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8
1초가 길다 바뀌는 영상에다 음악이 어우러진 뮤직비디오는 눈과 귀를 늘 즐겁게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만을 모아 놓은 듯한 함축적 영상에다 절절한 노래 가사가 어우러져 있다 치면 영화 한편을 다 보아야 느낄 수 있는 감동까지 느껴지고 어떤 때는 노래 자체의 리듬과 멜로디에 어깨춤이 절로 나며 영상 속 가수 및 댄서들과 함께 몸을 절로 흔들게도 된다.
뮤직비디오의 이 흡인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 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들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비틀즈 풍의 리듬에 약간의 비트가 색다르게 가미된 것이 무척 흥겹게 다가와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CG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서 일까?’
이 의문은 자연스럽게 이 흥겨운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이펙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는데...
알아 보니 그 곡은 안트완 빅보이 패튼 (Antwan “Big Boi” Patton)과 안드레 3000 벤쟈민 (“Andre 3000” Benjamin)으로 이루어진 랩 듀오 “아웃캐스트(OutKast)”의 최신 앨범 “스피커박스/더 러브 빌로우 (Speakerboxxx/The Love Below)”에 수록된 “헤이 요! (Hey Ya!)”라는 곡이었으며 그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8인조 그룹이 사실은 앙드레 3000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만들어낸 버추얼 그룹이었다.
크리스 에카르트 (Chris Eckardt)와 엘라드 오퍼 (Elad Offer)에 의해 2001년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 (Santa Monica)에 설립된 머니샷츠포스트 (Money Shots Post, www.moneyshotspost.com)에 의해 이루어진 “헤이 요!”의 비주얼이펙츠.
그 감쪽같은 눈속임에 대해 이 회사 설립자이자 수석 애니메이터 겸 제작자인 크리스 에카르트 (Chris Eckardt)를 통해 알아보았다. [그림 1과 2]
“헤이 요!”의 뮤직비디오는 제 46회 그래미 (Grammy Awards) 베스트 숏 폼 뮤직비디오 (Best Short Form Music Video) 부문과 제 2회 VES 어워드 (Visual Effects Society Awards)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로 선정된 작품이다.
촬영부터 디지털 그레이딩에 이르는 후반 작업까지 총 7일에 걸쳐 9명의 아티스트를 24시간 동원해 후다닥(?) 헤치운 작품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멋지게 만들어달라 (Make it look awesome)”는 가수 안드레의 주문 하에 이루어진 이 뮤직비디오의 제작에는 많게는 8명의 안드레를 한 화면에 합성해야 하는 이미지 합성 (image compositing) 기술이 필수적으로 동원되어야 함이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전자기타의 포섬 젠킨스(Possum Jenkins), 전자오르간의 벤자민 안드레(Benjamin Andre), 기타의 쟈니 벌쳐 (Johnny Vulture), 드럼의 두키(Dookie), 3인조 백보컬리스트 러브헤이터즈 (The Love Haters), 그리고 리드 싱어 안드레 (아이스콜드: Ice Cold) 3000으로 이루어진 버추얼 8인조 그룹이 공연하는 현장을 안드레 한 명의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해내느냐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했고 “헤이 요!” 제작 팀은 그린스크린 (green screen)이냐 로토스코핑 (rotoscoping)이냐 사이에서 로토스코핑 테크닉을 선택한다. 그린스크린을 배경으로 노래하는 안드레보다는 실제 무대에서 공연하는 안드레를 직접 촬영해 이용하는 편이 무대 공연의 생생한 현장감과 역동성을 살려내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림 3과 4]
짧은 제작 기간도 로토스코핑을 선택한 주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린스크린 촬영의 경우 각 패스 (pass)마다 여덟 명의 안드레 위치를 일일이 그것도 사전에 셋업해야 가능한 반면에 로토스코핑 테크닉을 이용하면 실제 무대를 배경으로 공연하는 8명 멤버를 그대로 촬영해 합성하면서 초점 및 기타 라이팅을 통일해 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로토스코핑 작업을 어떻게 그리 빨리 이루어 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에카르트는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라면서 뮤직비디오의 경우 제작비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보통 일주일 안에 모든 작업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뜸 한다.
로토스코핑은 간단하게 라이브액션이나 애니메이션의 특정 부분을 프레임을 통해 추출해내는 일종의 모션 캡처 테크닉을 가리키는 말이자 동시에 라이브액션에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트된 이미지들을 조합하는데 이용되는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테크닉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현금에 와서는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합쳐진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완벽한 합성기술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가능한 기술이다.
“헤이 요!” 뮤직비디오에서 로토스코핑은 8명의 멤버를 연기하는 안드레를 각기 다른 4개 앵글과 모션으로 프로그래밍 된 모션 콘트롤 카메라 (Milo motion control camera)로 촬영해 (이를 위해서 안드레는 무려 32 차례에 걸쳐 같은 노래를 불러야 했다) 총 32개의 패스 (pass)를 만들고 필요한 안드레 시퀀스를 각 패스의 스틸 프레임에서 찾아 (tracing) 추출해 낸 다음 (rotoscoping) 다시 합성 (compositing)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용되었다.
로토스코핑과 관련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역시 “러브헤이터즈 (The Love Haters)”라 명명된 3인조 백 보컬리스트들. 팔을 쭉 펴고 10개 손가락을 춤추듯 흔들어대는 이들 이미지들을 뽑아내 배열하고 합성하는 데는 단순히 로토스코핑 작업만이 아니라 각 프레임마다 직접 손으로 그려 넣는 페인팅 작업이 엄청나게 동반되었다고 한다. [그림 5]
디스크리트의 플레임 (Flame)과 컴버스천 (Combustion)을 사용해 이루어진 이 장면의 로토스코핑 및 합성은 장면에 따라서 (8명의 안드레가 모두 보이는 와이드샷의 경우) 한 프레임에 무려 8개에서 10개의 레이어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5명의 플레임 아티스트와 4명의 컴버스천 아티스가 한 샷당 줄잡아 6시간까지 걸려 작업한 샷도 많았다. [그림 6]
“헤이 요!”에서 비주얼이펙츠 샷은 전체의 85%를 차지하는데 60년대 흑백 TV의 표현과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에 컬러가 입혀지는 효과 등도 이에 포함된다.
이들 이펙츠들에는 디스크리트의 플레임과 어도비 애프터이펙츠가 이용되었으며 폴라로이드 사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의 경우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라이브 액션 장면에 애프터이펙츠를 이용해 효과를 더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흑백 이미지 60년대 룩의 경우1948년부터 1971년에 걸쳐 CBS를 통해 방영되던 에드설리반쇼 (The Ed Sullivan Show)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으로 모두 컬러로 촬영된 것을 각종 트릭, 즉 “여러가지 그레인 (grain)을 더하고 이미지를 약간 변형시켜 복제한 다음 살짝 겹쳐지게 해 윤곽선이 일그러져 희미한 이미지 효과를 내고 왜곡 (warping) 툴과 변형 (distorting) 툴을 이용해 둥근 TV 스크린 모양을 만들어내는 등의 각종 트릭”을 통해 만들어 내었다. [그림 7과 8]
이 밖에도 “헤이 요!”에는 로토스코핑을 통한 카메라 촛점의 불일치를 바로 잡고 일관성 있는 라이팅을 이루어내기 위해 숙련된 합성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텔레시네 (Telecine)를 통한 디지털 그레이딩 (digital grading)도 로토스코핑 및 합성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부분적인 색상을 강조하는데 이용해 뮤직비디오 전체에서 현란하게 보이는 생생한 에메럴드 그린과 폴라로이드에 입혀지는 녹색을 표현해 냈다. [그림 9]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이펙츠는 참 인상적이다.
유명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터인데 현란한 영상이 곁들여지는 수가 많고 요즘은 특히 비주얼이펙츠까지 가세해 환상적 세계까지를 경험하게 만드니 어떨 때는 공연을 직접 보는 인상 그 이상을 받을 때도 많다.
데이브 매튜 밴드 (Dave Matthews Band)의 “Where Are You Going”에서 그려졌던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콜라쥬적 영상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며 노다우트 (No Doubt)의 “Hey Baby”에서 보여준 현란한 환상적 세계는 지금 보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또 최근에 소개된 브리트니 스피어즈 (Britney Spears)의 “톡식 (Toxic)” 비디오는 말그대로 “빨아들인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만큼 감각적이다.
헌데 뮤직비디오의 CG 테크닉은 주로 클린업과 합성 등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 수준의 테크닉이 대부분이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니 제작 예산도 그만큼 많아진다 생각하면 큰 오산.
에카르트에 의하면 뮤직비디오에서의 CG 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뮤직비디오 제작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며 재능있는 아티스트와 뮤직비디오 제작자들로 하여금 뮤직비디오 제작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하향 산업으로 간주해 기피하게 만들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한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하고 또 앞으로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이펙츠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될런지 확실히 점칠 수는 없겠지만 유명 가수와 곡을 등에 업은 채 오래된 테크닉을 반복하며 감각적 인상성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영화의 비주얼이펙츠를 지향하며 늘 새로운 CG 테크닉과 함께 새로운 컨셉과 문화까지를 선도하는 상업광고의 CG와는 차원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말그대로 생각이 든다는 것일 뿐, 감각적 인상성이 없는 비주얼은 사실 뮤직비디오 사전에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재능있는 아티스트들이 첨단 CG 테크닉을 활용해 감각적이면서도 인상적이고 독창적이면서도 최첨단 CG 테크닉이 사용된 비주얼을 뮤직비디오에서 펼쳐지는 것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이야기다.
Special thanks to Chris Eckardt (Co-founder/Executive Producer/Lead 3D Artist at Money Shots Post and Instructor at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to help me better understand the music video of “Hey 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