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5
올 여름 개봉한 간 큰 가족은 가짜 통일 상황을 만들어가는 동안 일어나는 일련의 헤프닝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마누라 앞에서 북에 두고 온 마누라 타령만 해대는 간 큰 남편 김노인은 오매불망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입니다.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간암 말기 김노인에게 50억의 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하지만 이 유산은 ‘통일이 되었을 경우에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기이한 조항을 달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과 자칫 통일부로 전액 기부돼 버릴 뻔한 50억 유산을 사수하기 위해 가족들은 가짜 통일 상황을 만들게 되는데…
이번 회에서는 간 큰 가족에 사용된 CG를 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서 Full 3D로 작업된 타이틀과 가짜 통일 방송 장면을 위한 TV 이펙트를 구체적으로 둘러 보겠습니다.
간 큰 가족의 첫 부분과 끝부분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하고 끝맺습니다. 타이틀 부분에서는 아이가 그려 놓은 스케치북이 바람에 날려가는 장면을 모두 3D로 작업되었습니다.
간 큰 가족 타이틀 만들기
간 큰 가족 이 시작하는 첫 부분에 아이가 그린 스케치북이 바람에 날려 넘겨 집니다. 여기서 마야의 Blendshape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사용됩니다.
(1) 가장 먼저, 책이 바람에 넘어가는 애니메이션 레퍼런스를 수집합니다. 과제가 주어졌을 때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참고 자료를 먼저 수집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쉽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2) 썸네일 스케치를 합니다. 여러 구도에서 어떤 모양으로 넘길 것인지, 타이밍을 계산해 가면서 스케치를 합니다.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어 구체화 시키는 단계로, 한장 한장 그리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TV 효과
서커스씬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TV화면 장면… 가짜 통일 상황을 만들기 위해 TV매체를 사용해 가짜 방송하는 장면이 많아, TV효과를 내는 합성작업이 많았습니다. After Effects에서 TV효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1) TV효과를 줄 Footage를 Affect Effects에서 Import합니다.
2) Footage를 선택하고 Effect/ Tinderbox_Effect/T_badTV 를 선택
3)옵션박스의 Presets을 Security Camera로, TV 타입을 컬러로 선택합니다.
(3) 스케치북을 모델링을 합니다. 베이스 오브젝트입니다.
(4) 책장 넘어가는 모양을 4단계 정도로 모델링 합니다. 타겟 오브젝트 입니다.
(5) 넘어가는 스케치북 (타겟 오브젝트)를 넘어가는 순서대로 선택 후 베이스 스케치북을 선택합니다.
(6) Deform> Create Blend Shape > 선택해서 옵션박스를 연후, Paper로 Blendshap 이름을 써 넣습니다.
(7) Window > Animation Editors > Blend Shape 선택해서 Blendshape editor를 열어 키 애니메이션 합니다.
(8) 렌더링을 거쳐 After Effects으로 합성이 완성된 스케치북 이미지 입니다.
4) Misc의 옵션을 아래와 같이 지정합니다.
- Fish Eye 체크 off
- Scanline width 1~2 정도 Footage에 따라 조절
5) 이제 필터 작업은 끝났습니다.
보다 더 TV 같은 스크린 느낌을 더하기 위해 아래 Comp 박스의 footage를 복사해 위로 올리고 Screen모드로 지정합니다.
6) 마지막 단계로 Curve로 명암과 컬러를 조정해서 완성한다.
이 영화의 가장 비중 있고 많은 CG량을 차지한 부분은 단연 서커스씬. 아무리 여기저기 와이어를 달고 안전장치를 한다지만 몸이 전재산인 배우들에겐 위험 부담이 많은 부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장면의 경우엔 보통 낮은 곳에서 촬영이 이뤄지는데, 거의 바닥수준의.., 블루나 그린 매트를 배경으로 와이어를 몸에 달아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유난히 고소공포증이 심한 한 배우는 점프해서 공중제비를 하는 컷에서 수십번의 재촬영을 거쳐야 했습니다. 결국 그냥 바닥에서 점프하는 시늉만하고 나머지는 합성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서커스 장면에서는 그물에 겹쳐진 와이어를 지우는 부분이 문제가 되었는데, 단순히 와이어를 지우는 것뿐만 아니라, 조명으로 인해 생기는 와이어의 그림자, 또 그물의 모양을 살리며 와이어를 지워야 하는 작업은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일일이 한 컷 한 컷 그리다시피 지워야 해서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주로 작업은 매트 촬영된 소스, 배우들과 배경의 합성작업이었고, 서커스에서 보여지는 Spot Light 조명에서 생기는 그림자는 키작업으로 뺀 배우들의 이미지를 Black으로 어둡게 눌러 tracking이라는 과정을 거쳐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만들었습니다.
Wire 지우는 데는 Commotion이라는 합성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다른 합성 프로그램에 비해 지우개나 도장툴이 강해 wire 작업에 용이했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과제는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북한 방문 장면을 얼마나 실감나게 연출하느냐에 있었습니다. 다행이 감독의 노력으로 북한 촬영하는 허가를 받아내고 촬영을 마쳤지만, 막상 촬영이 끝난 Footage를 받아보니 북한 하면 떠오르는 엄중함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 방법 끝에 3D로 경계철선을 만들어 넣어 북한 경계선이라는 느낌을 더해 주었습니다.
소위 현장 수퍼바이징이라고 하는, CG 샷을 찍을 때 비주얼 CG 책임자가 촬영 장소에 가서 감독과 컷을 의논하고 촬영방법을 논의하는 일인데, 여기 서커스장면에서 현장 수퍼바이징의 힘이 발휘되었습니다.
유난히 고소공포증이 심한 한 배우가 3회 공중회전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과 여러 각도로 방법을 강구하다 바닥에 돌아가는 턴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배우가 공중제비하는 포즈로 누운 후, 위에서 카메라를 두고 턴테이블을 돌려 공중에서 회전하는 것처럼 촬영했습니다.
코믹 영화의 CG가 다른 종류의 영화와 구분되는 점은 아무래도 웃기는 영화다 보니 CG가 과장되고, 또 소위 말하는 CG 티가 나도 그게 오히려 영화의 흐름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쿵후허슬’이 그랬고, ‘마스크’가 그렇습니다. 총알같이 달려가는 장면에선 바람처럼 내달리는 다리의 표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몸 밖으로 돌출하듯 콩닥거리던 가슴이 모두 코믹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간 큰 가족은 실향민을 다룬 잔잔한 코믹형식의 드라마 영화입니다. 스토리만 들어선 그다지 CG가 들어갈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일을 막상 시작해 보면 여기저기 암초처럼 숨어있는 수많이 CG가 필요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날밤으로 작업에 임하지만, 막상 촬영이 끝난 후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많다. 이번 영화에서는 탁구씬이 그랬는데, 촬영 초 탁구채가 날아가 배우의 머리로 돌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탁구채를 3D로 만들어 코믹영화 답게 과장되게 크고 빠른 느낌으로 연출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탁구채로 촬영 되어 무난한 장면이 되고 말아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 자료제공_ 서성길, 박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