만 해도 효용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카피 자체가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먼저 한가지 예시를 보시겠습니다.
누구나 한복이 한 벌 정도는 있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한복을 쇼핑몰에서 팔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당신이 가진 한복보다 더 저렴하다’
‘당신이 가진 한복보다 더 고급스럽다’
‘당신이 가진 한복보다 더 아름답다’
라는 카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있어 한복은 그저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입는 옷일 뿐입니다.
그저 명절에 한 번 입고 때우는 것이죠? 즉, 그다지 큰 효용을 가진 상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없는 효용을 끌어내서 구매욕구를 자극해야겠죠?
이러한 가상의 카피를 써보았습니다.
‘한복은 한 번 입고 때운다’라는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카피입니다.
명절마다 똑 같은 옷만 입고 가족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old-fashioned’하다는 위협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저렴한 가격, 고급스러움,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공간이 허락한다면 언급하는 것이 좋겠죠.
이 카피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홈쇼핑 카달로그에서 찾아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홈시어터 같은 제품은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다지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부들에게 이 물건을 어떻게 팔아 치우면 좋을까요?
주부들의 라이프스타일, 즉 사람속으로 들어가면 이 물건을 팔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주부들에게 홈시어터라는 낯선 제품이 아니라 다른 효용을 찾아내야 합니다.
주부들은 아이를 갖게 되면서부터 ‘극장’과는 멀어지게 되는 문화의 소외를 겪게 됩니다.
아이 탓에 극장을 못 가게 되고, 아이가 커서는 너무 오랫동안 극장을 못간 탓에 극장을 꿈꾸면서도 멀어지게 되는데, 홈시어터를 ‘극장’의 대용품으로 만들어 구매욕을 자극하는 秀作이라고 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살짝 팝콘을 끼워 넣는 것은 카피라이터의 센스!
브랜드카피와 쇼핑카피를 구분하자는 의미입니다.
(지금 쓴 용어… 딴데 가서는 안 통하는 아주 자의적인 용어입니다. 써먹지 마세요.)
제가 카피사춘기 시절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든 한줄의 카피가 있습니다.
생수 한 통에도 철학이 있고 이데올로기가 있는(이데올로기는 없나?) 정말 위대한 카피입니다.
단순히 생수 한 통이 아니라 풀무원이라는 회사의 브랜드의 품위를 하늘 끝까지 올려주는 대단한 카피죠.
이런 카피로 풀무원 생수의 ‘구매의 향율’을 올리거나 ‘호의도(good-will)’을 향상시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쇼핑카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지갑을 꺼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데는 거시기 한 면이 있다 이겁니다.
이 위대한 카피를 쇼핑카피 버전으로 바꿔봤습니다.
확실히 피부에 와 닿는 benefit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풀무원 생수 좋은 건 다 알지 않느냐.
어차피 여름이라 물도 많이 드실텐데, 기왕이면 한번에 사고 할인도 받자.”라는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브랜드카피면 브랜드카피, 쇼핑카피면 쇼핑카피 – 이 두 가지는 정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쇼핑 카달로그에서 ‘물 한 통 빚는데…’같은 카피를 만나면 좀 당황스럽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해당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나 홍보영화나 잡지의 기업PR광고에서 ‘10개 들이로 사면 만원을…’같은 카피를 만나도 곤혹스러운 것이구요.
둘의 차이, 잘 아시겠지요?
다음 칼럼에서는 카피로 물건을 파는 세 번째 기술, ‘감성카피로 소비자의 심장을 베技’와 네 번째 기술, sizzle카피로 침샘자극하技’, 그리고 몇 가지 팁을 더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