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2
2년, 10억의 예산, 72명의 인원이 함께한 험난했던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로보트 태권V]의 디지털 복원작업을 무사히 마친 영화진흥위원회 최남식 팀장님의 인터뷰를 통해 탄생 60주년을 맞는 로보트 태권V를 기억해보자.
전자공학을 전공한 최남식 팀장은 93년 공채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입사했다.
언뜻 생각하면 영화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전공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고 일본어를 구사하는 등 관련된 업무를 위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입사 후 곧바로 국내 6개월, 일본 NHK社 6개월의 연수기간 동안 현장업무에 투입되었고
연수기간이 끝난 후부터는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다. 국내 영화제작현장의 모든 분야를 두루두루 섭렵하게 되었으며 영화현장에 장비를 대여하는 업무를 비롯해 영화후반작업과 작품의 부분적인 복원사업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거대한 프로젝트였던 [로보트태권V]의 복원작업을 무사히 마친 뒤에도 실사영화의 파이널 작업으로 분주하다. 후반작업등은 평균 1년에 10여 편의 작품을 하고 있어 밤샘작업이 간간히 있을 정도로 항상 바쁜 편이다.
영진위의 ‘디지털 영상팀’은 6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합성 및 편집작업에 2명, 필름레코딩 1명, 텔레시네(※텔레시네;필름을 비디오로 만드는 작업)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http://geofront.x-y.net/taewonvdvd.htm)
(이미지출처_http://www.taekwonv.org, http://forever22.com.ne.kr/cartoon/tv/tv.htm)
[로보트태권V]는 이와 같이 총 9편의 다양한 작품들로 부지런히 이어져왔으며, 시리즈화 되면서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79년作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에서는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전함이 등장하기도 하고, 90년作[로보트태권V90]에서는 실사와 합성되기도 했다. 2000년 초에는 3D작품으로도 만들어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저작권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기획된 이미지들이 아깝게 사장되어버렸다. 현재 “태권브이”의 저작권은 영화사 ‘신씨네’에 있다.
(이미지출처/http://myhome.hitel.net/%7Eyanus91/koani/turtle.html )
(이미지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nhn?code=20665#ps)
(이미지 출처/ http://forever22.com.ne.kr/cartoon/tv/tv.htm)
태권브이 작품의 복원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2001년, 딴지일보에서 먼저 과감히 실행했다. 딴지일보는 태권브이에 관한 게시판을 따로 만들기도 하고, 태권브이를 포함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딴지 특유의 입담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다.
(이미지출처/http://www.ddanzi.com/ddanziilbo/toon/taekwonv/56so_0001.html)
극장에서 76년 상영했던 ‘로보트 태권브이1탄’을 완전판 VCD로 출간한다고 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성황리에 판매되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PC용 MPG파일로 화질의 복원이 아닌 스토리 연결에 그쳤기 때문에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03년, 비트윈社에서 박스셋이라는 패키지 상품으로 등장했다.
[로보트태권V], [84태권V], [슈퍼태권V] 이렇게 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화질 면에서 역시 복원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미지 출처/ http://geofront.x-y.net/taewonvdvd.htm)
영진위와 ㈜신씨네가 함께 테스트 복원을 시작한 것이 2003년 8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테스트복원에 돌입했으며, 가장 훼손이 심한 부분부터 작업이 진행되었다. TF team 박남식 팀장을 중심으로 초기에는 1년의 기간동안 2억의 비용을 예상했으나, 완료 예정이었던 2004년 5월에도 50%의 완성률을 보일 뿐 이었다. 예산이 초과되고 POT 직원들의 계약기간도 만료가 되어 해결할 문제들이 많았다. 따라서 힘든 협의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복원이 다시 진행되었으며 총 2년의 기간동안 모두 72명이 참여하는 등 10억 예산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확대되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유현목 감독의
<춘몽>
,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
등을 부분적으로 복원한 경험은 있었으나 이처럼 애니메이션 작품을 전체 복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다라>
춘몽>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make3000.do?Redirect=Log&logNo=15347458)
필름상태는 이 물질과 스크래치로 손상되어 있었고 이음새에는 절연테이프가 붙어 있거나, 없어진 부분들도 있었다. 만지자마자 바스러지는 상태의 필름들도 있었으며, 필름을 영사기에 돌리기 좋도록 재봉용 기름을 발라둔 것 때문에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직접 수작업을 하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삼염화’ 라는 약품을 융에 묻혀 일일이 닦아두면 다음날 또 바로 기름이 묻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기름을 제거하는 기간만 두 달이 걸렸다)
자료수집이 이루어진 후 복원은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컴퓨터 복원 알고리즘을 이용해 1차적으로 복원을 실시한 후, 2차로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으로 프레임 하나하나 흠집을 지우고 색감을 고르게 잡는 정밀한 작업을 거쳐야 했다. 총 10만8,852 프레임이라는 엄청난 그림들을 각각 손 보는 작업과정(스크래치, 그레인 제거, 색보정) 이었다.
인터네가필름은 HD텔레시네하여 1차 복원 필름을 완성하고 사운드를 선별하여 작업을 진행. 그 다음 디지털 복원 기술자들의 수작업으로 영상소스를 수정하고,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로 재믹싱했다. 사운드 역시 몇 군데 잘려나간 상태라 고음과 저음이 유실되어 있었다.
사운드는 영상보다 복원에 심한 어려움이 있었으며 필름의 손상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도 있었다. 영상과 마찬가지로 없어진 부분들은 다른 자료들을 총동원하여 조각 맞추기 작업을 해야만 했다.
더빙작업에서 기존의 성우들로 그대로 가 보려 했으나, 시간이 꽤 흐른 뒤라 목소리가 변화했기 때문에 유사한 목소리를 찾아 녹음하는 방법을 택하였고, 70년대 말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고심했다. 이밖에도 어려웠던 점들이 어디 한 두 가지 뿐이었겠냐마는, ‘국내 최초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복원한다’는 점과 ‘더 늦기 전에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중요한 작품을 다음세대에게 제대로 전해줄 수 있도록 복원하는 작업’에 팀원들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혼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미국의 경우에는, 영화 ‘Singing in the rain’ 복원작업이 있었다.
스크래치만 없애는 정도의 작업이었는데 130만불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작업이었다. 이것으로 볼 때 복원작업은 그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 미술품의 복원과 같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또한 복원기술의 노하우를 잘 살려 이어 나간다면 전 세계의 오래된 영화 및 애니메이션 작품 등을 수주하여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로보트태권V]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무사히 우리들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로보트태권V]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