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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문화 브랜드 ‘빼빼로’ 와 사진 동화의 만남~

2005-11-09

빼빼로. 그리고 빼빼로 브랜드 사이트. 얼른 생각해도 온갖 올망졸망한 오브제들이 줄지어 서 기다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길쭉길쭉한 제품의 모양하며 빼빼로 데이도 떠오른다.
그리고 확장 리뉴얼한 우리 회사에게 있어서도 즐거운 첫 작품이 되리라…
이렇게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접근한 빼빼로 사이트 프로젝트는 의외의 변수들을 가지고 있었다.

출시한지 20년을 훌쩍 넘겨버린 장수 제품이고,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이지만 10여 년 전부터 등장한 ‘빼빼로 데이’ 는 그야말로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은 놀라운 것이었다. 실제로 빼빼로 데이는 수많은 마케팅 서적 등에서 ‘데이 마케팅’ 이라는 사례로 소개되면서 수 많은 “데이” 들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 있는 것은 빼빼로 데이를 기점으로 롯데 제과의 빼빼로에 대한 마케팅도 이른 바 ‘시즌’과 ‘비 시즌’으로 구분되어 움직여 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빼빼로 day ‘특수시즌’ 에 따른, ‘2005빼빼로 이벤트’ 효과의 극대화
- ‘사이트 활성화’ 방안을 통한, 비 시즌 시 브랜드 간접 마케팅 효과 기대
[RFP 내용 중에서]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약간은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
위 두 가지는 엄밀히 말해서 전혀 다른 가치를 원하는 것이기에 이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통계를 통해 그 해답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실로 빼빼로 데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10월, 11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방문자 기록은 빼빼로 사이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아주 명확히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사이트에 방문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하지 말기로 하자. 빼빼로 데이의 상업성 논란은 뒤로 하고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빼빼로에게는 빼빼로 데이가 독이 될 수도 혹은, 약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쯤 되면 빼빼로 데이는 이미 하나의 문화 코드로써 자리 매김 한 셈이었고, 그 코드는 상당히 짧은 시즌을 타고 활활 타 올랐다가 쉬 꺼져 버리는 희귀한 그것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시즌 점에서 빼빼로는 서태지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빼빼로 사이트가 가야 할 길도 서태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활동 시기’라고 알고 있던 짧은 기간 동안에 서태지가 한 일은 단지 매스미디어에 출연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문화 대통령’ 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활동이 만든 스폰지 같은 침투성에 있다.
빼빼로가 이와 같이 지속적인 ‘문화 브랜드’, ‘메가 브랜드’ 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서태지와 같아야 하는 것이다. 빼빼로 데이에는 스스로 주인공이 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데이’에는 점잖게 꾸준히 스폰지처럼 고객들과 어우러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가 생명력을 얻는가’에 대한 고찰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사이트가 11월용이 아닌 365일용 사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11월을 포함한 365일 동안 고객이 무언가 보고 느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겠다. 그렇다고 빼빼로 데이에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빼빼로 사이트를 찾은 고객들의 기대감을 무시해서도 곤란하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는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요청을 했던 것이다.

두 가지 측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우리는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말일 수 있는 ‘Story Telling’ 이라는 전략을 꺼냈다.
흔히 스토리 텔링, 하면 화자(話者)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내어 들려주거나 보여 줘야 하는 드라마타이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잘 된 스토리 텔링적 접근은 억지스러운 이야기(Story)라기 보다는 공감이 가는 내러티브(Narrative)에 있다.
그리고 오래된 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이 농담을 우리가 듣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알고 보면 이 이야기 안에는 공감 가는 내러티브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농담 안에서는 빼빼로와 새우깡, 칸쵸의 특성을 따로 이야기 할 필요가 없으며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것은 이야기를 듣는 이의 경험과의 교집합점이 있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감들이 모여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어떠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서 개성과 감정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러티브가 있는 스토리 텔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순수 아티스트들의 집단인 압생트303(http://absinthe303.com )의 일원으로 활동중인 사진 동화 작가 고무신을 떠올렸다. (본명: 김서희 http://komusin.pe.kr)
‘사진 동화’라는 주제로 한 컷의 사진 안에 담긴 세상 모든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성과 감정을 주는 요정 같은 작업을 하는 김서희씨야말로 빼빼로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김서희씨의 기존 작업물만으로도 클라이언트는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그 기대야 는 거짓말처럼 맞아 떨어졌다.

고무신과 함께 우리는 ‘빼빼로 동화’ 를 만들기로 하고, 컨셉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리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서희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문제는 대략 이랬다.

“새우깡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구부러져 있기도 하고, 쫙 펴져 있기도 해서 같은 새우깡이지만 다른 녀석들이 나올 수 있는데 빼빼로는 길쭉길쭉 한 게 크기도 똑같아서 전부 똑 같은 녀석들만 나올 것 같아요...”

백번 맞는 말이었다. 물론 빼빼로 제품군이 우리가 알고 있던 바와 달리 5종이나 된다는 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디어 회의 끝에 빼빼로를 부러뜨려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과감히 제품을 부러뜨렸고, 상상 이상의 캐릭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따로 게시판을 통하여 연재될 빼빼로 동화라는 컨셉만 가지고서는 빼빼로라는 제품의 가진 ‘사랑과 우정’ 이라는 제품 철학을 뒷받침하기에는 약간은 모자란 감이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큰 맥(脈)은 365일용 사이트 만들기이다. 하지만 여타 브랜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처럼 억지스러운 장치들을 만들어 컨텐츠를 설계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는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사이트를 전체적으로 떠받치는 메타포를 염두에 두고 사이트를 설계했다. 바람직한 커뮤니티가 되는 결정적 요소는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들어 간 마일리지 같은 장치이거나 화려한 플래쉬 기술이 쓰인 인터렉티브 게시판이 아니다.

제품과 고객이 숨 쉴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고, 이것이 정말 놀이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숙도 높은 메타포의 부여에 있다. 이것이 결국에는 “초코파이=정(情)”, “너구리=한마리” 와 같은 의미를 뒷받침하게 되는 길일 것이다.
그에 기준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1. 컨텐츠를 절제하여 거품을 빼고,
2. 꼭 필요한 컨텐츠만을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3. 실험적인 레이블링으로 기억하게 한다.

우선은, 빼빼로 동화를 필두로 빼빼로를 포장하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게시판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에 존재하던 컨텐츠 중에 활성화 되지 않은 대부분의 게시판을 덜어 냈고 이벤트의 개념을 ‘매일매일’이라고 잡았다.
빼빼로의 의인화에 기초하여 문장형 레이블링 방법을 택했고, “빼빼로”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된소리와 반복의 재미를 살려 패러디와 유머러스함을 곁들여 문장을 풀어 써서 낯익은 듯 하면서도 빼빼로 사이트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유니크한 문장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쉽게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하게 접근되어진 김서희 작가의 빼빼로 동화의 캐릭터들도 귀엽지만, 오래 전에 개발하여 빼빼로 사이트는 물론 현재 제품 포장지와 빼빼로송 등에 적용중인 캐릭터(빼로네 가족) 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알 듯 모를 듯 한 이 캐릭터 또한 나름의 완성도가 있는 그것이었고, 클라이언트도 기존 캐릭터의 활용에 대해 정식으로 요청했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기존 빼로네 캐릭터와 빼빼로 동화 캐릭터와의 협의점 내지는 활용도의 중간점을 콕 찝어 내야만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훌륭한 이미지 소스를 보유했음에도 그러한 이유로 몇 번의 시안 과정을 거쳤고, 빼빼로 동화 캐릭터를 스킨으로, 빼로네 캐릭터를 네비게이터로 활용하기로 하고 접근하였다.




‘빼빼로 동화가 사이트의 디자인 스킨이다.’ 라고 규정하면서 제품의 아이덴티티 컬러인 붉은 색, 빼빼로 기존 캐릭터(빼로네), 새롭게 탄생한 빼빼로 동화. 이 세가지 요소가 서로간의 중간점을 찍어 악수하는 순간이었다.
재미와 메타포를 부여하기 위한 요소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체로에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택할 수 있는 만들어져 있는 서체를 과감히 버리고, 빼빼로에게 어울릴만한 서체로 일일이 타이틀을 그리고 스캔하여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되면 ‘길쭉길쭉’한 서체일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빼빼로를 부러뜨렸듯이 우리의 접근은 엉뚱하게도 ‘삐뚤삐뚤’ 과 ‘카툰스러움’이었다. 깔끔한 선으로 마무리 되어진 빼빼로의 로고와 언밸런스한 이질감은 오히려 시선을 분리하여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임이 화려한 네비게이션, 캐릭터 요소가 강한 빼빼로 동화 스킨과 확실히 분리되어 컨텐츠 영역 안에서의 또 다른 덩어리로써 가독성을 가지게 되는 효과를 얻어 내었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손글씨를 사용할 때, 적용하려는 브랜드에 적합한가의 타당성은 물론, 일단 사용하고자 했다면 과도하게 사용되어지는 쪽이 오히려 결과가 좋을 것이다.

이렇게 3년만에 다시 태어난 빼빼로 사이트. 우리는 이 사이트의 의미를 조금은 색 다른 곳에 두고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진 동화 작가 김서희씨와 공동 작업이 그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크리에이티브 소스는 어디에든 있고, 그것은 대부분 순수 아티스트들로부터 나오며 우리가 할 일은 브랜드와 그들 (혹은 그것들)과 단지 만나게 해 주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되어진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 진행 패러다임인 것이다.

앞서 밝혔듯 프로젝트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제품(혹은 브랜드)가 개성과 감성을 가진 생명체가 되는가?’ 에 있었고 그 명쾌한 해답을 보여준 김서희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이 앙증맞은 실험들에 대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롯데제과의 오픈 마케팅 마인드에 대해서도 새삼 느꼈다.

빼빼로 데이가 코 앞에 있다. 하지만 빼빼로 동화는 한달에 두번씩 계속 업데이트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빼빼로로부터 ‘사랑과 우정’ 을 느끼려면 아직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그 상업성에 대해 심판대에 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빼빼로가 신라면이나 초코파이와 같은 글로벌 메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제과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빼빼로를 의인화하고 동화(童話)로 승화해 간 이번 작업이 그 대의의 목적에 도움이 되길 희망해 보며 끝으로 최근 업데이트 된 빼빼로 동화 한편을 소개한다.

빼빼로 동화 더 보러 가기 ( http://www.pepero.co.kr/talk/story/story.js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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