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4
뛰어난 중국인 웹 디자이너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어 웹사이트를 만들면 어떤 모습일까? 반대로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의 웹 디자이너가 중국어 사이트를 만들면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여질까.
오리온 중국 프로젝트의 제안 의뢰가 들어왔을 때 맨 먼저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온라인에서의 중국이라는 낯선 언어와 환경, 문화를 극복하는 것 이였다. 중국의 웹 에이전시와 한국의 에이전시와의 경쟁 제안에 있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란 조금 앞선 구축능력 외엔 무엇 하나 차별성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중국 에이전시는 약 4배나 낮은 노임단가에서부터 자국에서 자국어로 사이트를 개발한다는 현지화의 장점을 내세우며 공략해 들어왔다. 그러나 결국은 ACG의 승리, 클라이언트는 브랜딩과 마케팅 측면의 우위적 전략과 더불어 웹사이트의 제작보다 고객을 먼저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높이 샀다.
물론 국내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그룹 담당자와 중국법인의 한국인 마케팅 담당자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제작사 채택에 일정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막상 개발이 시작되자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폰트 하나 하나까지도 이미지로 인식 될 수 밖에 없는 난해하기만 한 프로젝트였다.
중국은 잘 모른다. 하지만 오리온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어렸을 때 누구나 좋아하던 파이였고, 이등병 시절 동기와 막사 구석에서 몰래 먹던 그 추억의 초코파이, 지금도 냉동실 한 구석에 자리잡아 가끔씩 간식으로 먹는 초코파이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리온의 디자인 요소 하면 떠오르는 것!, 원, 별, 붉은색
사람들이 인지하는 오리온의 이미지가 웹사이트에도 그대로 묻어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형태는 원과 라운드!, 컬러는 다행히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 한다는 색깔과 동일한 붉은색!
오리온은 로고도 둥글고, 초코파이도 둥글다는 컨셉을 사이트 곳곳에 디자인적인 요소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네비게이션을 보면, 로고와 병렬되게 같은 크기의 아이콘을 수평으로 배치하여 디자인의 통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곳곳의 면은 직선이 아닌 라운드 형태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배경 컬러는 오리온 CI컬러인 빨간색을 사용해 컬러를 통한 중국 현지의 차별적 브랜딩과 마케팅 지원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리온은 情이라는 컨셉으로 브랜드 광고를 해왔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오리온은 情이 아닌 ‘친구’라는 컨셉으로 광고를 집행 중이다.
그렇다면 메인 비쥬얼 역시 친구라는 컨셉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표현방법에는 여러 가지 안에서 결정되어져야 했다. 첫째로, 우선 중국인들이 만리장성을 매우 좋아하므로 만리장성과 함께 풀어가는 방안. 두 번째는 오프라인 중국인 광고모델을 연계해 온&오프라인 통합 브랜딩을 펼치는 방안. 세 번째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어우러진 동양인 어린이 중심의 비쥬얼 전개안. 마지막으로 중국의 명품 브랜드인 오리온의 글로벌한 이미지 형성을 위한 동양인과 함께 세계 여러 인종의 어린이가 즐거워 하는 모습의 글로벌한 비쥬얼 전개안.
이렇게 네가지 방향으로 메인 비쥬얼 설정을 하고 검토한 결과, 마지막 안이 채택되고, 서브 비쥬얼들은 각 컨텐츠의 성격에 맞게 스토리를 풀어나가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글을 보아온 우리는 타이포의 소숫점 두 개에서도 금방 변화를 느끼고, 1%의 자간 차이를 느끼며 장평을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어는 도대체 어떤 폰트가 있으며 중국인들은 어느 폰트를 좋아하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게다가 가독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폰트의 선택은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는 난감하기만 한 숙제였다. 우리는 흔히 해외사이트 한국어 버전에서 굴림체나 바탕체를 자간,장평 조절없이 엉성하게 이미지화 한 이미지 폰트를 보고 가슴이 아파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일반적이면서 안정적인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타이포 디자인이 잘 된 사이트를 보며 거기서 쓰이는 폰트를 분석한다. 우리는 본문 폰트로 거의 돋움이나 바탕체를 사용하고, 영어권은 주로 arial, verdana 등을 사용하는 것처럼 중국 역시 본문용 폰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다. 여기서 그들이 잘 쓰는 행간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고 본다.
문제는 이미지 서체인데, 영문처럼 셀 수 없이 많은 폰트와 자료를 중국어에서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많이 사용하는 서체를 구입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 곳 저 곳에서 폰트를 찾아보고 구입하는데 보낸 시간만 1주일, 이 중에서 오리온과 가장 맞아 떨어지는 폰트를 골라냈다. 사실 읽을 수 없기에 가독성 보다는 폰트에서 보여주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했고, 그 폰트를 적용해 디자인한 시안을 중국법인의 현지 담당자와 상의해 느낌을 듣고, 다시 폰트를 고르고 디자인해 보여주며 최적의 폰트를 적용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폰트야 말로 그 나라의 자존심과 연결되기도 하기에 그 느낌을 잡아내기 까지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된 폰트를 적용한 디자인을 본 중국 현지 담당자들은 오히려 기존 중국의 디자인과 비교하더라도 “베스트”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좋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ACG의 담당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한 모든 것이 여전히 이미지로만 인식되고 있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였다.
웹사이트의 기본 비쥬얼 구성요소의 사진, 일러스트, 아이콘, 컬러, 폰트, 모션 등은 웹사이트 컨셉에 맞추어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접 사진 촬영을 하고, 동영상을 찍고, 사운드도 작곡하고, 일러스트도 그리는 등 모든 비쥬얼 프로세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여지는 비쥬얼에 대한 통일성 유지는 디자이너에게 아주 중요한 몫이다. 흐름을 끊지 않는, 모든 것이 하나라고 인식되도록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좋은 웹사이트가 나온다는 것이 지론이다.
오리온에 사용된 비쥬얼 요소에서 이미지사진 부분은 촬영이 기획되지 않았기에 국내나 해외의 이미지 라이브러리에서 찾아 오리온에 맞는 이미지 비쥬얼을 뽑아내야만 했다.
캐릭터와 일러스트 역시 같은 컨셉으로 디자인되어 아이콘이나 게임, 스크린세이버, 사이버 공정도, 이카드 등에 동일하게 적용이 되도록 했다.
누가 봐도 이건 오리온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말이다.
웹 디자이너들 만큼 자신의 디자인을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디자이너는 없지 않을까?오프라인은 특성상 공간적인 제한이 따르고, 영화나 TV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역시 제한적이지만, 웹사이트야 말로 인터넷을 접속하는 곳이면 어디든 다 보여지지 않는가.
심지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말이다.
물론 13억 중국인 모두가 오리온 사이트를 본다는 예기는 아니지만 디자인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기도 하다.
혹자는 오리온 중국사이트가 플래시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여 그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처음부터 고려가 되었던 부분이지만 오히려 중국 법인 측에서 그러한 부분을 원하고 수용을 했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시대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다는 말이 있다.
오리온 중국 웹사이트는 위의 진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던 프로젝트가 아니였나 한다.
→ Project Manager : 김경선
→ Creative director : 손성일
→ Graphic designer : 최연욱
→ Motion designer : 이재우, 송윤호
→ Programmer : 최지연
→ Coder : 윤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