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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인생의 굴레를 은유적으로 표현

2003-10-21


[ 제 작 형 식 ]
제작 방식 : 2D Computer/ Paper
작품 포멧 : 35mm, Dolby SRD, Color
런닝 타임 : 11분 16초
사용프로그램 : Painter7.0/ After Effect/ Photo Shop 7.0/ Premiere6
Sound Forge/ ProTools


[ 시 놉 시 스 ]
어릴 적 마을을 떠났던 소년이 노인이 되어 홀로 돌아온다.
그는 항상 등에 커다랗고 낡은 배낭을 메고 다닌다.
주민들과 어린아이들 비롯하여 온 마을에는 노인의 배낭에 관한 소문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이 죽는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잔뜩 긴장을 하며 배낭을 열어보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돌들과 흙들로 가득하다.
또한 죽은 노인은 하늘에 둥 둥 떠있고 마침 바람이 불어오자 훨훨 날아다닌다.
마을 주민들은 힘들게 노인을 잡아와 배낭과 함께 땅에 묻어준다.



이 작품은 2003년 제작되어 아주 다양한 수상경력과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최우수 졸업작품을 시작으로 5월 미국 Kalamazoo(칼라마쥬) Animation Festival International 졸업경쟁부문 금상수상, 7월 Anima Mundi 2003(애니마문디)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공식경쟁부문 진출, 9월 우크라이나 KROK(크록) 공식경쟁부문 진출, 9월 이탈리아 Matita Film Festival 대상수상, 11월 포르투칼 CINANIMA(씨나니마) 본선 진출하는 등 다양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작품을 기획제작한 팀은 ‘일렉트릭 서커스’란 팀으로 현재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창작지원실에 입주해 있으며, 구성원은 김운기, 박현경, 한진현 3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은 이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이미 현업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거나 영화 아카데미와 워크샵을 통해 탄탄히 쌓아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제작기술과 연출능력을 연구하고 준비해왔다고 할 수 잇다.
현재 다음 작품 ‘그들의 바다’가 올해 서울애니메이션 사전제작지원 1차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현재 제작 진행 중 이기도 하다.


팀원의 한 사람인 김운기 작가는 자신의 ‘일렉트릭 서커스’가 기본적으로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이라고 말하면서 아래와 같이 덧붙이고 있다.

“어떠한 스타일과 형식의 작품이든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안정된 기본기라고 할 수 있다.
저희 세명의 작가는 각자의 파트에서 오랫동안 기본을 다져왔으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기본기만이 창작마인드나 연출감각, 아이디어, 개성 등 작품의 중요한 구성들의 기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생각은 작품 곳곳에 잘 스며있다. 애니메이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동작의 표현과 타이밍 등은 그동안 단편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지적받아왔던 애니메이팅에 대한 어색함을 일소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전체의 조형적 스타일의 통일감과 예술적 완성도를 이뤄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역하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조형적 완성도 보다는 이야기의 은유적 상징성에 매료되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이미지화시키기 어려운 제재를 모티브화 시켜낸 것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 만큼 이작품의 힘은 이야기에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이 국제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까닭도 이야기의 상징이 주는 보편성이 크지 않았나 싶다.

작품제작 기간은 기획 8개월, 제작 7개월, 후반제작 2개월, 총 제작기간 1년 6개월가량 소요되었는데 제작기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획과정에서 시나리오에 많은 치중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서구적 캐릭터 이미지와 배경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주제음악의 선곡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설정을 잡다보니 그렇게 되었으며 아트웍 에서도 풍기듯이 유럽풍의 이미지와 조형적 스타일을 추구하며 한권의 동화책을 보듯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팀에서 소개한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제 작 과 정 ]

프리 프로덕션
김운기작가와 박현경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아카데미 학생인 박현경작가가 졸업 작품토론과 아카데미 교수진을 비롯하여 여러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자문을 얻었으며, 김운기작가가 약 7,8개월에 걸쳐 내용을 다듬어 최종적으로
2003년 6월에 마무리하였다.


프로덕션
작화를 기반으로 컴퓨터에서 스캔 후 기본적인 채색을 거친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한지종류의 질감을 살린 마띄에르와 배경 레이아웃에 합성한 뒤 페인팅작업을 거쳐 배경을 완성한다.
그 뒤 캐릭터와 합성한 최종 화면을 페인터 프로그램에서 하나하나 질감을 살려 그려낸다.
약 8개월 동안 6000여장의 레이아웃을 채색하였다.
매일 하루에 12시간씩 채색을 하였고, 크리스마스와 설날에도 계속 작업을 하였다.
후반부에는 모두가 바카스에 의존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포스트 프로덕션
최종적으로 완성된 씬을 전부 24프레임으로 랜더링을 걸었다.
물론 해상도는 16:9의 1828×990으로 132기가의 엄청난 데이터양이다.
전부 16200프레임이 완성되었고 양수리에 있는 고가장비로 유명한 R.E.레이져에
키네마스코핑 작업을 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기계였다. 토요일오후에 기계에 건 뒤 다음날 오전에 완성되었다.
졸업영화제에 일정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사운드는 일단 모노로 작업하였다.
아쉬움이 많았던 관계로 졸업영화제 상영 후 다시 녹음 작업에 들어가
한 달여 기간의 작업 후 5.1채널 돌비 서라운드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고가의 후반작업비용이 드는 키네마스코핑과 5.1채널의 돌비 서라운드, 작업이 가능하였던 것은 제작비의 확보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다고 그들은 스스로 겸손하게 이야기 하였으나 아카데미에서 작품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 이외에 자비를 조달하여 제작을 진행하였다. 자금이 바닥난 그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진행된 작품을 본 몇 몇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선뜻 현금지원을 해주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결과를 낳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단편으로서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자하여 제작한 작품을 배급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편의 경우 국내 한 두 군데 밖에 없는 소규모 독립영화 배급사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직접 뛰는 수밖에 없다.
9월 현재까지 6개월 동안 무려 13개국의 20여 곳에 이르는 국제영화제 공식경쟁에 초청되었고 국내에 공식영화제로는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첫 상영하는 등 국내외 배급에 나서고 제작진이 직접 영화제에 참여하여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작품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일렉트릭 서커스’로써는 첫 번째 데뷔작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한 작품이라고 본다.
차기작 ‘그들의 바다’에서도 좋은 작품 기대하며 현재 어려운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그나마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업체가 있음으로써 희망을 잃지 않게 하였다는 생각에 제작진과 더불어 필자도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배낭을 멘 노인' 제작진 [서 면 인 터 뷰]


1. Anima Mundi 2003, 46th LEIPZIG, CINANIMA 등 많은 외국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고 공식 상영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이번 초청된 우크라이나의 KROK과 독일의 LEIPZIG영화제 참관과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크록(KROK) 페스티벌은 이미 유럽 내에서는(사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아니지만)매력이 있는 대회이다. 간단히 소개하지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정부가 공동 주체하고 매년 교대로 개최한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다.
이 페스티벌의 매력은 바로 크루즈 여행이다.
30일 키예프(수도)에서 개막을 하여 거대한 Dnipro강(가끔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분명히 제 눈에는 바다인데 강이라고 우기는 곳이 종종 있다.)을 따라 항해하며 7개 도시를 거쳐 흑해연안의 오데사에서 폐막한다.
10일 동안 세계 각국의 디렉터들이 낮에는 도시에서 페스티벌과 각종 세미나 행사에 참가하고 밤에는 크루즈로 돌아와 자는 동안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
솔직히 여러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지만 굳이 크록에 참가하는 것은 오랜 동반 여행 동안 갖을 수 있는 여러 나라의 디렉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때문이다. 단편 감독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항상 느껴오던 여러 가지 갈증해소에 도움을 갖고자한다. 확인한 바로는 현재 26개국 73명의 디렉터(심사위원 ,초청작가 포함)가 참가한다고 한다.
크록 폐막 후, 바로 이틀 뒤에는 독일의 라이프찌히에 참가한다.
46회나 되는 오랜 전통의 라이프찌히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영화제이다.
전쟁과 많은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동독의 문화도시인 라이프찌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테마로 영화제가 46년째 열리고 있다니 과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2. 배낭을 멘 노인은 이야기의 은유적 표현이 돋보이는 우화적 작품이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배경과 구상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


인생의 무게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죽을 때 까지 우리를 짓누르는 고통스러운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무게들이 없다면 우리의 삶 또한 부유하는 삶이 되어 버릴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그로인해 우리는 지상에 발을 딛고 살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노인은 중력이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유로워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자 배낭을 진다. 그런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그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고 그로 인한 특이한 행색이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게 되는 이야기로 발전 되었다.


3. 미술설정 특히 캐릭터와 배경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매우 서구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야기의 보편성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 기획초기에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부분이다.
한국적인 이미지의 영상도 고려했지만 서구적으로 결정 하게 된 요인은 첫째 음악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오페라를 기획단계에서 이미 메인테마로 결정을 했다.
그 곡을 모두 4가지로 편곡을 하여 작품전반에 걸쳐 구성하였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느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4. 우화적 성인동화를 연상하게 하는데 이러한 작품의 경향이 일렉트릭 서커스가 지향하는 창작의 컬러로 설명한다면 팀의 컬러를 잘 표현한 작품인가? 아니면 프로젝트에 맞는 스타일의 하나라고 보면 되는가?

사실 팀의 첫 작품이다. 팀 컬러라고 하기보다는 팀 웍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스타일의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고 조금씩 완성도를 높이다보면
팀 컬러는 자연히 드러날 것이다.
아직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5. 일렉트릭 서커스는 기본기를 중요시하는 창작그룹으로 알고 있다. 제작진 3인의 프로젝트 수행 시 각자의 역할분담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세 사람이 모두 기획 단계에서 제작단계까지 상호 의견을 교환한다.
그 뒤 결정되는 사항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역할은 프로젝트에 따라 조금은 유동적이지만 대표적으로 박현경작가는 애니메이션 연출,
한진현 작가는 미술연출, 그리고 저는 시나리오 연출과 포스트 프러덕션이다.
작업 초기에는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에 임한다.
단지, 서로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스케쥴이다.
그 다음 프러덕션 단계로 들어가 작업분량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모두 한 곳으로 모여 작업한다.


6. 주관적 생각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이와 노인이 병렬로 그려지는 듯하다. 또한 노인이 하늘로 떠서 날아가는 장면 등 환타지에서의 감정고조와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보다 자유로운 시각적 연출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혹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거라면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은?


가끔 인터뷰를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갑자기 동문서답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아픈 곳을 찌를 때이다.
공감한다. 먼저 아쉬운 점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얽혀있는 많은 내용을 너무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데 있다.
그리고,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표현되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내용과 후반에 흐르는 일률적인 음악연출이 그런 느낌을 더한 것 같다.


7. 제작에는 쉽게 사용 할 수 있는 툴들을 사용하면서도 아트웍은 전통적 드로잉기법을 충분히 가미한 이미지로 동화적 특성을 잘살려 표현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이 많았거나 효과적이었다면....


한마디로 장인정신을 살리고자 하였다.
제작 상에서의 어려움은 디테일을 살리는 페인팅과정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애니메이션의 맹점이라할 수 있는 반복 작업이라는 게 지루하고 힘들었다.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그려왔다.

여담이지만 타블렛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여 손에 쥐가 몇 번 났었다.
하지만, 그 만큼 공을 들였기 때문에 후회없는 비쥬얼이 완성되었다.
작업 후반에 의욕적으로 저희 페인팅작업에 참여했던 두 명의 스탭(정소영,정미경)도 나중에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8. 본 작업 시 자금난에 허덕이다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받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지원 및 후원이 많지 않은 국내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하였던 것은?
또한 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먼저 마리이야기의 이 성강 감독님이 추천서를 써주셨고,
김 병헌 전 시카프 사무국장님이 제작사들을 소개해주셨다.
그 회사들 중에 한신 코퍼레이션 과 플러스 원 애니메이션에서 작품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품을 들고 찾아가서 설명을 드렸고 흔쾌히 지원을 해 주셨다.
그리고 디지털 오딧세이는 제가 개인적으로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3D애니메이션 회사다.
사실 지원에 관한 부분은 주위의 많은 단편작가들이 놀랐던 부분이다.
선례도 없었을 뿐 아니라 통념상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주위에 도움을 주신 분 들이 많았고 우리가 무척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9.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사전제작 지원작인 차기작 ‘그들의 바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이제 시작 단계라 제대로 설명하기는 이른 것 같고, 대략적인 줄거리만 언급하면
검은 바다 한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푸른바다를 지키며 살고 있는 한 노인과 고양이 이야기이다.


10. 향후 “일렉트릭 서커스”의 작업방향 및 활동에 대한 계획은 어떠한가?

우선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다양하고 충분한 작업량을 소화해 내가며 서서히 우리들의 컬러를 만들어 가고자한다.
많은 관객이 우리 팀의 작품을 하나하나 접해가며 우리들의 미래를 인정하고 기대해줄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보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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