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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생의 목적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수직적 업보

2003-12-22



인생을 살면서 왜? 라는 말을 한번쯤은 떠올리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이 길을 가는지, 왜? 계속가야 하는지... 단편 애니메이션 <인생> 은 이러한 질문에 근본적인 삶의 목적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예전에도 이와 유사한 작품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는 인생이 주는 철학적 주제의식이 주는 이야기 구조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인생> 은 독립창작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어 온 김준기 감독의 작품으로 전체길이 9분 45초의 한정된 시간에 끝없이 전개되는 인생의 역경과 과정을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수직 토템을 힘겹게 오르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시간이 흘러 어린 아들이 장년이 되고 아버지는 늙어 쇠약해진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장년이 된 아들이 그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또 오르는 업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김준기 감독은 95년 공주전문대 만화예술과를 졸업하고 95년도부터 2001년까지 E.POINT, vic Production 에 근무하면서 2D, 3D애니메이션의 기획/제작에 참여하였다. 99년 말에는 잠시 양철집에서 원더풀데이즈 3D 프리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과 함께 그가 오늘날의 작업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95년 제작하여 SICAF 단편애니메이션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Survival / 2D'과 96년 제작한 ' Cubic / 2D&3D' 2001년 제작한 'Light House Keeper/3D' 등 지속적인 연구제작과 작품발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등대지기'는 Dong-A LG Animation Festival 대상, RESFEST KOREA 및 SIAF 2002 관객상, Clermont-Ferrand Film Festival 상영 등 많지는 않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인생' 또한 그러한 연장선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테마로서, 그간 거의 혼자 힘들게 터득해온 3D기법으로 완성도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2003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발(2003 SICAF)에서 대상을 받는 성과를 얻었으며 이밖에도 CINANIMA 2003 Panorama Screening, International Leipzig Festival International Panorama 등 여러 국내외 영화제와 공모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생' 이 만들어지는 데는 이 작품의 제작자이자 스텝이기도 한 김준기 감독의 생활적 어려움이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등대지기'로 많은 주목과 상을 받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환경과 아버님과의 말다툼 끝에 느낀 인생의 답보적 상황을 떠올리며 작품구상을 완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어려움을 꿋꿋이 버티며 작품에만 몰두해온 감독의 고집스러움이 부럽기도 하다.

주요 캐릭터 및 아이템


'인생'은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창작지원작으로 3D기법으로 완성된 몇 안 되는 수작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기능의 향상으로 3D애니메이션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왔던 것이 사실이고 많은 분야에서 그 기술이 활용되며 주목 받아 온 것에 비하면 우리가 일구어낸 성과는 너무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극장판 Full 3D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단편의 경우만 한정해 보면 2000년 이후 그 예술적 완성도와 테크닉의 숙련성이 어느 경지에 오르게 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해외 유수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수상하거나 초청되고 있다. 김준기 감독 또한 본인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국제적 위상확립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평가는 2003년 5월에 첫 시행 된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창작특화지원 사업에 'The Room' 지원 확정됨으로써 더욱 기대되는 점이었다. 그러면 작품의 구체적 내용을 보다 살펴보기로 하자.


어두운 화면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눈이 떠지면 굵직하고 건장한 사내의 목덜미와 뒷머리가 보인다. 눈을 뜬 간난 아기는 주위를 둘러본다. 발 아래로는 구름이 펼쳐져 있고 발 딛을 땅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하늘만이 펼쳐져 있는 곳. 마치 하늘을 떠 받들고 있는 듯한 끝없이 계속되는 기둥을 아버지는 아기를 엎고 쉬지 않고 올라간다.

토템 석상들이 조각조각 정교하게 쌓여져 하늘 끝까지 닿아 있는 기둥을 계속 올라가던 아버지는 붉게 석양이 물들 즈음에야 기둥의 넓은 토템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기에게 죽을 먹이고, 지고 올라오던 짐을 한쪽으로 풀어 놓는 아버지. 배낭보다 뭔지 모를 큰 짐이 훨씬 무거워 보인다. 아버지는 노을을 보며 작은 피리를 연주하고 아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이 든다. 다음 날도 아버지는 아기를 엎고, 짐을 지고 기둥을 계속 오른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아기가 성장해서 아버지의 뒤를 따를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그들은 계속 기둥을 오른다. 나무 열매가 자라고 있는 토템에서 둘은 휴식을 취한다. 즐겁게 나무 열매를 따서 먹기도 하고 주머니에 담기도 하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아버지는 작게 흙이 모여있는 곳에 씨앗을 몇 알 뿌리고 소중하게 물을 준다.

이제 아들은 청년이 되고 아버지는 중년을 넘겼다. 아버지의 큰 짐을 아들이 앞장서 매고 아버지는 그 뒤를 따라 오르고 있다. 한 토템에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간이침대가 걸려있다. 둘은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제 머리가 희끗해진 아버지는 밤새 기침을 한다. 짐을 지고 계속 올라가는 중년 아들과 이제 백발노인이 된 아버지. 어느 날 아들은 더 이상 기둥을 오르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게 된다. 서둘러 간의 의자를 만들고 토템에 아버지를 앉게 하는 아들. 이제 아버지의 기력이 다 했음을 예감한다. 계속 올라가라고 아들에게 손짓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자신이 불던 피리를 아들의 목에 걸어주고 길을 재촉한다. 아들은 마지못해 길을 떠나며 말린 음식을 아버지 앞에 내놓지만 흉하게 마디가 일그러진 손으로 아버지는 조용히 거절한다. 계속 뒤를 돌아보며 기둥을 오르는 아들. 아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백발의 아버지는 씨앗을 꺼내 흙이 모여있는 곳에 심고 물통의 물을 정성스레 뿌려준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이제 아들도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쇠약해져 종종 발을 헛 딛기까지 한다. 그때 기둥의 정상이 보인다. 마지막 힘을 다해 기둥의 끝에 올라선 백발의 아들. 기둥의 정상은 여느 토템 기둥부위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아들은 그렇게 힘들게 가지고 올라온 짐을 이제서야 풀어본다. 토템 기둥의 한 조각 부분인 듯 한 물건. 한참을 토템 조각을 바라보던 아들은 기둥의 한쪽 구석에 토템 조각을 튼튼히 끼워 맞춰놓고 아버지의 피리를 토템의 목에 걸어두고 다시 기둥을 내려간다.



그의 작품 '등대지기'와 컨셉 상에 유사한 공통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등대지기 또한 불을 밝히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생의 여정에 길을 밝히는 역할이라면 '인생'에서는 이를 부자간의 혈연적 관계 속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편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수가 매우 한정적이며 배경으로 나오는 장소가 매우 한정적인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도 유사하다. 또한 한국적인 이미지보다는 매우 보편적인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대지기'에서는 서구적 이미지를 '인생'에서는 동양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이전 작품과 다른 변별점들은 뚜렷한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상징의 활용이 극대화 되었으며 감독자신의 남성적 역할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작가의 정체성이 보다 구체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명의 작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용을 기획하다가 결정하게 된 내용이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너무나 당연한 인생이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작품의 시각적 구도는 많은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선 토템이라고 불리는 수직 조형물이 그것으로 이는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빈손으로 암벽을 타듯 수직 구조물을 오르는 한 남자의 사투와 같은 진행방향은 위와 아래라는 단순한 방향성을 이 수직 상징물인 토템은 구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르는 것 이외에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위와 아래는 이때 각각 생과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래와 과거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지막 한 조각 돌덩어리는 이러한 수직상승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업보를 상징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혼자작업 하다가 이번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특화 지원 프로젝트인 'The Room'에선 스텝을 보강하여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며 보다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그의 말대로 진정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좋은 창작자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과 장지적 안목의 지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1. 김준기씨 또는 <인생> 제작팀의 성격과 작업 방향은 무엇입니까?

인생은 저 혼자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제 작업방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두 명의 인원이 더 추가 되어 좀더 좋은 퀄리티의 단편을 만들고 있지만 기본적인 저의 단편 작업에 대한 생각은 장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다음 작품을 만들면서 마음 맞는 팀원을 찾고 충원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단편 작업을 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상황에 조금씩 버거운 단편을 기획해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2. 단편애니메이션 <인생> 은 형식적으로 매우 기본기에 충실한 전통적인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편에서 보기 드문 형식적 완성도를 만들어냈는데 제작자로써의 만족도 및 평가는?

저는 애니메이션의 기본기에 대해 배우거나 학습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제까지 제가 봐온 애니메이션을 경험으로 제 눈에 창피하지 않을 화면과 내용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작업 중간과 완성 후엔 너무나 많은 부분이 불만족스러웠지만 제 자신이 너무나 용감한 의욕을 앞세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3. <인생> 의 내용적인 면 즉, 스토리는 어떻게 모티브를 얻었는지...

우습지만 아버지와 전화 통화 중에 싸웠던 일이 처음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등대지기라는 작품을 마치고 그 작품을 한 자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지만 현실은 아무 변화도 없고 주변에서 알아주는 이도 없어 의기소침해졌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는데, 전화의 끝자락엔 언제나 제 나이를 들먹이시며 당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시곤 하는 억지를 부리셔서 결국엔 큰 소리로 싸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 아버님이 당신의 인생 대부분을 투자해서 키웠던 결과가 지금의 나밖에 안 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저 또한 앞으로 제 자식을 그렇게 키우겠지... 라는 생각들을 계속 해왔습니다. 중간 과정은 상세히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렇게 해서 내용이 몇 달 후에 완성된 것 같습니다.


4. <인생> 에 등장하는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상황을 보면 매우 전통적인 가치관 즉,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의 우상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대를 잇는 한 개인의 인생역정 속에 건설된 인류의 역사는 극단적인 상징성으로 인하여 여성과, 다양한 선택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적 지적을 받지는 않았는지...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에 대해 무척 화가 나고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8분40초(오프닝과 크레딧을 빼면... )의 본문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가부장적인 우상화와 남성의 우월감이 없어지겠는지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말입니다. 단편이라는 짧은 시간이란 제약도 있겠지만 남성 우월주의란 표현을 제 작품에 대입 시키시는 분들이 좀 오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분명 남성 여성의 구분은 있어야 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쟁씬에서 여군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영화를 비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와 아들, 혹은 아버지와 딸로 설정을 했다면 그런 편견이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아기가 아들이건 딸이건 어머니라는 큰 존재가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가 아버지의 등에 업혀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관 설정에 있어 내용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 세대만큼의 높이마다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한 여성이 혼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루하게 변화 없는 생활 중에 밑에서 토템을 타고 한 남성이 올라옵니다. 둘은 얼마간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아이가 태어납니다. 남자는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곳에 남겨두고,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등에 업고 다시 토템을 오릅니다.

처음 생각했던 인생의 내용이지만 이 내용을 애니메이션화 했다면 더욱 남성 우월주의라는 비난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토템을 오르는 몫은 남자일 것이라는데 반대하실 분은 없을 겁니다. 저는 제 작품에서 여성의 몫을 무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기의 등장 없이 한 남자의 일생만으로 내용을 진행 했다면 당연히 받아드려야 할 지적일 것입니다. 영화제 때 상영 후에 게시판에 가끔 그런 평을 감정적으로 올리시는 분들이 몇 있었기 때문에 제가 좀 감정적인 글을 쓴 것 같은데 전 그런 분들의 시각이 더 비뚤어져 보입니다.


5. 3D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영상적 연출력은 매우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특별히 고안한 기술과 효과, 테크닉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 예로 자연스러운 색감과 정감 있는 질감표현은 3D가 가지는 차갑고 메마른 느낌을 일소해 주었는데 이러한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가?

3Max의 기본만 사용했고 추가 Plug-in이라면 옷을 표현했던 Simcloth를 사용한 정도입니다. AfterEffect의 합성 작업을 염두 해 두고 한 Cut의 이미지를 많은 Layer로 나눠 Rendering을 해서 최종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3D의 결과물도 2D와 마찬가지로 작업자의 색감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보통 라이팅과 메핑으로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의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고 하늘 이미지와 합성할 때 AfterEffect의 Glow 필터 정도를 사용해서 좀더 밝은 하늘의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6. 작업방식과 제작시스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그리고 현재로써 취할 수 있는 3D애니메이션 독립적 제작 시스템의 가장 적절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작업방식이나 제작시스템은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와 디자인 모델링, 메핑, 세팅, 애니메이팅, 편집, 합성 등 음악을 제외한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하지만 하나 언제나 염두해 두고 작업을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수정을 하지 않고 작업을 하자입니다. 우선 마친 작업은 뒤돌아보지 않고 남은 일을 계속 해야 합니다. 잘못된 작업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이면 확실히 준비를 마치고 확정 지은 후에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3D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픽사의 토이스토리 제작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보고 프리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토리보드부터 2D와 3D 가편집, 거친 애니메이팅, 라이팅 테스트등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은 전혀 변하지 않고 화면의 완성도만 점점 완벽해져가는 10단계이상의 과정 변화를 살펴본 후 저도 등대지기 제작 때 스토리 보드 작업과 가편집 작업을 우선 했었습니다. 그런 작업들이 실 작업 때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여준 것 같습니다. 지금 작업 중인 Room이라는 작품도 스토리보드 제작 후에 3D 가편집을 모두 마치고 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제 작업 방식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3D애니메이션의 독립적 제작 시스템이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픽사가 토이스토리 제작 이전에 80년대부터 3D 단편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어 왔던 경험이 지금의 명성을 그들에게 가져다 줬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을 모델 삼아 저도 단편 작업으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7. 정부 지원기관으로부터 사전제작지원 형식의 지원금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거나 영화제에서 상금을 받는 것. 이러한 지원방식 외에 취하고 있는 개인적 창작 작업과 커머셜 한 작업들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그리고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는가?

암울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앞에 언급하신 경우 외의 어떤 다른 경우도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남들보다 많은 지원금과 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작업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최소한의 아르바이트만을 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저보다 훨씬 어렵게 작품 활동을 하시는 작가 분들도 있고 품은 뜻을 접고 회사 생활에 젖어버리는 작가 분들도 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단편을 만들어봐야 하는 입장입니다.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8. 이후 기획 또는 진행 중인 작업의 특징 또는 방향은 어떠한가?

'The Room'이라는 작품의 기획서가 애니메이션 센터의 지원책에 선정되어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인생"을 작업 할 때 보단 좋은 상황이어서 저 외에 두 명의 팀원이 더 추가 되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명에게는 월급이 지급 되지만 금액을 아신다면 아무도 일하겠다고 하지 않을 월급입니다. ^^; 3명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 작업보다는 훨씬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기획을 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상태이고 "인생" 때는 많이 다루지 못한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 애니메이션에 많은 작업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9.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향후 전망은?

솔직히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너무 어려운 경제, 최악의 2D 애니메이션 시장, 한해에 4000명 이상 졸업하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졸업생, 곧 실행될지 모를 일본 애니메이션 전면 개방등등... 의 소식들만을 접하게 됩니다. 어떤 점이 잘못 되어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 정책이 잘못된 것인지 교육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나라 단편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계와 만화계는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단지 졸업생들이 많아, 많은 졸업 작품이 있는 것뿐이고 컴퓨터나 프로그램이 향상되어 겉모습만 화려해 졌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무작정 지원금을 덩치 큰 프로젝트에 지원해 준다고 좋은 작품이 당장 다음 해에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만화 작가, 좋은 스토리 작가, 경험 많은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들을 키워 내는 게 더 앞을 내다보는 국가의 지원책이 아닌 가 푸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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