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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기분좋게 속여라” - 웹카피에 있어 헤드라인의 역할

2004-08-03


살아있는 광고의 신화, 카피라이터들의 전설 존 케이플즈-
왕년에 카피를 공부하신 분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어본 이름 오길비-
감히 변방의 한 카피라이터가, 그것도 웹카피라이터가 저 광고 영웅들의 말씀에 반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두 분께 살짝 반론해봅니다.
아래의 문장을 근거로 –

“메시지에는 어느 것에나 헤드라인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의 경우에는 필름의 첫 시작이 헤드라인이고, 라디오에서는 처음 나오는 몇 마디 말이 바로 헤드라인이지요.”
-John Caples

존케이플즈 선생님이 남긴 말씀입니다. 모든 메시지에는 헤드라인이 있습니다.
온라인에도 헤드라인은 있습니다.
온라인에 헤드라인이 있다면 바로 배너광고의 카피나 이메일제목이 되겠지요.
그런데 온라인상의 헤드라인에는 두 분 선생님이 남기신 말씀과는 조금 다른 것이 있습니다.

첫째. 그 동안 광고는 고객에게 일정부분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네티즌들이 광고를 마치 폭탄 피하듯 피해간다는 것이죠. 새창이 뜨면 웹서핑에 방해가 된다나요? 저희가 얼마나 힘든 지 아십니까?
‘곧이 곧대로 할 말을 한다’해서 네티즌들이 클릭을 주지를 않습니다. 별의별 트릭을 다 써도 이제는 잘 속지도 않습니다.

둘째. 광고의 핵심인 ‘제안(proposition)’은 온라인에서는 주로 경품프로모션이 대부분인데요, 광고주의 이 ‘제안’이 온라인광고대행사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웹사이트로 살포됩니다.
경품매니아(fortune seeker)들에게는 그 자체로 좋은 제안이겠지만 일반 네티즌들은 경품냄새만 맡아도 자신의 행운을 불신(?)하면서 비껴가고 있습니다.
“경품이 다 경품이지 뭐~”라며 말입니다. 이젠 ‘무료, 공짜’같은 키워드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셋째. 광고에서는 헤드라인만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헤드라인과 바디카피의 사이는 동공을 0.1mm만 움직여도 보이게 마련이죠. 온라인에서는 어떻습니까. ‘클릭’한 번 까딱하도록 유도를 못하면 아예 바디카피에 해당하는 본문으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의 4대 기능 중 ‘본문으로의 유도’라는 기능만 극단적으로 중요해진 것입니다.

웹카피발전소를 찾아주시는 독자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오길비 선생님과 존 케이플즈 선생님께 반론을 준비하려다 보니 좀 길게 변명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두 분께 허락을 받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카피를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헤드라인은 이렇게 쓰라’라는 지침들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줄 압니다. 그런데 그러한 지침들이 온라인 헤드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냐는 질문을 가끔 받게 됩니다.
맞습니다. 헤드라인에 대해 선배광고인들이 만든 지침은 다 맞는 말씀들입니다.
짧은 문장에 필요한 메시지를 압축하는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많은 조언을 해주셨죠.
그러나 온라인에 있어 매체특성상 그러한 지침은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온라인에는 헤드라인에 메시지가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표를 보시죠

온라인상의 헤드라인이 과연 네티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온라인상에서 가능한 행동은 북마크, 회원가입, 기부, 글쓰기, 추천, 확산, 투표(poll)참여, 게임참여 등이 있지만 이중 헤드라인만으로 고객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광고에서는 헤드라인이 광고컨셉도 전달하고, 브랜딩도 수행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온라인의 헤드라인은 이러한 역할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3번인 ‘클릭유도’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선배들은 이익과 새로움(benefit & news)에 집중하라 하셨지만, 웹에서는 딱부러지게 좋은 이익이나, 뉴스가 없습니다.
물론, 딱부러지게 좋은 이익이나, 뉴스가 있는 경우라면 그것을 써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얼마전 받은 이메일 제목입니다. 열어봤냐구요? 안열어봤습니다.
예전에 쓴 컬럼에서는 물음표만 붙으면 좋은 카피라고 했는데 왜 안열어봤냐구요?
물음표는 붙었습니다. 매력적인 문장입니다. 궁금합니다.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0.1초만에 호기심이 해결되었습니다.
이 제목을 클릭하면 이런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박경림이 이제는 영어책을 냈다. 꼭 사보시기 바란다’
만일 이 헤드라인이 신문광고라면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어렵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적어도 아래의 SM3 정도는 해야죠.




아래의 광고를 보십시오. 스포츠 신문에 나온 광고입니다.
어떤 헤드라인이 여러분의 눈을 본문으로 유도합니까?

1번 : “왜? 연예인과 정치인들은 천신도사를 많이 찾는가?”라는 헤드라인, 별로 안 궁금합니다. 아까 박경림 헤드라인과 똑같은 얘기죠. 읽어보나 마나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사주를 특별히 잘 봐주셨기 때문이겠죠.
2번 : ‘목사대신 설교까지 하던 내가 방울 흔들게 된 사연, 들어보시겠소?”라는 헤드라인, 매우 궁금합니다. 대체 뭣땜에 목사가 될 분이 무당이 되셨을까요?
3번 : ‘대쪽’. 전혀 안궁금합니다. 자신이 대쪽이란 얘기겠죠. 끝.
무엇이 호기심을 유도하고 클릭을 유도하는지 감을 잡기 힘드실 때, 이 첨단 무당님들의 광고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무리하게 클릭을 유도하다보면 주제와 관계없는 트릭을 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것만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속아서 클릭했더니,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 네티즌이 느끼는 불쾌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시적으로 클릭율을 높일 수는 있으나 브랜드의 진정성은 훼손되게 되며, 이것은 금전적으로 따질 수 없는 큰 손해가 됩니다.
재치있고 기분좋게 속이고, 클릭 후 그 트릭의 의미를 바로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분좋게 속이는 테크닉’을 잘 구사한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윤주협님, 돌잡이 때 무엇을 잡으셨나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클릭해서 메일을 열어봤습니다.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죠.
메일을 오픈하니 바로 받아주는 카피가 있었습니다.
‘현대카드는 회원님의 마음을 잡고 싶습니다!’라는 카피.
만일 헤드라인에 속아(?) 클릭했는데, 바로 ‘~~프로모션’이라는 카피로 받았다면, 아마 저는 적지 않게 불쾌했을 것입니다. ‘현대카드라는 대기업이 고객을 조롱하다니’라며 말입니다.





P.S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승차시 들리는 가장 큰 소음은 전기시계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이 헤드라인은 오길비의 최고 히트작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카피라이팅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런 방식이 온라인(的)입니다.

헤드라인 : 롤스로이스, 위험하다. [왜?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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