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5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열 다섯 번째 개최되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 이하 SICAF)이 바로 그것. 크게 전시와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국제디지털만화전, SPP(만화애니메이션산업마켓)로 구성된 이번 페스티벌은 서울 코엑스와 명동 CGV, 서울 애니시네마 등지에서 5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드림커뮤니케이션즈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국제적인 저변을 확대해온 SICAF. 그런 맥락에서 올해 SICAF는 조금 특별하다. 15년 동안 꾸준히 걸어온 SICAF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조망하는 자리이기 때문.
이번 페스티벌의 첫 번째 섹션인 SICAF2011 전시는 코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SICAF 만화학교, 만화로 세상을 배우다!’라는 테마 아래 전 세대가 체험하고 즐기는 테마파크는 물론 교육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복합 전시를 지향하고 있다고. 단순한 체험을 넘어 보고 배우는 ‘교육’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듯하다. 주요 전시로는 전년도 코믹어워드 수상자인 신문수와 원수연 특별전과 더불어 올해 어워드 수상자를 소개하는 SICAF2011 어워드 수상자 소개 전시가 마련돼 있으며, 만화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잠재적 만화 애호가를 키울 수 있는 교육전시 ‘버미의 만화학교 땡땡땡’, ‘사랑이 꽃피는 러블리 가든’, ‘위기탈출! 우당탕탕’, ‘One source multiuse - 만화가 좋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맛있는 위로! 심야식당’, ‘만화보고 세계보고! 글로벌 만화전‘ 등의 해외전과 ‘SICAF 15주년 기념전 – 나는 버미다’도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
두 번째 섹션인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는 CGV명동역과 서울 애니시네마에서 펼쳐진다. 올해 개막작으로는 소년소녀의 성장과 모험담을 애잔한 감성으로 완성도 높게 그려낸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 감독의 ‘별을 쫓는 아이’가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국내 순수 창작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 등 국내외에서 엄선된 약 300여 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SICAF2011 영화제의 공식경쟁부문에는 52개국에서 총 1,349편이 접수돼 각 부문별로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이 중 32개국 160여 편의 작품들이 본선 진출작으로 확정됐으며,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의 본선 진출은 애니메이션 향유 계층의 저변 확대를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섹션으로 준비된 SICAF 국제디지털만화전에서는 ‘웹툰의 미래. 이들을 주목하라!’를 비롯해 ‘프랑스 디지털만화의 트렌드를 읽는다’ 및 ‘만화를 사랑한 한국전통문화, 디지털로 소통하다’, 제6회 국제디지털만화 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하는 ‘도전. 그 아름다운 열매를 맺다’ 등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만화 관련 다큐멘터리와 3D 입체 영상을 상영하는 오픈씨어터, QR코드 전시, 4D 라이더 및 무비카 체험 등 즐거움이 배가 되는 체험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고.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SPP(만화애니메이션산업마켓)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섹션이다. 프로젝트 컴피티션, 비즈니스 매칭, 스냅툰즈, 투자 마트, 컨퍼런스 등 우수한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추후 애니메이션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또한 이번 페스티벌에는 각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와 이토 유이치,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브뤼노 지르보, 이탈리아의 만화가이자 디자이너인 마시모 지아콘 등이 바로 그들. 이 중 이탈리아의 마시모 지아콘과 서면을 통해 페스티벌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마시모 지아콘(Massimo Giacon) Interview
Jungle : 당신은 하나의 롤에 만족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을 즐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이런 끊임없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나 광대,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그 중 하나를 이뤘고요. 19살 때부터 전문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어딘가 부족 한 듯이 느껴졌죠. 그래서 전 펑키 밴드와 함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트랙스(Trax)라고 하는 예술 그룹 간의 네트워킹 프로젝트도 만들었어요. 저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4년 후 밀라노의 유수 디자인 회사인 소트사스 어소시에이티드(Sottsass Associated)와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죠.
지금의 저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아무리 창조적인 사람이라도 한 단어로 정의하려 하잖아요? 만화가, 예술가, 디자이너, 락의 전설 등으로요. 하지만 저는 한 가지에 안주하지 않는, 짧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Jungle : 당신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미와 재치’인 듯 합니다. 이런 신선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당신이 특별히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제 작품들은 대중적 초현실주의(pop surrealism)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대중적 초현실주의(pop surrealism)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이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제 작품에 문화와 유머, 이탈리아 미술의 미래파(futurismo)적 특징과 사회적 관점을 녹이고자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점이 대중에게 통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작품에는 대중적 타협보다는 작가 스스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실험실에서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 광기 어린 박사처럼요.
Jungle : 본인의 작업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단연 아이디어죠. 좋은 아이디어는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흔히 찾아오지 않는, 가치 있는 요소예요. 게다가 비용조차 들지 않죠. 아이디어 없이 기교만 부리는 스케치 화가는 마치 도자기 인형과 같아요. 인형은 인형이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없는, 아름답지만 손대면 깨지는…
Jungle : 이번 SICAF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었나요? 더불어 한국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소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첫 방문인데 마치 락(rock) 페스티벌을 앞둔 것처럼 매우 설렙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마치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드넓은 우주와 같다고 할까요?
간혹, 단순히 기교만 뛰어나다는 시각이 있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 박찬욱 감독의 모든 영화를 통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죠. 아, 물론 박찬욱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지는 않지만 ‘올드 보이’ 같은, 만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Jungle :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 있다면?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미국, 유럽, 이탈리아 등지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았거든요.
그 중에서 세 명 정도만 꼽자면, 우선 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의 대부, 브루노 보제토를 들 수 있겠고… 만화의 왕이라 불리는 미국의 잭 커비, 프랑스의 실뱅 쇼메, 이렇게 세 명을 꼽고 싶네요
Jungle :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 가지로는 대답이 부족할 것 같고요. 우선 저의 마지막 그래픽 소설인 ‘네 번째 요구(The forth need) – 가제’가 거의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동시에, 알레시 디자인과 작업하고 있는 새로운 크리스마스 전시회, 그리고 도자조형물 전시회도 준비 중이고요. 또한 새로운 밴드 ‘더 블라스 (The blass)’와 함께 LP판으로만 발매 될 음반을 제작 중이고 그 외에도 파리, 코펜하겐, L.A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갈 거예요. 이런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