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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신뢰, 존경, 혁신으로 빚어낸 기적, 한화그룹 2007

2007-11-13

숙성할수록 좋은 것은 와인, 노인의 지혜, 그리고 친구.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파트너십이다.
2004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화그룹 웹사이트 구축을 지휘했던 윤주협 이사(피싱트리) 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리뉴얼을 지휘했다. 웹에이전시 피싱트리의 올해 가장 이슈가 된 프로젝트인 한화그룹 웹사이트는 기업사이트를 다시 한번 이슈화하는 총체적 디자인 결정체를 보여주었다.

취재|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글 ㅣ 윤주협 이사 (피싱트리)

2004년에 패기가 어필했다면, 2007년에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었다. 전사적인 경영혁신을 표방하며 트라이서클(tricircle)이라는 새로운 CI를 적용한 상황, 그리고 2004년 히트를 기록한 웹 크리에이티브를 뛰어넘을 새로움이 필요한 상황들을 생각한다면 패기와 열정보다는 분석과 통찰력이 더욱 요구되는 프로젝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한화그룹의 웹사이트를 다시 리뉴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체 어떤 컨셉을 추출해야 할 지에 대해 지난 3년간 정말 꾸준히 고민해왔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었지만 그것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결론은 ‘2004년 크리에이티브의 계승과 발전’이었다. ‘좋은 것, 더 좋은 것, 더더 좋은 것..’이라는 형태의 발전은 무책임하다. 불과 3년 만에 자신의 얼굴을 단지 더 예쁜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대한민국과 함께 한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 것이며, 웹에이전시 역시 클라이언트를 위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화그룹과도 자연스럽게 공유되었으며, 따라서 본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전제사항은 ‘2004 웹사이트 brand equity의 발전적인 계승’이 되었다.

진단하자면, 현재의 사이트는 ‘확장성, 개방성, 기능성’의 결여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찌되었건 ‘잘 만들어진 일방적인 크리에이티브’일 뿐 2007년 웹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웹2.0적 기준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물같이 ‘움직일 줄’ 모르고 ‘상호작용할 줄 모르는’ 디자인을 보다 양방향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기획의 중요한 방향으로 삼았다. 영상화 할 것, 스토리를 부여할 것,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성할 것.

2004년 한화그룹의 특징은 하나의 공간에 한화그룹 전 계열사와 브랜드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꿈(몽환성)을 표현하고, 그것이 모여 한화그룹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되 동일한 라인드로잉 표현은 지양했다. 이 과정에서 우연하게 등장한 아이디어가 바로 페이퍼 아트(paper art)이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 예술성을 표현하는 페이퍼 아트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스케치를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의 아이디어 중 이것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스케치만으로는 페이퍼 아트 특유의 질감이나 입체감을 표현할 수 없어 클라이언트와 작업자들 모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부족한 솜씨지만 직접 종이를 오려 붙이며 시안을 만들어보았다. 모두가 어린 시절 공작시간으로 돌아간듯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시안을 통해 방향은 확정되었으나 ‘꿈에서 본 것 같은 세상’(한화그룹의 새로운 브랜드슬로건 ‘your dreamworld’)을 그려내기엔 아직도 머나먼 길.
부단한 스케치가 거듭되며 조금씩 방향이 좁혀져 갔다.

이렇게 구성된 6가지의 세계(dream world)들을 어떻게 유저에게 흥미를 주며, 어떻게 네비게이션 하며 이동하게 될까? 이것이 마지막 남은 화두였다.
6가지의 세계는 한화의 각 계열부문을 상징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세계들을 이동하는 것은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중노동을 강요하는 것과도 같을 수 있다. 최근 영상화가 웹크리에이티브의 대세이나, 사람마다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는, 러닝타임이 정해진 영상물이 기반이 되는 완전한 영상기반의 메인 화면 크리에이티브는 부담스럽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아래의 다섯가지의 기준을 수립하고 영상물 제작을 기획하게 되었다.

첫째, 유저가 스스로 콘트롤 할 수 있는 영상물을 만든다.
둘째, 공간의 이동을 2차원을 벗어나 3차원으로 접근해보자.
셋째,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화면전환 방식을 만들자.
넷째,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
다섯째, 한번 보고 끝나는 화면이 아니라 재방문의 동기부여 장치를 만들자.

동영상을 정해진 시간 동안 감상해야 하는 일방적인 무비가 아닌, 유저의 제어를 통해 즐기는 짜릿하고 새로운 사용성이 창조된 것이다.

본 프로젝트를 위해 한화그룹에 했던 피싱트리의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그것은 ‘고객의 기준대로’이다. 2004년의 한화그룹 웹사이트가 그저 웰메이드(wellmade)에 그쳤던 ‘Identity’표현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속속들이 고객의 기준으로 정보를 설계하고 고객의 기준으로 화면을 설계하고 컨텐츠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우리 스스로가 납득할 만큼 기울였던 프로젝트로 남기고 싶었다.
먼저, 앞에서 설명했던 메인화면의 크리에이티브 역시, 소중한 고객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그만큼 재시도할 동기가 결여되고 일회용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순환하는 고정화된 세계라는 한계를 좀 더 재미있게 꾸며볼 수 없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한화쪽지. 한화의 입장에서는 각 계열사-브랜드의 새로운 소식을 공지하고 각 사이트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방문할 때마다 갖가지 새로운 이벤트와 상식들을 만날 수 있는 개념으로 구성했다.

한 네티즌이 덧글에 ‘한바퀴 돌고 나니 한화의 가족이 된 것 같다’는 덧글을 남겨주었다.
이 글을 보고 우리는 모두 웃었다. 왜냐하면 사이트를 구축한 우리 역시 똑 같은 말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 새로운 시대의, 웹에서 가능한 가장 바람직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제안 시에 우리가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그룹사 사이트는 허브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 분기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상당히 많은 고객들이 ‘계열사-브랜드’사이트로 가기 위한 통로로 그룹사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극적인 허브다.
보다 적극적인 허브는 계열사와 브랜드들에 대한 엄브렐라 브랜딩(Umbrella Branding)은 물론 각 사이트로 적극적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본 ‘한화쪽지’ 역시 계열사 사이트와 브랜드 사이트에 트래픽을 나눠주는 효과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몇가지 컨텐츠를 더 생각했다.

모든 그룹사 사이트가 계열사-브랜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으나 이것을 좀 더 다른 기준, 즉 고객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컨텐츠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 컨텐츠들의 기획에 한화그룹 홍보팀과 한화S&C의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 컨텐츠는 ‘한화지식쿠키’이다.
사실 계열사-브랜드들의 정보는 고객입장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기는 어려운 컨텐츠.
이것을 최근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TV프로그램에서 착안, ‘정보’가 아닌 ‘지식’으로 재가공한 것이 기획의 취지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브랜드들과 연계된, 그러나 딱딱하지 않고 엉뚱한 정보들을 지식의 형태로 간추려 제공하는 연재기획물이다.

두 번째 컨텐츠는 ‘태그에세이’이다.
취지는 ‘한화지식쿠키’와 비슷하다. 각 계열사-브랜드들을 우리의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느낌으로 한화의 이미지를 가슴에 저장했는지, 그 기억을 나누자는 취지로 구성했다.

최근 유행하는 태그개념, 포토에세이개념, 그리고 詩의 감성,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일기의 개념까지 뭉뚱그린 하이브리드 컨텐츠(Hybrid-Contents)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한화입장에서는 각각의 브랜드들이 원하는 포지셔닝이 있겠지만, 고객의 기억속에 묻은 브랜드이미지는 그날의 느낌, 날씨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 기억을 함께 나누고 쌓아가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이것이 세월을 두고 쌓이다 보면 ‘감성의 타임캡슐’이 될 지 모른다. 참 긴 시간 동안 함께한 한화그룹의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 아마도 우리 모두 서로에게 신뢰, 존경이 있었기에 ‘혁신’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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