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06
학교를 졸업하고도 우리가 잊고 있지 않는 게 두 가지가 있죠.
수학시간 처음에 나오는 ‘집합’, 그리고 국어시간에 배운 ‘수사법’입니다.
다들 수학참고서를 펼치면 앞부분만 새까맣게 때가 묻어있죠.
그렇게 열심히 한 만큼 ‘부분집합’,’교집합’,’합집합’ 등의 용어는
지금 일상생활에서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했던 ‘수사법’은 왜 잘 안쓰시나요.
이것만 잘 써먹어도 ‘문장력 좋네’ 라는 말 들을 수 있는데요.
우리는 수사법을 시험 보려고 배운 것이 아니라 카피라이팅 하려고,
즉 써먹으려고 배운 것이었습니다.
수사법, 기억 안나신다구요? 제가 기억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쓸 때 백지를 펼쳐놓고 ‘필’받기를 기다리시거나
워드프로세서를 열어놓고 모니터만 째려보고 계시다는 사실을.
글을 쓰거나 카피를 쓸 때에는 반드시 이러한 문장방법론 몇 가지를 책상에 붙여놓고 계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우리 머리 속에 피뢰침이 달려 영감이 번쩍! 꽂히는 일은 적지 않기 때문이며, 글쓰는 것이 일이 될 때는 ‘쥐어짜야’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컨셉과 타겟에 대한 분석, 카피의 목적을 분명히 한 지침, 제품-서비스의 특장점, 핵심 전달사항 등이 정리된 문서를 왼쪽에, 그리고 이러한 카피라이팅 방법론이 출력된 문서를 오른쪽에 놓으십시오.
그리고 왼쪽문서를 오른쪽 문서에 ‘대입’해보십시오.
딱 떨어지는 방법론이 반드시 나오게 됩니다.
이것을 정리한 것이 바로 ‘카피’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카피라이팅 방법론의 한가지로, 수사법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수사법은 크게 3가지라고 배웠죠?.
비유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손에 잡히게,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른 사물이나 개념을 빌려오는 방법입니다.
이때 나타내려는 대상을 원관념(元觀念)이라 하고, 그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끌어들인 사물이나 개념을 보조관념(補助觀念)이라 하죠?
(원관념,보조관념…추억이 방울방울..)
그렇다면 카피에 있어서 나타내려는 대상은 광고하려는 대상, 즉 제품과 서비스가 되겠죠?
비유법을 세분화 시켜서 알아 보겠습니다.
직유 (直喩)
'같이', '처럼', '듯이', 등의 결합어를 사용하여 연결시키는 직접적 비유법입니다.
예) 삼단같은 머릿결, 비겐톤 (비겐톤)
은유 (隱喩)
매개어가 사용되지 않고 'A는 B이다.'라는 형식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카피는 대체로 상식을 배신하는 쾌감이나, 신선한 충격, 그리고 호기심을 주게 됩니다.
예) 보험은 사랑입니다 - '보험'이 원관념, '사랑'이 보조관념
의인(擬人)
사람이 아닌 사물 또는 관념을 사람의 시각으로 인격화 시키는 방법이죠. 무미건조한 제품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고, 카피라이터나 크리에이터 자신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신선한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되겠죠. 생물이 아닌 대상에게 쓰는 방법은 활유법이라고 하지만 실무에서는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 생략.
예) “쵸코가 외로워 쿠키를 만나네”(오리온 쵸코칩쿠키)
대유(代喩)
개념의 한 부분이나 한 속성으로 전체를 대신해서 나타내는 비유법으로 제유와 환유로 나뉘지만, 간단하게 대유법으로 통일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예) 자연을 샀습니다. 부러움을 샀습니다 (아파트를 자연, 부러움으로 대유 : 쌍용아파트)
한창때는 온몸으로 꿈을 꾼다 (몽정을 온몸으로 대유 : 영화 ‘몽정기’)
너, 받아봤니? 8줄의 러브레터 (문자서비스를 러브레터로 대유 : LG싸이언 사이버폴더)
중의(衆意)
한 단어나 문장이 두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말장난 기법입니다.
주로 브랜드네임과 브랜드 속성을 이용해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거 잘 쓰면, 카피 잘 쓴다는 칭찬 많이 받습니다. 밑줄 쫙-
예) 안녕하십니까. ‘이건’나비입니다 (이건창호)
그동안 피자 ‘헛’ 먹었습니다.(미스터피자)
思考뭉치! (18회 대홍기획 광고대상)
밋밋한 글에 변화를 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집중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변화법을 반복숙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치(倒置)
정상적인 언어 배열 순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강한 인상을 주려는 표현 기법입니다. 지금 쓴 당신의 카피가 밋밋하다면 단지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톡톡 튀는 카피를 써낼 수 있는 방법론입니다.
예) 울어라! 암탉! / 없습니까? 여자대통령 (숙명여대)
생각해 보셨어요? 선생님이 시험문제를 어떻게 만드는지 (재능교육)
설의(設疑)
극히 뻔한 답을 의문형으로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 대답을 생각하게 하는 수법입니다.
예) 밥은 매일 먹으면서 화장실은 왜 매일 안가세요? (아락실)
역설(逆說)
모순을 가진 듯 보이는 문장이지만 그속에 진실이 담겨있는 수사법입니다. 모순이 아니라 ‘그속의 진실’에 방점이 찍혀있는 정의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문장력이 아니라 통찰력이 요구되는 난이도가 높은 방법론입니다.
예) 불편한 광고대행사 (화이트 커뮤니케이션)
대구(對句)
비슷한 구절을 나란히 늘어놓아 병행과 대칭의 효과를 노리는 수사법. 카피에서 이만큼 애용되는 수사법도 드물죠. 이러한 대구법은 카피의 암기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웹사이트의 슬로건을 만들때도 좋습니다. (웹카피발전소 ‘슬로건으로 승부해라’편 참조)
예) 십년을 입어도 일년같은 옷, 일년을 입어도 십년같은 옷 ( 트래드클럽)
과장(誇張)
많이 들어보셨죠. 허위.과장광고.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카피는 넓은 범주로 봐서 모두가 과장법일지도 모릅니다. 과장법을 굳이 쓴다면 밉지 않게, 세련되게, 기분좋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주의! 과장하려면 아예 화끈하게 과장할 것. 연비가 좋다면 ‘기름냄새만 맡아도 차가 나간다’라는 식으로-
예) 마이세스가 뭐길래 온세상이 난리일까?(마이세스)
빛의 속도를 제압한다(애플)
반복(反復)
같거나 비슷한 어구, 문장 등을 되풀이하여 흥을 돋구거나 뜻을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영탄(詠嘆)
기쁨, 슬픔, 놀람, 분노, 등의 인간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열거(列擧)
같은 계열이거나 비슷한 낱말, 어구 등을 늘어놓는 방법입니다.
댓구와 중의,반복이 복합적으로 쓰인 사례
예) T만 입으면 티나는 여자, T입어도 티안나는 여자 (매직 티브라)
중의와 대유법, 반복법이 복합적으로 쓰인 사례
예) 좀 더 달고 큰 감을 광고주에게 드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열심히 (웰컴)
(여기서 감이란 매출증대의 의미, 感의 의미 등 3가지 의미를 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