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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360° 휘돌고 굽이치며 퍼지는 모션그래픽 에너지

2004-05-03


TV를 보다 보면 방영되는 프로그램 막간을 이용해 짬짬이 방송사나 TV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광고가 나온다.
MBC의 “♬만나면 좋은 친구~우 MBC 문~화방송♬”은 그 대표적인 예로 보통 방송사 로고나 프로그램 클립에다 약간의 그래픽 효과를 더한 후 적절한 문구와 음악을 곁들여 눈과 귀에 쏙 들어오게 만들어져 있다.

어려운 말로 니모닉 (mnemonic: 기억하기 쉽도록 만든 노래와 문구 등과 같은 일종의 후렴)이라 불리우는데 국내에서는 스테이션 아이디 디자인과 연관되어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방송사 및 방송 프로그램 안내와 판촉을 포함해 관련 인쇄물 제작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크로스미디어 (cross-media) 광고 활동 전체를 가리키는 네트워크 브랜딩 디자인 (Network Branding Design)의 한 부분이다.

이 분야는 날로 증가하는 TV 매체의 영향력과 함께 하나의 전략적 디자인 분야로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추세라면 일단 간단한 2D/3D 그래픽 애니메이션과 함께 방송사 로고를 중심으로 예를 들어 “저희 KBS 방송은… 시청자 여러분께 …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바랍니다”와 같은 멘트를 넣는 직접적 스타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신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보다 추상적이고 간접적이지만 감각적인 비주얼 스타일이 지향되고 있는데 이들 디자인에서 전후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2D/3D 모션 그래픽 및 일러스트레이션은 화면에 생동감을 주는 요소이자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도구로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이번 달에는 이들 모션그래픽에 대해 3인에 의해 설립되었다 하여 트로이카디자인그룹 (Troika Design Group, www.troika.tv)이라 불리는 로스앤젤레스 기반 회사의 작품을 통해 살펴보려 한다.
느낌상 극한 대조를 이루는 두 작품: PBS 서부지국인 KCET와 케이블 채널인 TV 랜드 (TV Land) 디자인을 선택해 그 컨셉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그림 1)



KCET (www.kcet.org)는 무려 1000개에 달하는 방송사 네트워크를 가진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 www.pbs.org) 방송의 서부지국으로 1964년 설립되어 주로 수준 높은 오락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방송사다.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기 위해 제작된 KCET 디자인은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비트의 음악과 이와 리듬을 같이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곡선 그래픽이 만들어내는 인상이 바다를 상징하는 블루와 땅을 상징하는 옐로우 보색을 기조로 하고 있으면서도 강렬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댄 파파라도 (Dan Pappalardo)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남부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지역을 대표하는 비영리 방송사로서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 결과라고 하는데 방송은 물론 방송 외 광고 캠페인을 포함하는 대대적 디자인 캠페인 후 특히 황금 시간 대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급상할 만큼 효과적이었다고 전한다. 잠시 그려보자면...

굽이치는 파도 이미지 위로 파란 색 곡선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흐르듯 움직이는 곡선들 위로 캘리포니아의 고가도로가 그려내는 곡선이 겹쳐지더니 이내 높푸른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은 야자수 이미지로 전이되고 C와 E가 그려내는 곡선이 인상적인 KCET의 로고가 화면 위로 뜬다. (그림 2)

이어서 “Next” 텍스트가 뜨며 케네디가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비롯한 저녁 황금 시간 방송 프로그램 안내 이미지가 따르고 다시 바뀌는 옐로우 화면 위로 블루 곡선이 자리잡더니 이내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살짝 비추면서 성원에 감사를 드린다는 듯 “KCET Thank you” 텍스트가 뜬다. (그림 3)

화면은 다시 프로그램 안내로 바뀌면서 부드러운 블루와 옐로우 화면이 살짝 강렬해지는 듯 하더니 KCET 로고와 전화번호가 큼직하게 화면을 채우면서 KCET 방송사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이어서KCET 방송사 건물과 그 캐치프레이즈인 “무한히 많이 (Infinitively More)” 가 떠오른 다음 방송사 브랜드 로고가 곡선 그래픽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림 4)




TV 랜드 (www.tvland.com)는 현재는 종영되었지만 TV 역사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라고 할 만한 프로그램을 정선해 보여주는 케이블 방송사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케이블 채널 중의 하나로 82백만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루시 (I Love Lucy)”, “맥가이버”, “내사랑 지니”, “아내는 요술쟁이”와 같은 고전적 히트 드라마 및 시트콤, 웨스턴 영화들을 방영하고 있다.

전후좌우로 정신없이 휘도는 그래픽 애니메이션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TV 랜드 디자인은 컨셉부터 스토리보드 디자인, 음향 디자인, 그리고 각본에 이르기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수석 디자이너 소니아 람바 (Sonia Lamba)의 지휘 하에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녀가 이 디자인을 맡아 처음 한 일은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시청한 일로 런던에서 성장한 람바에게는 모두 새로운 드라마들이었다. 시청 결과 람바는 TV 랜드 고유의 로고와 애니메이션 및 일러스트레이션, 다양한 기존의 아이덴티티 모티브들, 그리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의 클립들을 이용해 “추상적이면서도 비주얼한 여행”의 느낌을 만들어보자로 디자인 컨셉을 정하고 스토리보드 제작에 들어간다.

1950년대, 키쉬 (Kitsch), 서부극 (Western), 판타시 (Fantasy) 스타일 드라마 클립과 그래픽이 어우러져 빠른 템포의 시각적 향연을 선사하고 있는 이 스토리보드는 TV 랜드의 케치프레이즈인 “TV 랜드로 데려가 줘 (Take Me to TV Land)”를 염두에 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레이어로 구성된 무려 1.5미터 길이 비주얼로 고해상도로 제작되어 그대로 실제 광고의 모션그래픽 기초로 사용되었다. (그림 5)

기술적으로 가장 큰 난제는 무수한 레이어들에 담긴 사진 및 그래픽들을 조화롭게 합성하고 그것들을 3D 공간 속에서 역동적인 흐름을 잃지 않도록 애니메이트 하는 일이었다고 하며 이 작업에는 디자이너 겸 애니메이터인 리차드 엥 (Richard Eng), 애니메이터 제이슨 휘트모어 (Jason Whitmore)의 역할이 컸다고 전한다. (그림 6)



Q. 네트워크 브랜딩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방송사를 대표하는 일련의 모티브를 개발해내는 활동이 네트워크 브랜딩 디자인이다.
이들 모티브들은 그 방송사 특징을 잘 나타내야 함과 동시에 타켓으로 하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방송사 성격, 비주얼 디자인 모티브, 사운드, 멘트 또는 글, 개념적 은유 및 암시 (metaphors) 등등이 모두 각각의 역할을 해야 이루어낼 수 있는 종합적 디자인 분야다.


Q. 디자인 캠페인 후 시청률이 급상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하는데...
KCET의 경우 이 방송사가 지역사회의 후원이 필요한 방송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현존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물론 보다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결과였다 생각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이 결과는 캘리포니아 남부 특유의 아름다움과 KCET 이미지를 연결시켜 지역을 대표하는 방송사로서의 KCET의 가치와 역할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예로서 캘니포니아의 파도 및 고가도로가 만들어내는 곡선을 방송사 ID “KCET”의 “E”와 “T”가 그려내는 곡선과 연결시킨 도입부를 들 수 있으며 파도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땅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이루어내는 보색의 곡선과 KCET 로고의 곡선을 합치시킨 점 등을 들 수 있다.

부드러운 보색 대조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일차적으로 햇빛이 가득차 있으면서도 강렬하기보다는 온화한 캘리포니아의 기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후원을 강하게 요청해야 하는 KCET 직접적 메시지를 보다 온화하게 표현하고자 한 의도로도 이용되었다.

반면 TV 랜드 디자인은 보다 역동적인데 이 방송사의 캐치 프레이즈인 “TV 랜드로 데려가 줘” 개념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자는 목표 아래 기존 로고 및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소위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20개 TV 프로그램의 무비클립들을 십분 활용해 조합해 낸 결과라 생각한다.

드라마 스타일과 함께 배우들의 액션과 극중 대사 그리고 현란한 색조를 TV 랜드 방송사 로고 이미지 및 애니메이션과 조합해 전후좌우로 끊임없이 돌고 움직이는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는 모두 TV 랜드가 지향하는 세계, 즉 TV 랜드를 시청하며 느낄 수 있음직한 환상적인 세계를 부각시키자는 의도였으며 그 의도가 적중해 시청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Q. 그래픽 스타일은 어떻게 결정하나?
그래픽 형태를 선정하는 문제는 언제나 해당 방송사 성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KCET에 사용된 커브는 남부 캘리포니아 남부 이미지와 KCET 로고를 연결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KCET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사의 모토 “Infinitely More”와 끝도 없이 연결되며 부드럽게 움직이는 곡선이 로고에서 상징되는 “무한대 (infinity)”를 보다 잘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TV랜드의 그래픽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는 TV 랜드의 기존 로고와 그래픽 스타일, 일러스트레이션 및 드라마 주인공 이미지 들을 사용해 방송사 자체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이 오래된 드라마와 배우들에게 느끼는 애틋한 향수를 방송사의 캐치프레이즈인 “TV 랜드로 데려가 줘”와 연결하면 소위 고전을 재방송하는 TV 랜드의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림 7)


Q. 특별히 모션그래픽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TV 프로그램 홍보는 제품 광고와 비교할 때 정보를 알리는 안내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그 때문에 TV용 그래픽은 전하는 메시지의 요점을 강조해 주는 수단으로서 “어떤 프로그램”이 “어디서” “언제” 방영되는냐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이 때 그래픽은 다양하고 복잡한 프로그램과 광고 및 홍보물 등으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TV 화면을 단번에 정리해 주는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달 요소로 작용한다.

특별히 모션그래픽을 사용하는 이유는 영상의 흐름이나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화면에 변화를 쉽고 빠르게 줄 수 있고 크기나 색상, 음향, 기타 다른 디자인 요소들, 예를 들어 텍스트나 타이포그래피를 더하면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TV가 보다 능동적이며 인터랙티브 해지면서 변화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보 전달 역할에 있어 타이포그래피만큼 효과적인 요소는 없다.

Q. 제작 과정을 기술적으로 설명한다면
일반 그래픽 제작 과정과 별반 다른 것은 없다. 컨셉이 정해지면 그에 맞게 스토리보드를 짜는 과정을 거치거나 운이 좋아 비교적 간단한 경우에는 곧바로 애니메이션 패턴을 구상하는 과정을 거쳐서 고객의 승낙을 받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TV 랜드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니아 람바 (Sonia Lamba)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무려 1.5미터에 달하는 스토리보드를 제작해 실제 광고 제작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 요소를 제작하는 등 시작 단계가 상당히 복잡했다.

또 삽입될 무비 클립을 위해서 드라마들을 수없이 보면서 적절할 클립과 사운드를 고르는 과정이 더해졌을 뿐만 아니라 추출해낸 다음 이들 클립 요소들을 그래픽 요소들과 합성한 후 3차원 공간 레이어에 위치시키고 그 요소들을 역동적이면서도 조화를 잃지 않게 애니메이트 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소프트웨어는 주로 디자인 단계에서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합성 단계에서는 애프터이펙츠, 편집 단계에서는 파이널 컷 프로가 사용되었으며 2D 및 3D 일러스트에 3차원 공간 효과를 주는 데는 마야가 이용되기도 했다.


Q. 모션 그래픽 분야가 당면한 문제가 있다면
모션그래픽 분야는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역할 구분이 되어 있다. 문제라면 어떤 디자이너는 전혀 애니메이션을 모르고 이용도 하지 않는 반면 어떤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작업한다는 점인데... 이 경향은 애니메이터들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을 겸비한 애니메이터가 있는 반면 전혀 디자인과는 무관한 애니메이터도 있다.

성공적인 작업이 되려면 이 두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고객의 필요와 자원을 파악해 보다 실용적인 디자인이 되게 하는데 촉각을 기울여야 하고 애니메이터는 고객의 필요와 제작방법 등을 고려해 제작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민감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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