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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비주얼 이펙트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세계, 다이노토피아 속 공룡 스토리

2003-03-05

지난 2월 19일 로스앤젤레스 스커볼문화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에서 개최된 제 1회 비주얼 이팩트 시상식 (VES Awards)에서 예상대로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영화부문 9개 카테고리 중 비주얼이팩트 조연상을 제외한8개 상을 휩쓸며 석권했다. 의외라면 TV 시리즈인 “다이노토피아 (Dinotopia)”가 TV 프로그램 부문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매트 페인팅, 비주얼 이팩트, 콤포지팅 4개 카테고리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상식은 비주얼 이팩트 관계자 800여명을 회원으로 둔 비주얼 이팩트 소사이어티(The Visual Effects Society, www.visualeffectssociety)가 그 주최자로서 비주얼 이팩트 실무자들이 직접 선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어느 시상식보다 믿음이 간다. 시상식에 초청된 수상작 발표자만도 영화 “2001: 오딧세이”와 “블레이드 러너”를 감독한 더글라스 트럼불(Douglas Trumbull)을 비롯해 “글래디에이터”의 존 넬슨(John Nelson), “쥬라기 공원”의 필 티펫(Phil Tippett), “인디펜더스데이”의 볼커 앵겔(Voloker Engel), “스타워즈: 에피소드II”의 존 놀(John Knoll), “맨인블랙II”의 존 버튼 주니어(John Berton, Jr.), “반지의 제왕”의 짐 리기엘(Jim Rygiel)(그림 1), “마리 포핀스”의 피터 엘렌쇼(Peter Ellenshaw), “스타트랙”의 댄 커리(Dan Curry) 등, 내놓아라 하는 비주얼 이팩트 감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TV용 히트작을 제작하기로 유명한 프로듀서, 로버트 하미 시니어(Robert Halmi Sr.)가 “쥬라기공원”보다 5 - 6배나 많은 애니메이션이 동원되었다며 자신만만해 하는 “다이노토피아”의 비주얼 이팩트.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TV 시리즈 “다이노토피아”는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사는 미지의 섬 다이노토피아에 관한 얘기로 1992년 출판된 제임스 거니(James Gurney)의 “다이노토피아” 시리즈에 기초하고 있다. 1999년 홀마크 홈 엔터테인먼트(Hallmark Home Entertainment)에 의해 미니시리즈로 각색돼 2년의 제작기간과 10개월간의 포스트-프로덕션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2002년 5월 ABC를 통해 처음 방송 전파를 탄 이후, 같은 해 9월에는 영국의 SKY1, 12월에는 채널4를 통해 방영되었다. 또한 그 해 11월에는1시간 짜리 연속극 “다이노토피아: 시리즈 (Dinotopia: The Series)” 로 새롭게 제작돼 13회에 걸쳐 ABC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다이노토피아”는 비행기 추락으로 미지의 섬 다이노토피아에 귀착하게 된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이복 형제의 모험담이 그 줄거리다. 인간과 공룡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왕국 다이노토피아는 도서관, 의회 등이 위치해 있는 중심 시가지: 워터폴시티(Waterfall City), 다이노토피아에서 소비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 얼스팜(Earth Farm), 날아다니는 파충류의 서식지: 캐논시티 (Canyon City), 그리고 금역인 월드비니드(World Beneath)로 나누어져 있다.

평화의 섬 다이노피아에서는 각종 공룡이 인간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며 의회에도 참석할 뿐만 아니라 농사도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각종 공룡이 살고 있는 다이노토피아의 주된 교통수단은 공룡들이다. 브랙키오소러스 (Brachiosaurus)는 대중 버스 역할을 하며 날아다니는 공룡 스카이백스(Skybax)는 인간과 공룡의 공동의 적을 물리치는 전투기 역할을 하고, 패러소롤로푸스(Parasaurolophus)는 개인 교통수단으로 말처럼 타고 다닌다. 스테노니코소어스(Stenonychosaurus)는 인간의 말을 비롯해 수개국어를 구사하는 라이브러리언으로 도서관에서 서적을 관리하는 교수 지포(Zippo)로 등장한다.(그림 2)

“다이노피아”는 처음부터 엄청난 디지털 이미지 작업이 예고된 영화였다.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몇 천만년 전의 생물이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다 지금은 사라진 공룡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장면을 표현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로서 “다이노토피아”는 전체 장면의 75% 이상이 디지털 손질을 받았다. 이를 위해 동원된 CG 전문가와 콤포지팅 아티스트들만도 130여명에 달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최첨단 컴퓨터 스페셜 이팩트를 선보임으로써 이미 에미상(Emmy Awards) 7개 부문 후보작으로 올랐었다. 다이노토피아의 비주얼 이팩트에는 총 1800개 비주얼 이팩트 장면과 1200개가 넘는 CG요소들이 등장하며 크게 공룡의 제작 및 애니메이션, 디지털 세트 및 환경 제작, 블루스크린 합성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공룡 제작 및 애니메이션과 관련해 가장 큰 난제는 역시3부작 전편에 걸쳐 32분간이나 등장하게 되는 말하는 CGI 공룡: 지포였다. 말하는 표정 묘사도 문제였지만 등장인물과 함께 라이브액션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완전 CGI(Computer Generated Image) 지포의 애니메이션에는 총 14명의 캐릭터 애니메이션 전담팀이 동원되었다.

교통수단인 CG 공룡들을 타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다. 제작을 담당했던 프레임스토어(Framestore) CFC는 자사 고유의 “M-Rig” 기술을 개발해 완벽한 승차 시뮬레이션을 이루어낸다.(그림 3)

“다이노토피아”의 완벽에 가까운 스페셜 이팩트는 매트페인팅(Matte Painting) 및 콤포지팅(Compositing) 기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공룡이 등장하기 때문에 작업량 자체도 많았지만 콤포지팅 베테랑인 마이크 맥기(Mike Macgee)를 비주얼 이팩트 감독으로 둔 만큼 (그림 4) 단 한 장면도 엉성하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이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5와 6)

매트페인팅은 영화 제작 초기부터 사용되어온 고전적 수법 중의 하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페인팅을 이용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경을 등장인물과 조합해 내는 것으로 영화 제작 시 필요한 세트 제작 및 로케이션 이동 등에 따르는 제작비를 경감하는데 이용되어 왔다. 초창기에는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의 일부를 파란색으로(현재의 블루스크린은 여기서 유래) 지운 상태에서 그 부분을 사진이미지나 페인팅으로 다시 채워넣고 배우와 합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림 7)

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매트페인팅은 고전적 매트페인팅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버추얼 세트-빌딩 (Virtual Set-building)” 을 가능하게 했다. 단순한 2차원적 배경이 아니라 카메라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준 3차원적 일루전을 만들어내는데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3D 매치 무브 (match move)라 불리우는 기술을 통해서다. 간단히 말하면 영화 촬영 카메라의 움직임을 “버추얼 카메라”와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디지털 카메라에 전이하는 것이다. 실제 영화 장면과 똑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디지털 배경은 3차원적 움직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림 8). 이 기술은 또 레이트레이싱 (Ray Tracing)이나 래디오시티(Raidosity)와 같은 조명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실제 환경 그 이상의 효과를 자아내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림 9)


비주얼 이팩트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 수 있을까”에 시선이 집중되어 왔다.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 각종 셰이더, 라이팅, 카메라 기술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3D CG 기술은 모두 이 문제, “진짜처럼 표현한다”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처럼 표현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진짜처럼 표현하는 문제 그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진짜처럼 “실감하게” 하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주얼 이팩트는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어야 하며 때로는 사실과 달라야 한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고 사실과는 달라야 더 사실적이라... 언뜻 모순같지만 실감나는 비주얼 이팩트를 살펴보면 거의 모두 사실과는 다른 그 “뭔가”가 더해져 있다. 그런데 “다이노토피아”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를 않는다. 엄청난 비주얼 이팩트가 동원되었지만 그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모든 것이 함께 녹아 있다.
공룡이 인간과 함께 활보하는 평화로운 세계 다이노토피아는 실감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비주얼 이팩트가 효과 차원을 넘어 영화와 함께 편안하게 공존하는 또 하나의 유토피아를 보여주고 있다.



“다이노토피아”의 비주얼이팩트는 보통 프리비즈 (Pre-viz)라 불리우는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과정에 CG 이미지를 사용하고 실제 촬영 카메라에도 역시 그 이미지를 보이게 하는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정확한 합성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프리비즈는 카메라의 위치와 디지털 효과의 매칭 부분을 정확하게 일치시키고 보다 효과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3D 매치 무브) 실제 합성에 앞서 만들어지는 저해상도 이미지로 주로 비주얼 이팩트 계획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다이노토피아”에서는 거의 전편에 걸쳐 사용되었다. (그림 10과 11)

이와 함께 비주얼 이팩트 팀은 컴퓨터 정보를 카메라에 연결시켜 실제 카메라 촬영 화면에 CG 캐릭터를 보이게 함으로써 공룡의 움직임으로 막히거나 멈추어야 하는 구애가 없이 카메라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지포는 주인공들과 함께 말하며 달리는 라이브액션 CGI다. “다이노토피아”에 등장하는 다른 여타의 공룡들과 마찬가지로 폴리곤 (Polygon: 2D의 픽셀과 같은 것으로 3D 모델링 구축의 기초가 되는 단위) 와이어프레임에 디스플레이스먼트 맵 (Displacement Map: 디지털 표면에 질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해 제작됐지만 주인공인 칼(Karl: )과 탁구도 할 줄 알며 17개국어를 하는 박식한 공룡으로서 지포의 애니메이션과 콤포지팅은 다른 공룡과는 확연하게 다른 처리를 받아야했다.

탁구치는 지포의 애니메이션에는 모션캡처 방식이 사용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타드를 입은 배우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그 움직임을 지포의 애니메이션에 적용하는 것이다. 특이하다면 탁구를 하는 배우를 직접 촬영해 배우의 움직임과 CG 캐릭터 지포의 움직임을 앞서 언급한 카메라 기술을 통해 움직임과 카메라 각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꼬리로 탁구공을 받아치는 지포의 자연스런 움직임은 바로 이 테크닉의 결과다. (그림 12)

인물들과 함께 뒹군다든지 등, 배우들과 직접 연기해야 하는 장면에는 지포를 연기하는 배우가 투입되어 함께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한 후 그 배우를 지우고 CG 지포를 넣어 합성하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이 사용되었다. 이 기술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에서 골룸(Gollum)을 표현하는데 사용했던 방법과 같다. 엄청난 양의 클린업(Clean-up)과 디지털 페인팅, 나아가 상상을 초월하는 꼼꼼함을 요하는 기술로 현대 영화 제작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그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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