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떠한 빛깔로 우리의 잠재된 의식에 존재하는 걸까?
사랑은 언제나 순수하고 고결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쓴맛 단맛 다본 그런 사랑이야기도 식상하긴 마찬가지이다. 영원한 인류의 테마인 사랑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이렇듯 일상 속에 잠재된 욕망과 열정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목적이 아닐까?

단편 애니메이션 <편지> 는 사랑을 이루는 일상의 과정을 통해 그 내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화려한 미사어구도 생략하고 예술적인 특출함을 강조하지도 잘 꾸며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이 애니메이션에는 담담함과 솔직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사랑의 서정성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최근 얼짱이니 몸짱이니 판을 치며 외모와 조건에 치중하는 신풍속도에 비교해보면 관객을 모독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여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그 만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편지> 는 2002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과정을 졸업하며 제작한 작품으로 아직 국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형윤 감독의 데뷔 작품으로 2003 인디포럼 영화제, 2003 부천판타스틱 국제영화제, 2003 ANIMA MUNDI 등 다양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또한 2003 NHK digistar award (Japan)와 2003 부천국제학생 애니메이션페스티발(PISAF)에서 Notice prizefmf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아온 작품이다. 이 작품의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장형윤씨는 1975년생의 젊은 감독으로 학부과정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전공을 졸업한 특이한 케이스로 1999년 미메시스 디지털애니메이션 워크샵을 수료하는 등 일찍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발을 들여놓은 뒤 꾸준히 자기개발을 해온 노력파라 할 수 있다.


주요작품
2002년 ‘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 모른다‘ 5min, beta
2002년 ‘TEA TIME' 4min, 35mm (현재 사운드 작업 중)
2003년 ‘편지’ 10min, 35mm
2004년 ‘아빠가 필요해’ 35mm 제작 중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전제작지원작)

제작형식
제작방식 : 2D Computer Animation
작품포멧 : 35mm Film, Mono Sound, Color
런닝타임 : 10분
사용프로그램 : Toonz, MD4, 필름레코더

시놉시스
나는 지금은 헤어진 그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그녀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는다.
왜 답장이 없을까? 그녀의 주소가 바뀐 것이 아닐까? 혹은 약혼자를 이미 점찍어 놓은 그녀의 어머니가 내 편지를 그녀에게 전해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사실은 우체국에 모아놓은 편지를 스테고 사우루스가 모두 먹어버리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 스테고 사우루스는 염소처럼 종이 먹기를 좋아한다. 스테고(편의상 줄여서 부르기로 하자. 친구들끼리는 분명히 “야! 스테고. 그 빨간 색 운동화는 안 어울려.”하는 식으로 줄여서 부를 것이 틀림없다.)는 살금살금 우체국에 걸어와 조그만 창문을 열고 목을 길게 빼고는 우체국 여직원인 ‘아미’가 도착지 스탬프를 찍는 소리에 맞추어 하나씩 편지를 집어먹는 것이 틀림없다. 이윽고 스테고는 낙엽이 날리는 가을 그림이 그려져 있는 내가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낼름 집어먹어 버린다. 내 편지는 질이 좋은 종이를 사서 썼기 때문에 스테고는 입천장에 편지가 달라붙지도 않고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스테고는 항상 맛 좋은 내 편지부터 먼저 먹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이래서는 그녀의 우편함에 내 편지가 도착할 리 없다. 하지만 나는 꽤 인내심이 있다. 그녀는 내 진심을 알면 반드시 나를 받아 들여 줄 것이다. 나는 계속 편지를 쓴다.

우체국 여직원 ‘아미’와 나는 하루에 한번씩 우체국에서 만난다. ‘아미’는 계속 도착지 스탬프를 찍는다. 나는 ‘아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미는 늘 스탬프를 찍고 있다. 어쩌면 아미는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편지> 는 단조로운 일상적 풍경 속에 주인공 “나”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작은 파문이 점점 커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반복적이고 식상할 수 있는 행위가 귀 기울임 속의 기다림, 작가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공룡과의 무의식적 공존,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행위와 결과의 불일치에서 오는 조바심 등 내적갈등과 심리적 밀도를 높이면서 반복이 아닌 모멘트와 환타지로 발전해 간다. 이는 아래의 감독의 기획의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환타지는 일상의 소소함과 맞물려있다. 나는 어딘가 멀리 떨어진 이상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동화같은 이야기보다는 주변의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약간은 황당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또한 국내작품은 나레이션이 잘 들어간 애니메이션이 적은데 적절한 나레이션이 사용된 개인적인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였다.”

<편지> 는 1인칭 서술형으로 이야기의 화자가 설정되어 화면 밖 나레이션을 주된 이야기의 전달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개인적 느낌으로 전달하고 싶은 의도에 의한 설정인 것이다. 또한 아래 연출의도에서 드러나듯이 감독 자신의 삶의 태도와 사랑 관을 엿볼 수 있는데“사랑은 곧 슬픔이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테마를 이끌어가는 것은 작품에서도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나”는 알아주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사랑의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려 애쓰지만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는 어쩌면 그 행위를 함으로써 존재하는 양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꽤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고 날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시간이 더해지면 마음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건조하게 살자고도 다짐해 보지만 역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삶은 너무 삭막하다. 그래 다시 연애를 시작하자."

작품제작 기간은 기획 3개월, 제작 4개월, 후반제작 1개월, 총 제작기간 8개월가량 소요되었다. 제작기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획과정이 매우 짧고 전체제작기간이 길지 않았던 것은 이미 구상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하였던 것과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는 작업 방식 보다는 진행하면서 수정해 나가는 작업스타일, 그리고 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주위에 동료들의 많은 도움이 큰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script writer: 장형윤 Hyung-yun Chang
편집Film editor: 장형윤 Hyung-yun Chang
형빈 목소리 narration: 이진석 Jin-suck Lee
감독director: 장형윤 Hyung-yun Chang
애니메이션animation: 장형윤 Hyung-yun Chang, 박지연 Ji-yeon Park,심갑섭 Gap-sup Sim,이지은 Ji-eun Lee 임병호 Byoung-ho Lim
채색painting: 장형윤 Hyung-yun Chang, 박지연 Ji-yeon Park,심갑섭 Gap-sup Sim,이지은 Ji-eun Lee 김재현 Jae-hyun Kim
음악music: 박남예 Nam-yeah Park
사운드sound: 김수덕 Soo-duk Kim
촬영Director of photography: 김성신 Seung-shin Kim


장형윤 감독이 소개한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프리 프로덕션 (3개월 소요)
편지의 시나리오는 제가 영화아카데미에서 2차 실습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지고 있던 8개의 단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2차 실습 작품을 마치고 ‘무협물’과 지금의 ‘편지’ 두 가지의 스토리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고민하다가 ‘편지’로 결정하고 콘티작업에 들어갔다. 콘티작업은 2주정도가 걸렸고 1주간 수정했다. 저는 아이디어를 만들 때 기본적인 캐릭터 디자인을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요 남녀 캐릭터가 모든 작품에 동일하게 출연한다. 따라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경이나 캐릭터의 색 지정에 관한 최종 아트웍은 프로덕션에 들어가서 채색 할 때에 결정하였고 레이아웃도 프로덕션에 들어가서 추가되기도 하고 변동이 생기기도 했다.


프로덕션 (4개월 소요)
레이아웃의 전부와 5분의 1가량의 원화만 제가 했고 대부분의 원화를 스텝인 박지연씨가 담당했다. 동화는 저와 스텝 모두 매달려서 했고 채색은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툰즈를 사용하여 작업했다. 이때 툰즈를 처음하는 사용했던 관계로 카메라를 담당해주셨던 김성신씨가 보수 없이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쳐주면서 카메라와 최종출력,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 도움을 주었다.?채색은 영화아카데미 동기들과 스텝들이 모두 동원되어서 한달 정도 걸려서 마무리되었다. 편집, 최종 TARGA파일 출력은 모든 과정을 함께 작업했던 심갑섭군과 함께 작업하였다. 음악은 동기인 박윤경씨의 동생 박윤진씨가 맡아주었다. 처음에는 음악이 여러 가지 악기로 화려한 것이 특징이었지만 나중에 피아노만 사용한 곡이 잘 맞는다고 생각되어 4차례 곡을 만든 끝에 최종 결정되었다.


포스트 프로덕션 (1개월 소요)
믹싱에 사용될 엠비언스와 효과음,나레이션을 MD4라는 녹음 장비로 녹음해서 DAT테입에 담아서 양수리 녹음실에서 녹음작업을 했다. 대부분의 녹음해 간 소리를 사용 할 수 없었지만 양 울음 소리등은 사용할 수 있었다. 나레이션은 테스트를 위해 녹음해 주었던 친구 이진석군의 목소리가 최종적으로 너무 잘 맞아서 사용하게 되었다. 믹싱은 양수리의 김수덕 기사님이 해주셨고 3일간 작업했다. 편지의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좀 빈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사운드나 음악 효과음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초반부의 영화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해서 마음에 빈 듯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다. 35mm필름 레코딩에는 100기가에 이르는 용량과 테이터 포맷의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TIFF파일의 상하반전 현상 때문에 다시 SGI파일로 출력했고 최종 프린트가 나온 것은 한참을 별 방법을 다 써본 이후이다.

제작비에 관련해서는 단편애니메이션이 가지는 가장 전형적인 문제인 제작비의 마련인데 이 작품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아카데미에서 작품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 이외에 자비를 조달하여 1700만원 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을 진행하였고 이는 많은 부분 개인적인 부담으로 작용되었던 것 같다. 다행히 배급에 관련해서는 인디스토리에서 배급을 맞아주었으며 몇몇 해외 영화제 및 페스티발에 개인적으로 출품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과잉적 현상 즉,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과잉과 이미지의 과잉의 문제로 화자가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너무 크거나 많은 경우 보는 이는 그것을 정확히 읽어내기 보다는 버거워할 수 있으며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형용사와 설명적 이미지들로 명확한 모티브가 없이 떠도는 이미지에 빠지기 쉬운데 <편지> 는 단편으로써 이를 해결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재의 접근방식이나 편지라는 모티브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스토리 전개, 독특한 미장센과 절제된 영상미, 이미지의 단순함 속에 깃든 순수한 시선 등 많은 장점들을 갖추고 있다.

필자와는 오래전에 대학 강당에서 강연자와 초청자로 만난 적이 있었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렇게 작품을 들고 나탄 것에 반가움과 적지 않은 놀라움에 빠졌었다. 작품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같은 길을 걷는 또한 사람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 또한 계속 되길 바라면서 차기작을 제작 중으로 알고 있는데 신선함과 더불어 완숙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편지> 를 처음 대한 건 지난 2003년 PISAF 영화제에서 이다. 그때 다른 우수한 학생작품들을 보았지만 장형윤씨의 작품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했다. 단편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 나레이션의 사용과 절제된 액션과 사운드의 사용, 어떤면에서 문학적인 서술방식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도 하다. 이러한 느낌이 전달되도록 하는 데는 어떠한 의도와 배경이 있었는가?
나레이션의 사용은 1인칭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므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나레이션으로 내용이 쉽게 진행되어버려서 좋은 씬 연결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되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나레이션을 사용할 경우 나레이터의 목소리 톤에 의해 영화의 분위기가 결정되어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주로 이야기를 만들 때 1인칭 소설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왕가위의 영화들과 ‘소년 소녀를 만나다‘,베를린 천사의 시’등에서 사용된 나레이션을 무척 좋아해서 나레이션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절제된 액션은 기본적으로 능숙하지 못한 애니메이팅과 저의 원화, 레이아웃 때문인데 능숙하지 못한 반면 약간 재미있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제된 사운드는 단순한 영상에 맞춘 것으로 의도적인 것입니다. 만약 “편지”가 문학적인 서술방식을 영상으로 옮긴 듯 하다면 그것은 최초 시놉시스가 글쓰기 중심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최초 시놉시스를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것은 처음부터 영화를 위하여 만들어진 시놉시스 였습니다. 그 자체로는 완결성이 없으나 영화장면의 중요한 디테일이 단편적으로 모두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역시 작품의 최초의 아이디어에서 중요한 분위기 같은 것은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편지> 와 같이 꾸밈없고 덜 다듬어진 풋풋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만날 때 침잠 되 있던 감성에 새로운 감흥이 일곤 한다. 작품이 본인의 스타일로 가능한 것은 어쩌면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워크샵과 아카데미 등 비정규과정의 제작위주로 기술과 방법론을 습득한데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미술을 전공하는 것 또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몇 달간 간헐적으로 미술 학원도 다녀 보았지만 지겨워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원하는 만큼 그림을 잘 그리게 되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시 가망성이 없는 것인가 생각도 하였지만 잘 그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정말 많고 나 역시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저의 그림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계속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미술대학에 대한 미련이 예전엔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안 대학에서 다른 것을 배웠고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합니다.


3.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 모른다> 와 등 본인의 이전 두 작품의 스타일과 제작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는 첫 작품으로 정말 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한 작품입니다. 씨퀀스 마다 다른 색조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암울하던 시절에 기획된 것이라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출구가 없다”라는 절망적인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념적이며 컴퓨터상에서 페인터로 원, 동화를 해서 어색한 동작과 지루한 애니메이션이지만 화면에 표현된 영상에서는 스스로 만족감을 느낍니다. 인디포럼에 한차례 상영된 일 말고는 출품된 적이 없습니다. 마치 무도회에 갈 수 없는 구박받는 신데렐라 같아서 작품에게 늘 미안하고 지겨워하며 붙들고 있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도 미안한 작품입니다.

TEA TIME은 두 번째로 만든 작품입니다. 몇 달 안에 사운드를 완성하여 공개 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모노톤에 종이에 펜으로 그려진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실습작품 같은 느낌이 납니다. 35mm 애니메이션용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필름작업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최초로 스탭들과 만들었으며 2개월 만에 영상을 만들어 낸 바람직한(?) 작품으로 저는 이 작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최초에 의도했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첫 작품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또 작곡된 곡도 마음에 들어서 작품을 볼 때면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4. 본인 이 기획의도에서 말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의 환타지를 꿈꾸기는 작품 속의 주인공 캐릭터가 일상을 맞이하는 태도 즉, 무미건조함과 사랑의 열정사이에서 끝없이 삶의 열정에 따스한 시선을 놓지 않는 작가적 현실의 내면을 캐릭터를 통해 잘 전달되는 듯하다. 본인의 삶의 태도와의 작품의 이야기와의 상관성을 간단히 서술한다면?
저는 매번 반복해서 실수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닫아버리자고 생각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고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섯 부른 기대로 상처받고 심각한 실수와 반복되는 무책임 등으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구제불능이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지에는 연애라는 측면에서 “진심은 왜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제 자신의 의문이 들어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그 사람 잘못도 아닌 내 잘못도 아닌 사소한 잘못으로 헤어지고 그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어쩌면 인간 개인이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므로 그래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작품에 등장하는 공룡‘스테고 사우루스’의 설정의도와 역할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불확실성과 모순에 대한 상징인가? 아니면 단순한 방해자로써의 역할인가?
사실 공룡도감을 보면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목이 긴 주황색 공룡은 브로키오사우루스입니다. 스테고는 꼬리에 뿔이 달려있지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스테고사우루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브로키오사우루스는 힘이 샌 골목대장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아이들의 장난감과 구슬을 빼앗는 힘쌔고 뚱뚱한 녀석. 하지만 제가 생각한 ‘스테고‘는 장난스럽기는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형빈의 편지는 질이 좋은 비싼 종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입천장에 안달라 붙어서 형빈의 편지부터 먼저 먹는 것이지요. 뭐 그런게 작품에 다 나오지는 않지만.

하여튼 이래서는 형빈의 편지는 헤어진 여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답장이 온다해도 형빈의 우편함은 옥탑 방에 있어서 우체부들도 거기까지는 가기 싫어합니다. 그래도 형빈은 매일 열심히 편지를 기다립니다. 저는 누군가와 마음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를 사소한 오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 사소한 오해들. 착각들. 변화된 상황들. 그런 것들은 선악이 없습니다. 그냥 공룡들처럼 편지를 먹고 살뿐이지요. 공룡들은 처음부터 도시에서 편지를 먹고살고 있었는데 주의력 부족한 형빈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6. <편지> 에 나오는 캐릭터와 배경은 매우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는 우체국뿐 만 아니라 마을과 길, 집 그리고 캐릭터 등 모든 것이 3차원의 공간의 강조 보다는 2차원적인 공간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의도된 이미지설정 이라고 한다면 2차원적인 이미지 표현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편지에 사용된 전반적인 이미지가 2차원적인 것은 제 자신이 3차원 공간 표현에 미숙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의도적이기도 합니다. 2차원적인 이미지 표현은 많은 것을 생략할 수 있고 캐릭터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쉬우며 공간에서 오는 제약에서 표현의 범위를 넓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 때 스타일이 비슷한 타무라 시게루의 “은하의 물고기”와 “고래의 도약”을 여러 번 보았는데 공간 표현이 놀라웠습니다. 2차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7. 작품제작 초기에 스토리와 캐릭터 구상 등 기획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안다. 스토리와 캐릭터 구상은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면?
연습장에 평소에 생각나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 놓습니다. 이 때에 기본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결정됩니다. 나중에 작품을 제작할 때는 이것들 중 하나를 기본으로 하여 발전시킵니다. 캐릭터의 디자인과 기본적인 성격을 결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발전시킬때는 최초의 컨셉에 가장 충실하도록 노력 하지만 제작하면서 생기는 변화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주로 지하철이나 작업실이 아닌 곳에서 생각나기 때문에 잊어버리기 전에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보면 괜찮은 것도 있고 쓸 수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8. <편지> 는 단편에 비해 스탭이 매우 다양하게 참여한 작품이다. 이것은 실제 많은 비용과 더불어 팀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부수적 관리능력을 필요로 한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겠지만 이후 작업에도 이것이 지속적으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본인의 작업시스템에 대한 고민해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작업시스템은 소수의 스텝(아마 1명이나 많으면 2명)과 함께 작업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단편작품을 만들면 좋은 것은 감독밖에 없음으로 언제까지나 많은 스텝에게 도와주는 형식으로 작품을 부탁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스텝들에게 보상 할 수 있는 길은 정당한 돈을 주는 것, 제작과정에서 작품을 함께 공유하는 것, 즐겁게 (적당히 놀면서, 스텝이 희생하는 것이 되지 않게) 작업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명 정도라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음악이나 사운드 등의 전문적인 스텝은 비용을 지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돈이 많이 드는데 특별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최소한의 생활이 얼마나 더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돈 문제이고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기꾼이 되지 않으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9. 뒤늦게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이끌게 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형윤씨가 지향하는 작업세계는 무엇인가?
군대에 있을 때 애니메이션을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고 마침 제대하고 나자 단편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미메시스 워크샵에서 혼자작업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등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방법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향하는 작업세계라고 한다면 잘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원칙 같은 것은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 것, 어떤 주제를 의도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10. 향후 장형윤씨의 작업방향 및 활동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가?
지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아빠가 필요해’라는 작품을 제작 중입니다. 그 후에는 아무 것도 확신 할 수 있는게 없긴 하지만 좀더 긴 20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입니다. 시나리오와 캐릭터는 있고 지원프로 그램에서 지원을 받도록 노력 할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인 수입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