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21
‘찌질이’는 멀티미디어 컨텐츠 전문 제작사 ㈜아이오직과 3D 애니메이션 제작사 ㈜Sam-G가 공동으로 작업하여 국내 최초로 웹상에서 제공되는 3D 애니메이션이다.
‘찌질이’는 돌발적인 사고 중심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엽기코미디라는 장르에 속한다. 독특한 구성의 재미와 실제 인간형과 만화적인 표현의 중간단계인 리빙 툰즈 형식의 캐릭터 스타일을 만들어 냄으로써 세계인의 정서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캐릭터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18세미만 관람불가 딱지를 붙이고 있는데, 이는 이제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들만의 것만은 아닌 성인을 위한 즐거운 애니메이션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찌질이’는 바로 영상세대로 자라난 성인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하는 성적인 상상과 일탈성, 혹은 비틀기와 패러디를 통한 사회적 비판 등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찌질이’는 웹으로 보급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홍보전략이나 상영기간이 기존의 3D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찌질이’는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서브적인 개념으로서의 온라인 마케팅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인지도를 통해 오프라인 마케팅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웹을 통해 게임이나 업데이트 등의 지속적인 홍보를 함으로써 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시나리오, 3D 기법, 홍보 삼박자를 토대로 2001년 5월에 개봉하여 네티즌에게 호응을 얻으며 최근까지 상영중인 웹 3D 애니메이션 ‘찌질이’, ‘찌질이’만의 제작비법을 살펴보았다.
비법 1. 돌발적인 사고 중심의 엽기 시나리오
시놉시스
"찌질이, 목욕탕에 가다!!!"
국민의 위생 건강 증진에 역사적 사명감을 부여 받은 듯 김씨 아저씨는 목욕탕 운영을 가문의 업으로 삼았다. 목욕탕 이름도 이름하야 [김] 대중목욕탕!! 개업한 지 44주년 되는 날, 김씨 아저씨는 큰 맘 먹고 다음과 같은 플랭카드를 내건다.
“개장 44주년 기념! 오늘은 목욕비 공짜”
공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찌질이들은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게 되고 그 동안 몸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때들을 벗기기 위해 ‘오래 묵은 때 벗기기 쇼’를 펼치는데…
쇼를 끝낸 후 벗겨놓은 때로 찰박찰박 반죽을
해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찌질이들. 새벽부터 와서 종일 공짜 목욕을 즐기던 할아버지,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새는 발음으로 ‘프레이 보르~ 프레이 보르~’를 외친다. 찌질이들의 야구 시합은 시작되고…발가락의 강속구를 쳐내지 못하는 기역자. 야구 시합을 지켜보던 할아버지, 공을 이렇게 던져라, 치는 폼이 엉망이다 등 간섭을 해대자 열 받은 기역자, 할아버지에게 공을 냅다 던져 버린다. 공에 한 대 맞은 할아버지, 헤롱 헤롱 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I’ll be back~ 을 외친다.
간만에 안타를 날린 기역자, 의기양양해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
“언 띱때야?”
멋지게 날라간 공은 무시무시한 조폭의 얼굴을 강타해버린 것이다. 온 몸이 문신으로 덮인 조폭의 모습에 찌질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을 치고 찌질이와 조폭의 쫓고 쫓기는 숨가쁜 싸움은 시작되는데…
캐릭터
시장에서 개고기를 파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기역자가 4살 때 돌아가셨고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부드러운 말이나 칭찬에 익숙하질 않다. 그래서 칭찬을 들으면 닭살이 돋는 것은 기본이고, 기어억~ 하고 거품 물며 기절까지 하는 특이한 증세를 보인 바람에 애들 사이에서 별명이 기역자가 되었다. 발가락과 다닐 때는 거의 모든 일에 앞장서서 일을 꾸민다. 욕 잘하고 계산이 빠른 좀 얍실한 스타일. 항상 발가락과 단짝이 되어 사고를 친다.
기역자와 같은 반 친구.
시장에서 제수용품 판매 일을 하는 욕쟁이 엄마와 천재 동생(영재)와 함께 살고 있다. 평소 발가락은 수줍은 듯 귀엽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겁을 먹게 되면 돌연 옥희 목소리로 바뀌어 버린다. 발가락의 장점은 똥구멍과 발가락의 힘이 무지 강하여 자유자재로 놀라운 액션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가락으론 균형 잡기를 비롯하여 뭐든 재빠르게 집을 수가 있고, 똥구멍 포는 가끔 위기를 모면하는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역자와 발가락 이 두 찌질이들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항상 서로에게 과격한 똥침을 놓는 버릇이 있다.
동네 오 목사님의 외동딸이자 찌질이들의 최고 천적이다. 그 이름도 거룩한 ‘성신’ 과는 달리 순수함,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성’(聖)이 아닌 ‘성’(性)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어 맘에 드는 남자애는 교회 구석 방으로 끌고 가 성적으로 짖궂은 장난을 하는 게 성신이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다.
남자들의 심리를 꿰고 있으며 말발이 쎈, 완벽한 이중생활의 소유자.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 많은 감투를 쓰고 있고, 아울러 주머니 경제 발전을 위하여 공짜와 뇌물을 무지 밝히는 편이다. 남 일에 참견하길 좋아하고 분위기 파악 못한 채 끼어들기 선수여서 늘 수난을 겪지만 조금도 물러섬이 없다.
스테미너를 위해 보신탕을 즐겨 먹고 개고기 집을 하는 기역자 집에서 늘 개고기를 얻어다 먹는다. 비록 나이가 있지만 물건 하나는 끝내준다.
우람한 육체미와 더러운 인상 땜에 한 가닥 할 것 같지만 본래 태생이 푼수인지라 조직에선 변변한 싸움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살벌하던 싸움판을 특유의 푼수끼로 웃음바다를 만들기 때문에 조직에서도 꺼려하는 인물이다. 이 날도 마음 상해 있던 조폭은 그래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오를 바로 잡기 위해 목욕탕을 찾게 되지만 찌질이란 놈들을 만나 더욱 더 상처를 받게 된다.
마침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가오의 상징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비법 2. 3D의 리얼리티 + 카툰의 과장 = 리빙 툰즈 기법
3D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사실적인 동작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자칫 간과하기 쉽게 된다. 카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에 적합하게 동작이나 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때로는 심한 과장이나 생략 등으로 적절히 표현되어져야 한다.
이처럼 3D의 리얼리티와 카툰의 과장을 적극적으로 살린 리빙 툰즈 기법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비법 2이다.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애니메이션 제작단계는 기획단계인 Pre Production에서 실제제작단계인 Main Production, 마지막 단계인 Post Production으로 진행됐다.
애니메이션 테크닉
Pre Production 단계는 애니메이션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내에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찌질이’를 제작할 때도 이 단계가 그리 길지는 못해서 애니메이션 작업 시에 많은 테스트를 거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허나, R&D를 거친 상태에서 제작사만의 키 프레임을 형성하는 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리빙 툰즈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다.
비법 3. 찌질이 100배 즐기기 – 홍보 시너지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을 요하는 3D 애니메이션은 그 만큼의 위험부담도 감수해야만 한다.
‘찌질이’는 각 분야별 전문회사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참여하여 작품의 질적인 보장성과 공동 마케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효과적인 캐릭터 사업을 진행하기위해 충분한 분석과 스타일라이징을 통하여 디자인된 독특한 캐릭터들과 3D Animation의 장점인 데이터의 폭넓은 재활용성을 이용하여 게임, 비디오, 출판 등의 다양한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용 시리즈와 별도로 NG 컷,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제작물을 통해 포탈싸이트와 다양한 뉴미디어에서 “찌질이” 컨텐츠를 방영하고 웹사이트 운영을 통한 유/무선 인터넷 비즈니스 를 확대해 가고 있다.
NG컷
픽사에서 제작된 “Bug’s Life”에서 최초로 시도되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3D 애니메이션에서 NG장면들처럼 ‘찌질이’는 매 편마다 캐릭터들이 세트장에서 실수하는 NG장면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제작하였다.
웹 3D 게임 – 기역자 VS 발가락
기역자와 발가락이 권투를 하는 게임으로 줌인, 줌아웃, 다른 방향의 뷰 등의 기능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플래시 게임 – 똥누임
‘찌질이’의 엽기 컨셉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게임인 똥누임 게임은 3D가 아닌 2D로 제작되어 캐릭터의 다양한 활용을 볼 수 있다. 똥누임게임은 마우스로 player바를 좌우로 움직이고 클릭하여 똥을 발사하여 하단에 지나가고 있는 변기에 맞추는 것으로, ‘찌질이’ 캐릭터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오락성을 주고 있다.
[팁. 제작 인터뷰]
정글 : ‘찌질이’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처럼 기승전결의 구성보다는 시트콤처럼 돌발적인 사고 중심의 독특한 시나리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제작과정을 알려주세요.
백호림 : 슈퍼마켓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집단이 있어서, 저희 아이오직과 언제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찌질이’의 시나리오는 원래 영화제작을 위해서 작업되어졌었는데, 막상 시나리오 초안을 읽어보니..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되었죠. 스토리뿐만 아니라 찌질이, 기역이, 발가락 등의 독특한 이름 등도 슈퍼마켓과 함께 작업한 거죠.
시나리오가 갑자기 떠오르거나, 누군가의 경험담은 아닙니다. 평소의 부단한 사고 끝에 얻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글 : 최근 엽기 코믹 애니메이션이라는 사회풍조와 맞물리는 스토리인데요..
백호림 : 사실.. 그 부분이 조금 억울하다면 억울하고.. 기회라고하면 기회같습니다. 저희가 ‘찌질이’를 기획한 것은 2000년 초였거든요. 그 당시에는 엽기라는 말이 그렇게 흔히 사용되는 말도 아니였고, 지금처럼 어떤 코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도 않았어요. 저희도 작업하면서.. ‘이건.. 엽기적이어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하지 않았구요. 이야기를 독특하게 그러면서 웃을 수 있게 하자고만 하였는데.. 3D 애니메이션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보니, 작업이 마무리되어질 무렵에는 어느새 ‘엽기’라는 말이 사회풍조가 되었고, ‘찌질이’도 엽기 코믹에 속하게 되었지요..허허
정글 : 웹 애니메이션은 주로 플래시로 작업한 2D 기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찌질이’를 3D로 제작하신 점이 차별적입니다.
백호림 : 일단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한 상태에서 3D 애니메이션이 차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말씀하신대로 웹 애니메이션에는 주로 2D 기반의 애니메이션이 많은데, 플래시라는 특정 프로그램의 여러가지 장점으로 인해 전문 애니메이터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웹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지요. 이 점은 웹 애니메이션을 활성화시키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줄 수 있지만, 저희에게는 매력이 될 수 없기에.. 뭔가.. 차별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저희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허허..해가 되기도 한 것 같구요..
정글 : 3D로 제작함으로 해서 힘드셨던 부분을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백호림 : 이런거죠.. 기존에 없었던 웹 3D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찌질이’가 차별적이 되었지만, 3D로 제작해야하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거든요. 작업기간 뿐만 아니라 제작비용도 기존의 웹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죠.
정글 : 지금까지 예고편을 포함해서 4편의 단편이 제작되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하신가요?
백호림 : 계획 중이라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적습니다. 일단,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준비 중이구요. 캐릭터 비즈니스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서 계획 중입니다. 앞으로 ‘찌질이’가 어떻게 다시 등장할 것인지.. 지켜봐 주십시오..
[이정현기자 tsti@yoondesig.co.kr]
취재에 협조해주신 아이오직의 백호림 이사님, 박창희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